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록 목사 1심서 징역 15년
재판부 “신앙 악용 성적 착취”
신도 8명을 4년여간 수십회에 걸쳐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75·사진)가 1심에서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 목사가 피해자들의 신앙심을 이용해 정신적으로 길들인 뒤 성적으로 착취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최근 교회 내 성폭력 피해자들의 폭로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법원이 종교계의 ‘그루밍 성범죄’를 인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정문성 부장판사)는 이 목사의 상습준강간·상습강제추행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이같이 선고했다.
사건 핵심은 피해자들이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어려운 ‘항거불능’ 상태에 놓였는지였다. 준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였다는 게 입증돼야 한다. 재판에서 이 목사 측은 피해자들이 20세가 넘은 성인 여성으로서 정상적인 지적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항거불능 상태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항거불능 상태가 맞다고 했다. “이 목사를 ‘성령’ 또는 ‘신적인 존재’로 여기는 교회 분위기 내에서 피해자들은 이 목사의 행위에 대해 판단하는 것을 큰 죄로 생각하고 절대적인 권위에 복종하는 신앙생활을 했다고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약 50세 정도 연상인 이 목사와 자발적으로 성관계를 원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해보면 피해자들은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고 이 목사는 이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중형 선고를 두고 “신도 수가 13만명에 달하는 대형교회 담임목사인 이 목사는 어린 시절부터 교회에 다니며 그에 대해 절대적인 믿음을 가진 피해자들의 처지를 악용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가장 행복하게 기억돼야 할 20대가 지우고 싶은 시간이 된 것에 대해 고통스러워하며 엄벌을 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목사는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채수지 기독교여성상담소 소장은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성숙한 엘리트 여성이 왜 목사를 따라갔느냐는 비난이 나오기 쉽지만 ‘심리적 지배’가 있다는 전제에서 보면 목회자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성폭력을 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채 소장은 “다른 교단에서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 점 역시 법원이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교회 측은 “당회장님(이 목사)의 무고함을 믿기에 바로 항소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