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서 고생하는지 모르겠을 때도 있어요. 그래도 돈독한 단원들 덕분에 의지가 되죠"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는 42개의 목소리가 화음을 맞춘다. 후원자들로 구성된 '함께그린합창단' 단원들의 노랫소리다.
김수현 알토 파트장( 사진)은 그 중 11명의 알토 팀원들을 이끈다. 직업도 사는 곳도 제각기 다양하지만 봉사를 향한 마음만큼은 모두 똑같다는게 김 파트장의 설명이다.
김 파트장도 처음부터 합창 봉사에 관심을 가졌던건 아니다. 친오빠가 후원하는 모습을 보고 평소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던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장애인 봉사, 후원전화 받기 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경기도 광주의 한 장애인 시설을 방문했다. 지체장애인들과 함께 산책을 하고 유명 영화를 보는 일정이었다. 김 파트장은 "전 국민이 알법한 영화를 틀어줬는데, 그분들은 전혀 이 영화가 유명한지 모르시더라고요. 그때 남들에게는 보편적인 문화생활이 이 분들에게는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깨달았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봉사에서 돌아오자마자 합창단을 지원했다. 임상병리사가 직업인 김 파트장은 평소에도 취미로 병원 피아노 봉사를 해왔기 때문에 음악이 낯설지 않았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당히 알토 파트에 합격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 봉사로 김 파트장은 한사랑 장애영아원 봉사를 꼽았다. 김 파트장이 문화 봉사를 하고싶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를 만들어준 곳이었다. 김 파트장은 "예전에 봉사를 갔을 때 짝꿍이었던 장애인 친구를 또 다시 만났는데, 그렇게 반갑고 뿌듯할수가 없었다"며 즐거워했다.
한 번 공연을 서기 위해서는 단원들의 끊임없는 연습이 뒷받침된다. 하지만 주 1회 연습이 부담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김 파트장은 "퇴근 후 연습이 끝나고 집에 가면 밤 11시, 12시가 될 때도 있다"며 "그래도 다같이 하는 활동이라 그런지 다들 책임감이 강해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출석율이 매우 좋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단원들과의 친목도 돈독해졌다. '편맥파(편의점 맥주파)'도 결성됐다. 연습이 끝나고, 공연을 마치고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씩 하며 '수고했다'고 서로를 다독인다. 김 파트장은 "그렇게 친해지다보면 피치못할 사정으로 연습에 한 두 번 못 나오는 사람들도 서로에게 굉장히 미안해 한다"며 "그 책임감과 함께 한 마음으로 노래를 한다는게 새삼 대단한 일이라고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김 파트장의 목표는 지금보다 합창단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다. 단순히 사람이 늘어나는 것뿐 아니라 서로에게 봉사의 힘이 돼 주고, 사회에 좋은 의미를 널리 전파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김 파트장은 "합창단원들끼리는 '다른 봉사활동 같이하자'고 했을때 거절하는 사람들이 없다"며 "봉사가 필요한 분들도 우리에게 힘이 되는 존재들인 만큼 서로가 서로에게 감사함을 전달하는 합창단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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