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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윤석, 주지훈 “이런 형사물은 처음” 욕설, 액션, 추격 없는 ‘암수살인’

박찬은 기자
입력 : 
2018-11-21 16: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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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범죄가 실제로 발생했으나 수사기관에 인지되지 않거나 용의자 신원 파악 등이 해결되지 않아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은 범죄, ‘암수살인(暗數殺人, hidden crime)’. 이미 수감된 살인범이 감옥 안에서 자신의 여죄를 자백하고, 형사는 그 자백만으로 이를 쫓는다. 2010년, 부산에서 벌어진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한 범죄 실화 영화 ‘암수살인’이 378만 명(11월13일 기준)을 넘겼다. 간만에 주먹이나 욕설, 조폭이 아닌 ‘머리’를 쓰는 범죄 영화가 나왔다는 평가다. 배우 김윤석과 주지훈은 서브와 리시브를 주고 받으며 한 치도 밀리지 않은 채 대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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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살인 -감독 : 김태균 | -출연 : 김윤석, 주지훈, 문정희, 진선규

Synopsis 수감된 살인범 강태오(주지훈)는 형사 김형민(김윤석)에게 추가 살인을 자백한다. 형사의 직감으로 자백이 사실임을 확신하게 된 형민은, 태오가 적어준 7개의 살인 리스트를 믿고 수사에 들어간다. 태오의 추가 살인은 신고도, 시체도, 수사도 없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암수사건. 실적과 고과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사건을 쫓는 형민은 사건을 흘리며 도발하는 태오가 거짓과 진실을 교묘히 뒤섞고 있다는 걸 알게 되지만 수사를 포기하지 않는다. 태오는 감형을 요구하고 진술마저 오락가락, 다가오는 공소시효와 부족한 증거로 인해 수사는 난항을 겪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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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실화를 영화화한 김태균 감독

“범인을 쫓는 물리적 에너지보다 피해자에 초점을 맞춘 영화”

