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노위 첫 회의]“투쟁 아닌 대화” 민주노총에 손 내민 대통령

사회적 타협 분위기 조성

“대화로 해결 방안 모색을

민주노총 빈자리 아쉬워”

탄력근로 논의 속도조절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 위촉장 수여식을 한 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왼쪽) 등 위원들과 함께 회의장인 충무실로 걸어가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문 위원장,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 문 대통령,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의 노사정 협의체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22일 청와대에서 첫 회의를 갖고 출범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사노위 회의에 앞서 노사정 대표들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위원회 합의가 실질적인 구속력을 갖도록 대통령 권한을 다해 보장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경사노위에 힘을 실어주는 첫 번째 제스처로 탄력근로제 기간을 확대하려는 국회 논의에 속도조절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경사노위에서 탄력근로제를 논의하면 국회도 결과를 기다려줄 것이다. 대통령도 국회에 시간을 더 달라고 부탁하겠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이 전했다. 또 “우리는 모두 개혁 주체로,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투쟁하는 게 아니라 대화·타협·양보·고통 분담으로 합리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정은 지난 5일 국정상설협의체에서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등 보완 입법 조치를 마무리한다”고 합의했다. 그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국회에 속도조절을 요청한 것은 반발하는 노동계를 설득하고, 사회적 타협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여겨진다.

정부 노동정책에 반발하며 경사노위 출범식에 불참한 민주노총에는 참여를 유도하는 명분이 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이 “노동계도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단서를 단 것도 이를 염두에 둔 때문이다.

경사노위 위원들은 문 대통령 퇴장 뒤 열린 1차 본회의에서 탄력근로제를 다룰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신설안을 의결했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회의 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노동계 2명, 사용자 2명 등 9명의 위원이 참여하는 노동시간제도개선위를 구성해 즉시 논의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탄력근로제 관련 논의 경과에 따라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본회의 참여 여부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사노위 회의에 참석한 17명의 노사정 대표들은 민주노총 불참에 아쉬움을 표하며 조속한 참여를 요청하는 권고문을 채택했다. 문 위원장은 회의에서 “법이 개정되고 반년이나 지나 출범하는 것은 그래도 민주노총과 함께하고자 하는 여러분들의 이해와 애정 때문이었다”며 울컥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한다.

경사노위 공익위원인 김진 변호사는 “쟁의행위 관련 손해배상 사건을 전수분석해보니 차령산맥 이북은 모두 김선수 변호사(현 대법관)가, 차령산맥 이남은 모두 문재인 변호사가 담당했다”고 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김 변호사는 “이런 분이 대통령이고 평생을 노동운동에 바친 문 위원장이 경사노위를 이끌고 있다”며 “또 그 어느 분보다 개방적 자세를 가진 민주노총의 김명환 위원장이 계시다. 그분이 위원장으로 계실 때 경사노위가 사회적 합의를 봐야 한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