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권 감수성’을 끌어올린 순간들

선명수 기자

‘살색’ 명칭 금지·이라크 파병 반대·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창립 17주년 맞은 인권위

‘세상을 바꾼 결정례 30선’

2007년 10월23일 ‘파병반대 국민행동’ 회원들이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 연장 발표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2007년 10월23일 ‘파병반대 국민행동’ 회원들이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 연장 발표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살색’ 색명은 특정 피부색을 가진 인종에게만 해당되고 인종과 피부색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확대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2년 8월 ‘살색’ 명칭의 피부색 차별에 관해 지적한 결정문 내용이다. 1967년 기술표준원이 한국산업규격(KS)을 정하면서 크레파스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살색’ 명칭은 인권위의 KS 개정 권고 이후 빠르게 사라졌다. 한국 사회 인권 감수성을 한 단계 끌어올린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국가인권위가 설립 17주년을 하루 앞둔 22일 ‘세상을 바꾼 인권위 결정례 30선’을 공개했다. 이라크 파병 반대(2003년),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2004년), 사형제 폐지 의견 표명(2005년),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및 대체복무제도 도입 권고(2005년), KTX 여승무원 고용차별에 대한 시정 권고(2006년), 형제복지원 특별법 제정 및 강제실종보호협약 가입 권고(2017년) 등을 꼽았다.

‘이라크 파병 반대’는 인권위가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독립기구의 위상을 드러낸 대표 사례로 꼽힌다.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3년 3월 인권위는 정부가 추진하던 이라크전 파병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공식 채택했다. 인권위는 ‘대한민국은 국제평화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는 헌법 5조 1항을 상기시키며 “정부와 국회가 이라크전과 관련된 사안을 결정함에 있어서 헌법에 명시된 반전·평화·인권의 원칙을 준수해 신중히 판단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의견서에 대한 비판과 함께 위원장 사퇴 요구가 빗발쳤지만,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인권위는 그런 일을 하라고 만든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면서 논란이 일단락됐다.

2005년 인권위는 국가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을 처음 권고했다. 이 권고는 13년이 흐른 최근 대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가 확정되고 대체복무제 논의가 시작되면서 받아들여지게 됐다.

인권위는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도 ‘세상을 바꾼 결정례’ 중 하나로 꼽았다. 다만 현병철 위원장 시절인 2012년 인권위가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 권고안’을 마련하며 보안법 폐지 입장을 번복해 논란이 일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현병철 인권위’ 출범 뒤 인권위는 용산참사와 <PD수첩> 검찰 수사, 민간인 사찰 등 국가기관의 인권침해 사안에 침묵하면서 ‘인권 암흑기’였다는 평을 들었다.

인권위는 23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설립 17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대한민국 인권상’ 시상식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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