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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차 관람’과 싱어롱 상영회 열풍…‘보헤미안 랩소디’가 소환해낸 것들

입력 : 
2018-11-21 16: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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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2018년 말 극장가의 최대 화두는 퀸의 자전적 스토리를 그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다. 극장이 비수기인 탓도 있지만, 한 편의 음악 영화가 형성한 사회적 영향력이 꽤나 거세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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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랩소디’
나와 아내는 평소 영화적, 음악적 취향이 꽤나 잘 맞아떨어진다. 그런데 분명한 간극은 존재한다. 내가 펑크 록, 하드 록, 헤비메탈, 모던 록까지 여러 장르를 좋아한다면, 아내는 1990년대 이후의 모던 록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건 살아온 세월의 연식에서 발생한 틈새일 뿐이다. 아무튼, 그런 아내와 나는 주말이면 극장 영화 관람을 두고 작은 전쟁을 치른다. ‘이번 주말에는 무슨 영화를 볼까?’를 두고 옥신각신한다는 말이다. 지난 주말에는 내가 우선권을 가졌다. “금주에 개봉한 퀸의 전기 영화가 재미있대. 보러 가자”고 했다. 그때 돌아온 아내의 답. “나는 퀸 음악을 잘 모르는데?” 아무튼 우리는 ‘보헤미안 랩소디 Bohemian Rhapsody’를 예매했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녀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리고 제작사 20세기폭스의 타이틀이 플레이될 때 우리는 이 영화가 심상치 않을 것임을 직감했다. 한 세기 동안 들어왔던 ‘빰빠바~’ 뮤직이 드럼과 전자 기타 사운드로 무장한 로큰롤 버전으로 들려왔기에 그랬다. 두 시간가량의 러닝 타임이 감동의 눈물과 함께 훌쩍 지나 버렸다. 극장 밖으로 나서며 아내가 하는 말, “퀸은 정말 히트곡이 많구나. 영화에 나오는 노래를 다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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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랩소디’
다시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됐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말 그대로 신드롬이 되어 있었다. 퀸을 좋아하는 팬은 물론, 단순히 록 뮤직을 사랑하는 음악 마니아, 영문도 모른 채 영화를 보고 퀸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N차 관람’이라는 표제를 걸며 음악 영화 한 편에 열광하고 있었다. 나 역시 노래를 따라부르는 ‘싱어롱(sing along) 상영회’가 허용된 여의도의 한 극장을 다시 한 번 방문했다. 넥타이 부대라고 일컬을 만한 직장인들이 퇴근 후 극장에 와 영화 속 퀸의 1985년 컴백 무대로 잘 알려진 페스티벌 ‘라이브 에이드 Live Aid’ 시퀀스에서 그들의 노래를 ‘떼창’하는 진풍경을 목도했다. 프레디 머큐리의 피아노 반주로 시작되는 ‘Bohemian Rhapsody’, ‘Radio Ga Ga’를 거쳐 프레디가 당시 관객들에게 따라 하라며 권유했던 ‘Ah-Oh’까지 완벽하게 소리지른다. 연이어 ‘Hammer to Fall’, ‘We Are the Champions’까지. 이게 극장인지 라이브 홀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다. 이렇게 20분간의 떼창이 허용되는 ‘싱어롱 상영회’는 기한이 연장되었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극장에서는 퀸의 놀라운 히트곡들이 함께 불리고 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하드 록과 헤비메탈 팬이라 자부하는 필자는 결코 퀸의 골수 팬이 아니다. 퀸은 내가 열광적으로 사랑하는 밴드도, 지독히 싫어하는 밴드도 아니었다. 그런데 나는 퀸의 모든 히트곡을 다 알고 있다. 사실 나는 레드 제플린의 전곡을 다 알지 못한다. 딥 퍼플은 더 모른다. 그냥 앨범이 단 한 장뿐인 섹스 피스톨즈의 트랙은 다 안다. 메탈리카도 거의 다 안다. 그런데 퀸만큼 모든 곡이 친근하고 정겨운 밴드는 없다는 게 솔직한 결론. 퀸의 많은 앨범 중에서 내가 유일하게 앨범 내지가 닳도록 들여다보고 들은 건 오히려 사람들에게 덜 알려진 영화 ‘하이랜더 Highlander’(1986)의 사운드 트랙 ‘A Kind of Magic’이다. 영화 속에서도 이 앨범에 담긴, 필자의 최애곡 ‘Who Wants to Live Forever’가 잠시 흘러나온다. 어찌나 반갑던지. 각설하고 나를 포함한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퀸의 노래는 대충이라도 다 안다. 스포츠 시즌이면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We Will Rock You’와 ‘We Are the Champions’ 때문이라도 다 알고, 영화 제목이자 좋게 말하면 록 오페라, 나쁘게 말하면 대단히 웃긴 노래 ‘Bohemian Rhapsody’도 다 안다. 더욱이 전 세계적 러브송이라 치부해도 과언이 아닐 ‘Love of My Life’는 굉장히 유명하다. 아무튼 퀸의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더 적을 정도로 유명하다. 