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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In between_ unclosed Landscape’ 전…점과 선의 ‘퍼즐’ 같은 관계 이야기

입력 : 
2018-11-21 15: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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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을 이용해 다양한 이미지와 메시지를 전달해온 작가 손원영의 초대 개인전 ‘In between_ unclosed Landscape’가 열리고 있다. 손 작가는 초기 오브제에서 이제는 더욱 확장되고 깊어진 퍼즐과 대화한다. 회화와 판화, 여백과 오브제 사이에서 어떤 교감이 이루어지는 지를 보여준다.

사진설명
Info 기간 ~2019년 12월1일 장소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 갤러리포월스 시간 10:00~19:00 *일요일 휴관
중앙대학교 미술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홍익대학교에서 미술학 박사 학위를 받은 손원영 작가는 그간 80번의 전시, 기획전, 개인전을 열며 활발한 활동을 벌여 왔다. 그가 발표한 작품들에서 우리는 몇 개의 키워드를 발견하게 된다. 그중에서 특히 최근까지 손원영 작가가 붙들고, 고민하고, 해체하고 새롭게 해석하는 것은 ‘사이 Between’ ‘관계 Relations’이다. 그녀가 이것들을 화폭에 담아내는 ‘조형의 언어’는 ‘퍼즐 puzzle’이다.

손 작가의 작품에서 ‘퍼즐’은 중요한 요소이자 모티브이다. 퍼즐은 마치 커다란 유기체를 형성하고 있는 세포를 세밀한 현미경으로 관찰해 화폭에 담아내듯 확장하고, 관계를 맺고, 적당한 사이를 두며 색으로 채워나간다. 이는 외형적 이미지의 퍼즐이 ‘의미’로서 확인되는 과정이다. 그는 퍼즐을 그려나가면서 이미지를 해체하는 동시에 재구성한다. 기존의 회화적 기법처럼 하나의 완전무결한 완성체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30가지 이상의 색의 물감을 뿌려서 겹친 후 그 위에 퍼즐을 선으로 그려내고 중첩하여 이미지를 만들어 나간다. 이 과정을 통해서 작품 속에서 드러나는 이미지는 관람자와 작품의 거리에 따라 다양한 각도로 해석 가능하다.

그녀는 세계와 관계를 맺고 있는 존재인 인간이 자기 외의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서 만들어나가는 ‘관계(relationship)’를 조형화한다. 직소 퍼즐(jigsaw puzzle)을 모티브로 하여 다각적인 실험과 변주로 회화와 설치 등 조형적 탐구를 이어오고 있다.

2012년 이후의 작업에서는 ‘나를 둘러싼 풍경’이라는 작은 제목 아래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과 공간에 대해 탐구하고 표현하는 중이다. 내가 존재하기 이전부터 세상에 있었던 타자는 ‘나’와 만나고 관계 맺는 그 순간 비로소 존재하는 의미를 가진다. ‘관계’란 ‘나’인 동시에 ‘나가 아닌 것’, 그리고 나도 대상도 아닌 그 ‘사이’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이’란 협의로는 물리적인 거리에서부터 시작해 넓은 의미에서는 나와 세상과의 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지점이다. 그리고 나와 세상의 ‘사이’는 무수한 관계들이 존재하는 잠재적인 장이다. 손원영 작가의 작업은 초기의 관조적인 시각을 벗어나 점차 대상과 대상의 ‘사이’를 바라보고 나와 사물 사이의 겹침에 주목한다. 대상이 품고 있는 시간과 시간 사이를, 일상과 사물의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를 작품 안에 표현하며, 작가 스스로가 세상과 대면하고 직접 경험한 장소와 사람을 그려나가면서 관계의 모습을 드러내고자 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그간 자연을 위주로 화폭에 담아왔던 작업뿐 아니라, 작가가 생활이나 여행을 통해 만난 다양한 길과 공간들이 작품 안에 등장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을지로’란 특정 언어는 매우 독특하고 흥미롭다. 아마도 10년간 작가의 작업실이 있던 을지로 골목의 풍경과 그곳 사람들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일 것이다. 손 작가는 우리가 잊고 있던 공간, 혹은 장소들, 일테면 일상에서 무심히 스쳐 지나갔던 ‘곳의 풍경’을 담아내는데 이는 시각적 인지에 그치지 않는 ‘보존으로서의 가치’ 혹은 ‘존재의 이유’를 일깨운다. 사람의 숨소리와 손길이 살아있는 한 인간과 장소가 만들어내는 ‘그곳만의 스토리’는 꽤 괜찮은 관계를 만들어낸다고 보기 때문이다.

[글 김은정(프리랜서) 사진 ‘In between_ unclosed Landscape’ 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5호 (18.11.2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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