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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반려의 삶을 사는 법-찍으면, 작품이 된다 사진 앱

입력 : 
2018-11-21 15: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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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 수리와 함께 맞는 첫 새해를 앞두고 그럴듯한 선물을 하고 싶던 나는 수리 모습을 담아 달력을 만들기로 했다. 공원에서 카페에서 틈틈이 사진을 찍었지만, 수십 장을 찍어도 한 장 겨우 건질까 말까. 얼굴이 까만 수리라 어떻게 해도 표정을 담아내지 못했다. 오호통재라, 탄식만 하다 새해를 맞았다. 만에 하나 가능성을 인정해서 올해는 번듯한 연장들을 장만해 두었다.

사진설명
고네코(Goneko)
얼마 전 SNS에서 ‘망한 반려동물 사진 대회’가 유행했다. 일본의 한 트위터리언이 ‘망친 고양이 사진’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반려묘의 우스꽝스러운 사진을 올린 것이 시초였다. 이를 본 집사들은 자신이 키우는 반려묘의 굴욕 컷을 앞다투어 게시하며 열띤 릴레이를 이어 갔고, 망가진 주인공도 고양이에서 개로 또 앵무새, 햄스터, 토끼로 확산됐다. 반려동물이 가장 예쁜 찰나를 담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셔터를 눌러 댔던 그간의 애환을 토해 내는 듯도 했다. 그런데 최고의 폭망 사진을 내보이는 그들에게서 부끄러움이 아니라 자부심을 발견한 건 나뿐이었을까. 사실 이런 이벤트는 한때 붐일 뿐, 기본적으로 SNS에는 ‘예쁜 내 새끼’ 사진이 넘쳐난다. 감탄을 자아내는 미모에다 독특한 표정과 자세로 저절로 ‘좋아요’를 누르게 되는 스타견과 스타묘도 많다. 그들 사진을 들여다보노라면 ‘이런 건 도대체 어떻게 찍었을까?’ 무지 궁금해진다. 표정은 포기하고 까만 얼굴이나마 찍겠다고 휴대폰을 들이대면 수리는 대번에 고개를 돌려 버리고, 겨우 초점을 맞춰 놓으면 슬그머니 돌아앉거나 뒷걸음질쳐 버린다. 하여 갈급한 심정으로 찾아냈다. ‘반려동물 A컷’을 위한 휴대폰 연장들!

사진설명
위나인(WiNINE), 펀샵
➊ ‘고네코(GoNeKo)’는 고양이 전용 카메라 앱이다. 사진 촬영에 심드렁한 냥이를 유혹하기 위해 소리를 들려주는 음성 기능과, 움직이는 화면을 보여주는 놀이 기능을 담았다. 고양이, 개, 소, 양, 새, 벌레 등 반려묘가 좋아하는 소리를 선택할 수 있고, 촬영 버튼을 누르고 있는 동안 계속 소리가 나고 손을 떼면 사진이 찍힌다. 선보정 기능으로 촬영 후 필터를 설정하거나 후보정하는 수고로움도 덜어 준다. 레이저, 공, 벌레, 깃털 등이 움직이는 화면은 촬영 때가 아니라도 평소 훌륭한 놀잇감이 된다. 귀가 쫑긋 서고 동공이 확장된 호기심 가득한 반려묘의 사진을 마구 건져 보자. ➋ ‘푸미(Poomy)’ 앱 역시 멍냥이의 주의를 끄는 여러 가지 소리 버튼이 있다. 하지만 푸미의 강점은 재미있고 깜찍한 스티커다. 움직이는 스티커와 GIF 이미지, 직접 글을 써 넣을 수 있는 말풍선 기능을 지원해, 헬리콥터 모자 쓴 멍이, 뉴스에 나온 냥이 등 개성 만발한 샷을 남길 수 있다.

➌ 참신하고 기발한 소품도 있다. ‘여기보시개’는 간식이나 장난감을 끼울 수 있는 실리콘 클립이다. 휴대폰 렌즈 옆에 클립을 부착하고 간식이나 장난감을 끼우면, 반려동물이 초롱초롱 빛나는 눈망울로 렌즈를 똑바로 응시하게 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입맛을 다시거나 혀를 쏙 내민 표정은 기본 옵션. 수리처럼 어지간해서는 렌즈를 바라봐 주지 않아 “여기 봐. 여기, 여기~”를 목청껏 외쳐야 하는 반려인에게 유용하겠다. 클립은 휴대폰 거치대와, 멍냥이 칫솔꽂이로도 활용 가능하니 쓸모도 좋다.

➍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려인의 실력과 반려동물의 원판에 여전히 아쉬움이 있다면, 소품을 활용해 부족한 2%를 채워 보자. 온라인 숍에서 구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케이프와 스카프, 안경, 머리띠, 가발 등을 살짝 얹어만 주면 별다른 공을 들이지 않아도 훌륭한 작품이 나온다. 좀처럼 캐치하기 힘든 반려동물의 결정적인 순간, 찾아오지 않으면 찾아가면 된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수리맘) 사진 고네코(Goneko), 펀샵, 위나인(WiNINE)]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5호 (18.11.2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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