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전쟁터였던 한반도 정중앙, 65년 막혔던 ‘길’ 텄다

정희완 기자

남북, 공동유해발굴용 도로 3㎞ 연결

‘동해선’ 개설 후 14년 만…남북 군인들 대화 나누기도

GP 파괴·JSA 비무장화 등 ‘9·19 군사합의’ 이행 순조

<b>군사분계선에서 ‘남북 악수’</b> 남북 공동유해발굴을 위한 도로 개설 작업에 참여한 양측 군인들이 11월 중순 무렵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부근에서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군사분계선에서 ‘남북 악수’ 남북 공동유해발굴을 위한 도로 개설 작업에 참여한 양측 군인들이 11월 중순 무렵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부근에서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남북이 22일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에서 전술도로를 연결했다. 내년 4월로 예상되는 공동유해발굴 작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한 길목을 뚫은 것이다. 도로 개설 과정에서 남북 군인들이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남북을 잇는 도로 개설은 14년 만이며, 특히 한반도 정중앙을 관통하는 도로가 생긴 것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이다.

국방부는 남북이 이날 강원 철원 화살머리고지에서 군사분계선을 지나는 도로의 연결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전술도로 길이는 북측 1.3㎞, 남측 1.7㎞ 등 총 3㎞가량이다. 도로 연결 부위 폭은 12m이고, 비포장 상태이다. 남북은 도로 다지기와 평탄화 작업, 배수로 설치 등을 연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남북은 지난달 1일부터 이 지역에서 지뢰 제거와 도로 개설 작업을 진행해왔다. 남측이 이날 오후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마무리 작업을 할 때 북측 인사들은 보이지 않았다. 남북이 작업을 교대로 하고 있는데, 북측은 오전에 작업을 마치고 철수했다고 한다.

그러나 앞선 작업 과정에서는 총부리를 겨누고 대치했던 남북 군인들은 화해와 평화를 상징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남측 부대장과 북측 책임자가 악수를 하는 등 남북 군인들이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대면한 것이다. 이들은 작업 진행 상황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특히 남북 군인들이 군사분계선을 바로 옆에 두고 각자 지역에서 작업을 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군사분계선 인근에는 소총 등으로 무장한 경계병들도 투입됐다. 북측 지역에 작업을 위한 굴착기와 대형 트럭이 투입된 모습도 보였다. ‘군사분계선’이라고 적힌 노란색 바탕의 팻말도 설치됐다.

남북이 본격적으로 공동유해발굴을 시작하기로 합의한 내년 4월 전후로 이 도로를 통해 왕래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방부는 “구체적인 도로 이용 방안은 남북이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남북을 잇는 도로가 생긴 것은 2003년 10월 경의선 도로, 2004년 12월 동해선 도로 개설 이후 14년 만이다.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뒤 한반도 가운데를 잇는 도로가 만들어진 것은 65년 만에 처음이다. 도로 개설은 남북관계 개선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교류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해왔다. 이번에는 DMZ 내에서 남북 군 당국이 주체가 돼 함께 도로를 연결하면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국방부는 “가장 치열했던 전쟁터의 한가운데에 남북을 연결하는 통로를 연 것은 과거 전쟁의 상흔을 치유하기 위한 공동유해발굴을 실효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도로 연결을 비롯해 감시초소(GP) 완전 파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 남북의 ‘9·19 군사합의’가 시간표대로 순조롭게 이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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