그러니까 퀸은 아주 전설적인 밴드라 해도 빈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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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랩소디’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도 아는 퀸 다시 영화로 돌아가볼 때, 한 편의 ‘음악 영화’(이 장르는 아티스트의 삶을 조명한 전기 영화와, 음악을 소재로 만든 극영화 두 가지 정도로 분류되겠다)가 이토록 ‘신드롬’이라는 단어가 적합할 만큼 열풍이 불었던 경우는 국내 영화 개봉 역사상 없지 않을까 싶다. 사실 ‘유주얼 서스펙트 The Usual Suspects’ ‘엑스맨 X-Men’ 시리즈로 잘 알려진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았다고 들었을 때 시큰둥하긴 했다. 에이즈로 1991년 사망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를 다시 소환하여 뻔한 전기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세상을 떠난 유명 뮤지션의 전기 영화들을 익히 보아 왔다. 그리고 그 작품들은 대부분 흥행에 있어선 그리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음도 알고 있다. 아마 브라이언 싱어의 ‘보헤미안 랩소디’ 제작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런 추억 팔이 정도쯤으로 생각했기에 기대감이 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뚜껑을 연 ‘보헤미안 랩소디’는 조금 다른 시선을 담고 있었다. 퀸을 알든 알지 못하든, 그들의 노래를 아는 이들에게 이 작품은 퀸이 어떻게 결성된 밴드고, 그들의 주옥 같은 히트곡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각 멤버들은 어떤 관계를 형성했고, 프런트맨 프레디 머큐리는 과연 어떤 인물이었는지를 알려주는, 대단히 광범위한 주제를 퀸의 음악을 알고리즘으로 구축한 멋진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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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퀸과 동시대를 호흡했던 중년 이상 관객들에게는 추억을, 퀸이 대체 어떤 밴드였는지 모른 채 음악만 알고 있던 밀레니얼들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정보를 함께 던지며 신드롬을 일으킬 수 있었을 것이다. 상영관 내부로 들어서면 다양한 연령층이 공존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 다양한 연령층은 단절된 극장 내에서 굉장한 동질감을 가진다. 내가 눈물을 흘리며 옆 좌석을 슬쩍 돌아보면 그도 눈물을 훔치고 있다. 아마 이 눈물이 브라이언 싱어가 의도한 연출적 덫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동시에 그 ‘Bohemian Rhapsody’의 ‘갈릴레오~’ 부분이 어떻게 녹음되었는지, 브라질 리우 공연에서 관객들이 함께 불러 준 ‘Love of My Life’의 감흥을 다시 한번 느끼기 위해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가 어떤 방식으로 ‘We Will Rock You’를 만들어 냈는지가 전율을 느끼게 만든다. 동시에 감독은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캐스팅을 통해 영화를 조금 더 기억 속 퀸과 매치업시켰고, 프레디 머큐리의 정체성의 변화와 한 인간의 고독을 꽤나 진지하게 담아냈다. 어쩌면 극장가에서 다시는 이런 신드롬을 구경하지 못할 정도의 멋진 영화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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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이즈본’
▶시대와 사회를 고찰한 음악 영화의 위력 돌이켜볼 때 음악 영화는 음악과 영화가 각각 가진 사회적 통찰에 대한 교집합을 형성해 온 듯하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매료되었던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영화 ‘올모스트 페이머스 Almost Famous’(2000)는 1970년대 하드 록의 정서를 담아내며 저널리즘적 시선으로 청춘 군상을 그려 낸 작품이었다. 또, 우리가 기억하는 바에 따르면 앨런 파커 감독의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 Pink Floyd: The Wall’(1982)은 음악 영화로서는 대단한 정치적 성취를 거둔 작품이었다. 참, 이 작품의 주연을 맡은 밥 겔도프가 바로 ‘보헤미안 랩소디’의 클라이맥스를 이루는 1985년 아프리카 기아 난민을 위한 범세계적 자선 공연 ‘라이브 에이드’의 기획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여전히 정치색을 강렬하게 표출하는 감독인 올리버 스톤의 ‘도어즈 The Doors’(1991)가 동일한 맥락에서 1960년 후반의 사이키델릭 록 전성기 중에서의 반전과 히피 그리고 마약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어쩌면 ‘도어즈’는 2018년의 ‘보헤미안 랩소디’와 가장 닮아 있는 작품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1970년대 마약 과다 복용으로 요절한(음악적으로) ‘성스러운 3J(짐 모리슨, 지미 헨드릭스, 제니스 조플린)’의 짐 모리슨과 배우 발 킬머의 완벽한 싱크로율과 함께 밴드와 한 개인의 혼돈 및 몰락을 그려 냈던 영화라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종일관 몽환적이고 음울하게 흘러갔던 ‘도어즈’는 아주 높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보헤미안 랩소디’와 같은 사회적 파장을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 아, ‘보헤미안 랩소디’의 프레디 머큐리 분량과 조금 더 접합되는 영화는 토드 헤인즈 감독의 ‘벨벳 골드마인 Velvet Goldmine’(1998)을 꼽을 수 있겠다. 