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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피스 디자인이 달라지고 있다…홈라이크 오피스

입력 : 
2018-11-21 15: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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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같은 사무실, 웰빙 사무실. 집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고급 자재와 가구, 최첨단 IT기술로 무장한 사무실. 직원의 창의력을 어떻게든 끌어올려 보겠다는 다짐이 느껴지는 럭셔리 스페이스는 이미 흔하디 흔하다. 하지만 과연 이게 최선일까?

사진설명
여러 사람을 광장에 모이게 하는 콘셉트의 오픈형 오피스에서, 집처럼 편하고 혼자 있을 수 있게 하는 ‘홈라이크 오피스’에 주목해야 하는 시대다.
공간이 정체성을 드러내는 시각 언어라 여기게 되면서 많은 브랜드가 자신만의 색깔을 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예를 들어보자. 2000년에 지어진 픽사의 캘리포니아 스튜디오는 광활한 거실(?)을 건물 중앙에 두었다. 오가는 직원이 우연히 만날 수 있도록, 마치 좌뇌와 우뇌의 에너지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설계된 것이다. 불가능한 것들의 결합과 창의를 최우선으로 하는 브랜드의 전형적인 발상이다. 페이스북은 옥상에 수천 그루의 나무를 심어 두뇌의 피로를 풀 수 있도록 배려했고, 구글은 ‘사내에서 먹고 놀고 마시게 하라’는 모토로 오락실, 운동 시설, 산책로, 레스토랑 등을 빼곡히 갖춘 캠퍼스를 창조했다. ‘디자인 경영’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현대카드는 사옥 투어까지 진행하며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알렸다. 여기까지의 오피스 디자인의 방향은 이렇다. 브랜드 정체성과 사세를 적극적으로 드러낼 것. 그리고 사원의 창의력과 복지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할 것. 그러다 보니 난다 긴다 하는 회사의 사옥은 상상 초월 ‘드림 스페이스’로 변해 갔다. 유명 디자이너의 가구, 아트 작품은 기본이고 엄청난 스케일의 로비, 세심하고 기능적인 복지 시설로 채운다. 회사 문을 나와 일상으로 돌아가면 절대 경험하지 못할 질적 우위. 그런데 이렇게 멋지고 쾌적한 공간이라면 직원들이 종일 편안할까? 이런 의문은 일과 사무실의 경계가 허물어진 요즘 부쩍 늘었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20, 30대는 사생활과 직장을 명쾌하게 가르지 않는다. 모바일 디바이스로 24시간 연결돼 있는 그들에겐 일터나 집이나 마찬가지 공간이다. 그래서 오피스 공간이 이벤트나 축제의 장처럼 꾸며지는 걸 오히려 부담스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일터든 집이든 개인의 삶에 가장 최적화된 모듈로 꾸며지는 걸 원하는 건 아닐까?

미래 디지털 시대 직장 문제를 다루는 싱크탱크 ‘퓨처스 센터’는 미래의 사무 공간은 일과 사생활 사이에 놓인 핵심 공간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데이비드 갤우로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회사 안에 복지 시설이 충분한 것은 확실히 귀속감과 생산성을 높여 준다. 하지만 최근 중요한 것은 회사라는 공간으로 개인의 모든 것을 가지고 올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워라밸이 개인의 삶과 일 사이에 확실한 선을 그어야 한다는 개념이었다면, 요즘엔 그 경계가 흐려지고 때로는 사라지고 있다. 직원들이 회사 업무를 집에서 수용하듯 회사의 업무 공간도 개인의 삶을 충분히 수용해야 한다.” 이런 경향을 반영해 최근 생긴 디자인 트렌드가 바로 ‘홈라이크 오피스(Home like office)’. 우리 집처럼 아늑하고 편안한 환경의 사무 공간을 조성해 직장인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것을 말한다.

차가운 소재 대신 패브릭처럼 부드러운 소재를 사용하고 눈이 편안한 컬러로 집안 분위기를 연출하는 건 기본이다. 프라이빗 오피스, 직원 개개인이 언제든 독립된 사무 공간을 이용 가능하게 하는 모바일, 유닛 형태의 구조를 고안하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이미 수많은 브랜드에서 프라이빗 오피스로 변신하는 모바일 가구들을 출시 중이다. 노트북과 모바일만 있으면 어디서나 일을 할 수 있는 시대다 보니 개인의 공간은 일로 간섭받게 마련이다. ‘애프터 식스 이후엔 일 생각 금지’라는 공약은 구시대 유물이 된 요즘. 삶의 밸런스를 유지하려면 사무실이라는 공간에 개인의 삶이 함께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글 한희(문화평론가) 사진 언스플래쉬(jeff-sheldon, johnson-wang)]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5호 (18.11.2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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