산업 산업일반

대한상의 "개인정보보호, 사후평가·자율규제로 전환 필요"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22 11:01

수정 2018.11.22 12:04

韓 개인정보보호 3대 문제점…불명확한 개인정보 범위·형식적 보호절차·과다·중복규제 
국민 85%·기업 72%, "현행 사전동의 방식, 사용자 보호에 실질적 도움 안돼"
개인정보 활용과 보호, 균형점 찾아야...개인정보보호 민관협력 거버넌스 등 제안
빅데이터·인공지능 시대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반영하려면 현재의 개인정보보호 법제도를 사전절차·처벌중심 방식에서 사후평가·자율규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연구보고서가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가능이니셔티브)를 통해 발표됐다. 이를 통해 SGI는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의 균형을 모색하기 위한 기업과 정부, 학계의 데이터 전문가들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민관협력 거버넌스 체계 수립'을 제안했다.

■"사전동의 방식, 책임을 사용자에게 전가하는 수단"
대한상의 SGI는 22일 국내 개인정보보호 제도의 주요 문제점과 정책제언을 담은 '개인정보보호제도 개선방안 연구보고서'를 통해 △불명확한 개인정보 범위 △형식적 보호절차 △과다·중복규제 등을 현 제도의 3대 문제점으로 꼽았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를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해 알아볼 수 있는 정보'로 정의하고 있다. 문제는 '쉽게 결합'한다는 용어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SGI는 "비식별정보에 대한 정의도 부재해 개인정보의 규제 범위가 과도하게 넓어졌다"며 "형식적인 사전동의 시스템도 실제 사용자 보호효과가 떨어지는데다 사후책임을 사용자에게 전가하는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SGI
/사진=대한상공회의소 SGI
특히 SGI는 국민 500여명·기업 200여개사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제시하며 "대다수 국민의 여론도 사전동의를 원치 않는다"고 주장했다. 설문결과, 국민 85.0%와 기업 72.6%는 '사전동의 방식은 사용자 보호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미국·일본·EU가 익명정보는 사전동의에서 사후동의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도 제도 개선의 한가지 이유로 제시됐다.

아울러 일반법인 개인정보보호법과 산업별 개별법이 혼재된 과다·중복규제가 기업의 빅데이터 분석을 가로막고 있는 현 상황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SGI에 따르면 빅데이터 분석 수행 기업은 1.7%에 불과하고, 그 중에서도 66%는 개인정보는 분석에서 제외하고 있다.

때문에 무엇보다 비식별정보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SGI는 "한국의 개인정보제도는 제약만 많고, 개인정보를 활용한 신사업 창출도 안전한 보호도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개인정보 활용과 보호 간 균형점을 찾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비식별정보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 시급"
SGI는 지난 8월 정부가 산업계 의견을 반영해 마련한 '개인정보 규제혁신 방안'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제도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선 재식별 위험성을 합리적 수준으로 낮추려는 영국, 미국의 제도를 참고해 비식별정보(가명·익명정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SGI
/사진=대한상공회의소 SGI
영국과 미국은 이미 구체적 기준을 사용해 익명정보의 재식별 리스크를 낮췄다. 영국은 데이터 전문가나 해커가 아닌 인터넷·도서관에 공개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일반인을 기준으로 재식별 리스크를 평가하고 있다. 미국은 비식별화에 관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전문가가 비식별화 수준을 판단하고 있다.

이어 SGI는 개인정보보호제도 패러다임을 현행 사전절차·처벌중심 방식에서 사후평가·자율규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 67.9%, 기업 68.2%가 이를 원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그 이유로 제시했다.
또, 개인정보 활용의 편익을 체감할 수 있는 의료, 금융, 전자상거래 분야를 중심으로 '빅데이터 시범사업'을 조기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GI는 특히 이를 위해 기업과 정부, 학계의 데이터 전문가들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민관협력 거버넌스 체계 수립'을 제안했다.


고학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의 개인정보보호 법제도는 빅데이터·인공지능 시대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편, 정보주체들이 가지는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에도 아쉬움이 있다"며 "데이터의 활용도와 함께 사회적 신뢰도도 제고하기 위해 관련 법제도의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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