이 작품은 1970년대 반짝이는 글램 록 시대의 레전드인 이기 팝과 데이비드 보위를 캐릭터화한 가상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극적으로 펼쳐 낸다. 토드 헤인즈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음악 영화이기도 한 영화는 흐름 속에서 성 정체성과 젠더에 대한 꽤나 진지한 고찰을 그려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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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벳골드마인’
이런 음악 영화의 역사적 발전 및 흐름 속에서 21세기를 맞이한 국내 관객들은 음악적 트렌드가 인디 성향의 뮤지션들에게 포커싱되면서 소개된 ‘원스 Once’(2006)적 취향으로 발전되었다. 동시대적 음악에 관객들이 조금 더 친숙함을 느꼈다고나 할까. 글렌 핸사드와 마르게타 이글로바라는 실제 음악인의 라이프스타일과 로맨스가 동시대적 호흡으로 다가섰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비롯된 국내 음악 영화의 흥행(박스오피스 1위를 의미하는 게 아님을 강조한다)은 ‘원스’의 감독 존 카니가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이후 밴드 마룬 파이브의 프런트맨 애덤 리바인과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 마크 러팔로를 기용해 만든 ‘비긴 어게인 Begin Again’(2013)으로 다시 한번 음악 영화 국내 흥행을 이끌어냈다. 음악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이 제목을 따서 만들어졌을 정도니 꽤나 성공한 건 틀림없다. 존 카니 감독은 자신의 음악 영화 연출 능력을 선보이는 ‘싱 스트리트 Sing Street’(2016)로 관객들을 또 한번 사로잡았다. 이 영화는 1980년대의 팝 감수성으로 관객을 매료시켰다. 그리고 ‘보헤미안 랩소디’ 직전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았던 ‘스타 이즈 본 A Star Is Born’(2018)이 있다. 배우 브래들리 쿠퍼가 직접 연출과 주연을 맡았고, 음악 신에서 뮤즈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레이디 가가가 본연의 모습으로 진지하게 연기와 음악을 한다. 서정성을 지닌 음악 영화로서 큰 흥행을 이루진 못했지만 인디 영화 신에서 ‘스타 이즈 본’은 여전히 각광을 받고 있다. 존 카니 감독에서부터 시작된 음악 영화 붐은 정치, 사회적 의미를 내포하기보다는 단순히 ‘음악’과 ‘로맨스’라는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영화로서 음악을 포장하고, 그 음악이 대중에게 회자되는 그런 미디어적 연계성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만, 이것이 신드롬으로까지 이어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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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보헤미안 랩소디’의 이유 있는 인기 이제 다시 브라이언 싱어의 ‘보헤미안 랩소디’로 돌아와야겠다. 익히 말했듯, 이 영화는 음악 영화로서는 역대 국내 박스오피스에서는 톱에 랭크될 만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입에서 입으로 회자되고, 지금 당장에라도 FM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면 한 프로그램당 한 곡씩은 퀸의 트랙들을 플레이하고 있을 정도다. 오죽하면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상영관이 열려 있겠나. 그런데 ‘보헤미안 랩소디’ 신드롬은 호불호와 찬반양론의 갈래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더 흥미롭다. 한 영화 평론가는 자신의 SNS를 통해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전설이 아니라 브라이언 싱어 연출력의 몰락과 꼰대력을 목격하게 만드는 영화였다”고 평하며, 영화적 스펙터클 결핍을 지적하기도 했다. 차라리 공연 영상을 극장에서 틀어 주는 게 낫다는 또 다른 저널리스트의 평도 있었다. 더불어 뉴미디어 매체인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프레디 머큐리를 보여 주지 않았다’는 제목의 해외 리뷰를 게재했다. 이 기사의 발문에는 “‘보헤미안 랩소디’ 예고편이 게이/바이 슈퍼스타 프레디 머큐리가 여성과 만나고 사귀는 것은 보여 주지만 남성을 사랑하는 것을 보여 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화난 사람이 나 말고 또 있나?”라고 기재되며, 영화 속에서 머큐리의 섹슈얼리티와 에이즈로 고통받은 시간에 대한 묘사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또 이에 대해 많은 이들이 약간의 적개심을 가지고 응수하고 있기도 하다.

