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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 ‘동네사람들’ ‘마동석 장르’의 부족한 2%

입력 : 
2018-11-21 15: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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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동네사람들’에서 사라진 여고생의 존재에 아무 관심 없는 동네 사람들 대신, 학생을 찾아 나서는 체육 선생님으로 분한 마동석. ‘히어로가 된 근육 소시민’ 열전을 또 한 번 펼친다. 이번엔 원빈 대신 조금 덩치 큰 ‘아저씨’를 만난 김새론과 함께다. 하지만 이 캐릭터의 변주가 이제 너무 겹친다는 느낌이 드는 건 나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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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동양 챔피언 복싱 선수 ‘기철’(마동석)은 복싱 코치로 일하다 불의를 참지 못하고 사고를 친 뒤 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부임한다. 한적한 시골 마을, 낯선 외지에서 홀로 사라진 친구를 찾아 헤매는 여고생 ‘유진’(김새론)을 만난 기철은 여고생이 사라졌지만 너무나 평온한 시골 마을에 의문을 갖는다. 동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기철은 실종된 여고생의 유일한 친구 유진과 함께 사라진 소녀를 찾기 위해 나선다. 그러나 기철은 누군가에 의해 그녀의 흔적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여고생을 찾아 나선다. 1000:1의 경쟁률을 뚫고 이창동 감독이 제작한 ‘여행자’에 캐스팅되며 10살에 대한민국 최연소 배우로 칸 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은 배우 김새론은 이후 ‘아저씨’로 약 620만 관객을 동원하며 얼굴을 알렸다. ‘동네사람들’에서 배우 김새론은 사라진 친구를 찾아 사건을 홀로 풀어 나가는 강인하고 똑 부러지는 여고생 캐릭터를 연기한다. ‘이웃사람’에서 어린 소녀와 동네 깡패 역을 맡았던 두 배우의 두 번째 만남으로, 주로 적수 없는 강한 캐릭터를 맡으며 남성 배우들과 숨 막히는 액션 합을 선보였던 마동석이 필모그래피 사상 최초로 선생님 캐릭터에 도전한다.

악랄한 범죄를 일삼는 영화 ‘범죄도시’에서 ‘위성락’ 역할로 마동석과 대립했던 진선규 또한 다시 한 번 온갖 비리와 범죄에 연루된 조직의 보스 ‘병두’로 활약한다. 이외에도 ‘시그널’, ‘감기’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이는 이상엽은 미술 교사로, 영화 데뷔작인 ‘도가니’에서부터 강렬한 존재감을 뽐낸 장광은 비밀의 열쇠를 쥔 이사장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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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하나의 장르가 된 ‘마동석표 액션과 유머’는 이 영화에서도 유효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서 많이 봤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아트박스 사장으로 분한 ‘베테랑’에서의 화려한 등장 이후, 약간의 유머를 겸비한 ‘소시민 근육맨’ 이미지가 너무 많은 작품에서 재탕됐기 때문. 별다른 도구 없이 손만 대도 쓰러지는 액션 신에서 마동석을 멈출 악인이 과연 있을까. 다소 부족한 내러티브와 연출력을 마동석이 짊어지고 가려 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실종된 여고생 ‘수연’이 마지막 흔적을 남긴 휴게소 화장실 신과 유진이 범인에게 납치될 뻔한 뚝방 다리 아래 장면은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기도 한다. 여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지만,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즐기지 않는 복합적인 성격의 미술 교사 역을 맡은 이상엽의 악역 변신과, 처음엔 기철을 돕지 않다가 나중엔 결정적인 팁을 제공하는 지구대 경찰 역 오희준의 신 스틸러감 연기도 빛을 발한다. 동네사람들은 ‘해적, 디스코왕 되다’ 조연출을 거쳐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그린 ‘슈퍼스타’로 데뷔한 임진순 감독 작품이다. 임 감독과 오랜 친분이 있었던 마동석은 시나리오를 함께 읽고, 수년간 캐릭터 구축에 힘을 보탠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만 해도 ‘동네사람들’ 외에 지난 8월 개봉한 영화 ‘신과함께-인과연’을 시작으로 ‘챔피언’, ‘원더풀 고스트’와 개봉 예정인 ‘성난황소’, ‘악인전’까지 소화한 마동석. 다음 작품에서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마동석의 다른 모습을 기대해 본다.

[글 최재민 사진 리틀빅픽쳐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5호 (18.11.2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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