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벌이는 수원지검 출신
혜경궁 김씨 사건에 합류
일각 “왈가왈부할 일 아냐”
“전화기 절대 뺏기면 안돼”
이 지사 과거 발언 재조명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씨가 ‘혜경궁 김씨’ 사건 변호인단에 지난 7월 개업한 수원지검 공안부장 출신 이태형 변호사를 영입한 사실이 22일 확인됐다. ‘전관 영입’ 논란이 일고 있다. 김씨를 경찰로부터 기소의견으로 송치받아 수사에 착수한 곳이 수원지검인데, 그곳을 한때 ‘친정’으로 뒀던 변호사를 방패 삼고 나선 셈이다.
김씨는 지난달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2차 출석이 있기 전 나승철 변호사 외에 이 변호사를 영입했다. 올해 7월 의정부지검 차장검사를 끝으로 개업을 한 이 변호사는 2010년 수원지검 공안부장 시절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상곤 당시 경기도교육감을 기소했던 공안통이다. 통상 전관 변호사는 현직 법조인 시절 이런저런 조직 내 인연의 고리를 활용해 수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통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떳떳하다면 전관까지 필요하겠냐”는 곱지 않은 시각이 있는 반면 “법적 권리로 문제될 것 없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사정당국 한 관계자는 “그동안의 (이 지사 측) 주장대로 떳떳하다면 굳이 전관 변호사까지 영입할 필요가 있냐”며 “더구나 그 변호사가 과거 같은당 주요 인사를 기소했던 전력이 있다면 오히려 기피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사기관 출신으로 수사과정에서 일어나는 메커니즘을 잘 알고 있을 테니 피의자 입장에선 도움이 되지 않겠냐”며 “변호사 선임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이니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전화기를 절대 뺏기면 안된다”는 이 지사의 과거 발언이 재조명받고 있다. 2016년 11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지사는 서울에서 열린 시국 강연회에서 “전화기에는 여러분의 인생 기록이 다 들어 있다”며 “이거 하나만 분석하면 어디서 무슨 짓을 몇시에 뭘 했는지 다 알 수 있다. 그래서 이걸 절대 빼앗기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 지사의 발언은 당시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냈으나 2년이 지난 지금 ‘뼈 있는’ 말로 부메랑이 된 모양새다. 이 사건을 풀 핵심 열쇠 중 하나인 김씨 아이폰의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다. 김씨 측은 지난 4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번호를 바꿔 원래 쓰던 아이폰 말고 새로운 아이폰 단말기를 구매해 사용했다. 일각에서는 증거인멸 시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김씨 측은 “수사가 시작되고 전화번호가 공개되면서 이상한 전화가 쇄도해 전화기를 바꿨다”며 “그 전화는 선거운동용으로 사용하다가 지금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이 지사 측 백종덕 변호사는 허경렬 경기남부경찰청장과 유현철 분당경찰서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23일 수원지검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백 변호사는 최근 한 식당 운영자로부터 경찰간부들이 뇌물을 수수했다는 제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백 변호사의 고발 예고에 대해 허 청장 등은 “강력히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백 변호사는 지난 6일 이 지사를 수사한 분당경찰서장 등 4명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하려다 이를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