한 영화를 두고 설왕설래할 수 있는 논점이 도출되었다는 것은 그 작품이 가진 파급력이 개봉 후 상당히 강해졌음을 의미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굉장히 좋았다. 하지만 ‘나 아닌 다른 이는 이렇게 볼 수도 있구나’라는 다양한 소통의 장이 열린 셈이다. (사실 프레디 머큐리가 게이였으며, 에이즈로 사망했다는 팩트를 역사적으로 인지하고 있던)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은 이 영화가 묘사한 은유적 부분을 통해서도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말이다. 만일 ‘보헤미안 랩소디’가 토드 헤인즈의 ‘벨벳 골드마인’ 분위기로 흘러갔다면 과연 이토록 많은 이들에게 ‘N차 관람’과 ‘싱어롱’ 열풍으로 이어질 수 있었을까? 만일 그랬다면 우리가 사랑했던 퀸의 주옥 같은 트랙들이 다시금 차트 역주행을 이끌어 내며 동시대의 노래로 인지될 수 있었을까? 그래서 필자는 이 정도 수준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수 있도록) 섹슈얼리티를 내포했으면 되지 않았나 싶다. 일부분 ‘백인, 스트레이트’의 우월성이 담보된 장면이 포함된 영화라 할지라도, 다양성 수용의 측면에서 점진적으로 나아갔다고도 보인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원스’처럼 제작비 18만 유로(한화 약 2억3000만 원)짜리 저예산 영화가 아니다. 미화 5200만 달러(한화 약 587억 원)의 거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이다. 상업 영화로 만들어진 ‘보헤미안 랩소디’가, 더욱이 멤버였던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가 제작에 함께 참여한 만큼, 퀸을 조금 더 멋스러운 전설로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만일 조금 더 깊숙한 내면의 세계를 포용하고자 한다면 넷플릭스의 채널에서 ‘프레디 머큐리의 진실’과 같은 다큐멘터리 제작을 기대해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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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더라인’
▶이게 다 ‘보헤미안 랩소디’ 때문이다 어떤 평가를 받고 있든 ‘보헤미안 랩소디’는 한국에서 100만 관객을 넘어 그 이상의 고지로 향하며 순항 중이다. 대단한 블록버스터 영화는 아니지만 관람한 이들에 의해, 또 다른 채널의 도움을 받아 가며 퀸과 퀸의 멤버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 낸 노래들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어디에서도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힘들었던, 그들과 동시대를 지냈던 그리고 우리의 동시대 ‘관객들’이 열정적으로 퀸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즐긴다. 사실 이것만으로 한 편의 음악 영화가 만들어 낸 사회적 파장은 중요한 의미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 어떤 뮤직 아티스트의 전기 영화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지금 고인이 된 프레디 머큐리와 그의 가족이라 불러도 무방할 멤버들의 열정이 성취해 냈다.

동시에 ‘보헤미안 랩소디’는 극장에서는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까지 침묵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을 타파했다. 앞으로 어떤 음악 영화가 관객들에게 각광 받을지 모르겠지만, 이처럼 극장을 페스티벌 장으로 만드는 행위는 다시금 도래하게 될 것이다. 마치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호러 시리즈 ‘킹덤’이 1990년대 세기말의 심야 상영 붐을 일으켰던 것처럼.

나는 오늘도 퀸의 노래를 듣고 있고, 퀸의 ‘라이브 에이드’ 실황을 유튜브로 다시 시청하고 있으며, 집에 돌아가면 퀸의 ‘몬트리올 라이브’ DVD를 재생한다. 이런 내 곁에서 아내는 ‘We Will Rock You’ 라이브 실황을 보며 (층간 소음을 무시한 채) 발을 구르고 박수를 친다. 이게 다 ‘보헤미안 랩소디’ 때문이다.

[글 이주영(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사진 Daum영화, 20세기폭스코리아, 판시네마,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영화사진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5호 (18.11.2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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