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자본이 중요하다
공직을 마치고 고향 춘천으로 돌아와 나름 지역을 위해 고민하는 시간을 몇 년째 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세상을 보는 창의 채색이 자연스럽게 로컬 톤으로 바뀌게 된다.
하지만 아무래도 수도권을 중심에 두고 지역을 변방으로 바라보는 편향이 생길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때 만난 책이 제러미 리프킨의 <3차 산업혁명>이다. 저자는 기술혁신에 힘입어 수억명의 사람들이 가정과 사무실에서 스스로 그린 에너지를 생산해서 교환하고, 온라인으로 커뮤니케이션과 물류가 이뤄지면서 ‘중앙-변방’이라는 산업화시대의 수직적 2분법이 깨지고, 각 지역이 자립적 생태계를 이루며 협업하는 ‘분산 자본주의’가 도래하고 있음을 구체적 사례와 함께 소개한다.
그가 제시한 분산과 협업이란 2개의 키워드는 후기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지역의 가치가 점점 부상하고 있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분권과 균형발전이란 시대적 과제에 새로운 기반을 마련해주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리프킨의 분석은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 세계체제 전반을 뒤흔들고 있는 근본적 변화, 예를 들면 공유경제와 같은 소유구조 변화 등을 설명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다.
리프킨은 자신을 세계적 스타로 만들어준 <엔트로피>에서 기계적 세계관에 치우친 현대문명을 비판한 이후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등을 통해 정보화 사회에서 기존의 일자리 개념이나 소유 개념이 근본적으로 바뀌어갈 것임을 논증해 왔다. 기술에 의존해 시장에서 축적되는 자본뿐만 아니라 사람들 간의 협업에 의해 쌓여가는 ‘사회적 자본’을 키워가는 것이 공동체의 미래에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