‘암수살인’은 한국영화에서 아직 한 번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미지의 소재.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사건을 접한 감독은 방송 다음날, 무작정 부산에 내려가 실제 주인공인 김정수 형사를 만난다. 그리고 그의 일상부터 사건 현장, 동료들의 형사에 대한 평가, 정보원까지 만난 후 6년간 이 영화를 준비한다. “기존의 장르 영화처럼 피해자를 증거나 도구로 이용하지 않고 사람으로 담으려 애쓰는, 결이 다른 형사물”이라고 밝힌 김태균 감독은 “누군가의 딸, 엄마였을 한 사람에 집중한 형사의 모습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고 밝히고 있다. “김윤석 배우라면 김형민 형사만이 가지는 어떤 따뜻함, 피해자를 쫓고 있는 그 눈빛을 표현해줄 것 같았어요. 영화 ‘아수라’에서 주지훈(문선모 역) 배우가 자신을 조직에 잠입시킨 선배 형사 한도경(정우성)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가거든요. 그때 피디에게 ‘우리, 태오를 찾은 것 같아’고 말했죠. 굉장히 다층적인 인간의 감정을 잘 소화해내더라고요.” ‘추격자’ ‘1987’까지 ‘형사 끝판왕’이라 불릴 정도로 형사 역을 많이 한 김윤석은 “욕 잘하고 싸움 잘하는 형사가 아니라, 범인을 구슬리며 차근차근 사건을 되짚어 가며 마지막 피해자까지 쫓는 김형민 형사가 인생 캐릭터였다”고 말한다. ‘신과 함께’의 해원맥과 ‘공작’의 정무택으로 올 여름 극장가를 휩쓴 주지훈은 감옥 안에서 손바닥 위에서 형사를 갖고 노는 지능형 살인범 강태오 역을 맡았다. “누굽니까, 당신은. 누군지 알아야 내가 원한이라도 풀어줄 것 아닙니까”라는 형사 형민의 대사가 이 영화가 지닌 ‘피해자 중심 세계관’을 잘 드러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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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살인’ 출연 계기는? (김윤석)실화 모티브가 가장 끌리는 점이었다. 그래서 시나리오도 장르적인 과장보다는 밀도와 리얼리티가 탄탄했다. 형사 역할을 여러 번 했는데, 피해자A가 아니라 누군가의 딸이고 엄마였을 피해자에게 집중하는 형사 ‘김형민’이 제가 볼 때 가장 마음에 드는 모습이었다. 김형민 형사는 욕 많이 하고, 거칠고, 운동화에 점퍼 차림이 아니라, 욕도 거의 안 하고 회사원 셔츠 재킷 입고 등장한다. 김정수 형사도 실제로 예의를 갖춘 모습으로 사람을 찾아다녔는데 그 부분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범인을 잡는 게 끝이 아니라 마지막 피해자까지 완전히 확인해야 종결이라는 말이 여느 싸움 잘하는 형사보다 멋졌다. (주지훈)치밀한 시나리오, 그리고 김윤석이라는 든든한 지원군 때문에 선택했다. ‘암수살인’이라는 제목부터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시나리오도 놀라웠다. 굉장히 치밀하고, 범인의 심리가 잘 읽히지 않아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지만 ‘정말 이런 영화 같은, 이야기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감독님이 6년의 준비를 하고 해서 내가 뭘 따로 찾아보거나 할 필요가 없을 만큼의 상세한 설명과 취재한 심리 상태가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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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씨는 ‘형사 끝판왕’으로 불리는데. (김윤석)암수사건 특성 상 범인을 초점에 놓고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닌 피해자를 초점에 놓고 사건을 풀어나가야 했다. 범인을 추격하고 카체이싱을 하고 이런 것이 아니라, 면회를 가서 이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캐내기 위해서 동조를 해주고, 한풀이도 들어주고, 영치금까지 넣어주며 접근하면서 구슬리는 카운셀러 같은 형사 캐릭터는 한국 영화에 없었다. 그러다 실제로 패가망신하는 형사도 있었다더라. 무엇보다 시원한 오락물로서의 형사물, 그렇게 가지 않아도 훌륭한 영화가 나올 수 있구나 싶었다.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는 폭발적 에너지가 아니라, 느리더라도 실수 없이 한 발 한 발 끈기 있게 나가는 이 형사의 모습이 지금까지 했던 형사 캐릭터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다. 주지훈 씨의 눈빛 연기가 강렬하다. (주지훈)장르물로서의 액션이라든가, 추격이라든가, 영화적 쾌감을 접견실에서의 심리전으로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김형민 형사가 아주 바람직한 형사 캐릭터라면 강태오는 ‘바람직한 나쁜놈’ 캐릭터다. 나쁜놈의 전형. 정도, 인의도 없고 오로지 자기의 이익만을 위해서. 굉장히 뻔뻔하다. 본인이 이미 실형을 살고 있는 상태에서 대범하게도 형사를 불러서 나머지 범죄를 공개하며 두뇌싸움을 벌리고, 그러는 이유 자체가 모든 것이 자기의 이득을 위한 것이었고, 반성도 없고 뉘우침도 없는 인물로 연기하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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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호흡은 어땠나? (김윤석)하정우 183cm, 강동원 186cm였는데 이번엔 최고의 장신 범인을 쫓는다. 187cm의 주지훈 씨는 일단, 지금까지 만났던 후배 남자 배우들 중에서 가장 키가 크다. ‘추격자’ 속 하정우의 대립이 UFC라고 하면, ‘암수살인’에서 주지훈 씨와는 격렬한 테니스를 함께한 것 같다. 접견실에서 내가 강력한 서브를 넣으면 또 막아낸다. 테니스를 격렬하게 친 것 같은데, 사실 그 속에서는 UFC를 하고 있었겠지. (주지훈)절친인 류덕환 배우를 보러 ’천하장사 마돈나’를 보러 갔다가 처음 선배님을 뵙고 압도됐다. 늘 함께 하고 싶었지만 존경심과 두려움이 동시에 있었다. 현장에서 뵈니 카스텔라처럼 부드럽고 달달하신 분이었다. 천수관음처럼 모든 것을 다 받아 주셨기 때문에 재미있게 했고, 함께 한 조각 한 조각 만들어가는 희열도 있었다. 부산 사투리에도 능통하시고, 큰 거목 같은 버팀목이 되주셨다. 미리 준비한 것도 많았는데, 현장에서 선배님과 마주하면서 제가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긴장감들이나 이런 것들이 저절로 올라와서 별 필요가 없었다. 서로의 연기를 보면서 가장 감탄했던 부분이나 장면이 있다면? (김윤석)7가지 중 마지막 사건을 자백할 때 “어릴 때 얘기요? 안 하요”라고 말하는 주지훈 씨의 표정이 너무 슬펐다. 공부도 잘했던 친구가 왜 저렇게 됐는가에 대한 미묘한 책임감도 생겨나고. 태오가 극 중간에 천진난만한 모습이 보일 때 섬뜩했다. 주지훈 배우가 선과 악의 콘트라스트를 잘 보여줬다. 어둠과 밝음, 천사와 악마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더라. 배우들이 촬영 중 응급실에 실려갔다고 들었다. (주지훈)원래 위가 좀 안 좋다. 사투리 연기, 밤 신도 많아 스트레스가 심했는지 위경련이 와서 응급실에서 링거 맞고 다시 고속도로 톨게이트 신을 찍으러 갔다. 어렵게 빌린 장소라서. 접견 테이블 신을 촬영하다가는 담이 왔다. 내 키에 비하면 너무 낮은데 고정된 자세를 해야 해서. 벌레도 많고 한기가 심한 폐건물에서 촬영하다 진선규 씨도 응급실에 실려갔었다. (김윤석)진선규, 주지훈 모두 어린데 다들 몸이 굉장히 약하더라, 하하. 농담이다. 마지막 한마디? (김윤석)편집되긴 했지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만나도 골치 아픈 놈은 그냥 연락 안 하는 게 더 편해서 이렇게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는 그런 대사가 있었다. 우리 주변에 관심을 좀 더 기울이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글 박찬은 기자 사진 NEW]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5호 (18.11.2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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