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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항공사 ‘과잉 규제’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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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22 22:38:00 수정 : 2018-11-22 22:3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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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국토교통부가 ‘항공산업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한 날 만난 항공사 직원들의 표정에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개선방안은 항공사 임원이 관세포탈, 밀수출입, 외국인 불법고용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최대 2년간 신규 운수권을 주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또 사망 등 중대 인명 사고를 냈을 경우 신규 운수권 입찰자격을 최대 2년 박탈하기로 했다. 항공사의 안전 및 면허 관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최근 불거진 항공사 사주 일가의 이른바 ‘갑질’과 관세법 위반 의혹 등에 대한 후속 조치였다.

그런데 이들 방안을 찬찬히 훑어보니 항공산업 발전보다는 ‘옥죄기’ 수단으로 잘못 쓰일 수 있겠다는 걱정이 앞섰다. 항공사 임원의 일탈을, 사망자가 발생한 항공 사고와 똑같이 비교할 수 있는지부터가 의문이다. 항공사 임원 개개인이 항공사 업무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범죄에 연루되었다고 해서 신규 운수권 배분을 제한하는 것은 누가 봐도 ‘과잉 규제’다. 유사한 규제가 위헌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2014년 4월 헌법재판소는 건설업을 영위하는 법인의 임원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는 경우 건설업 등록을 말소토록 한 법 조항이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라고 판단했다.
나기천 산업부 차장

동일기업집단 내 계열 항공사 간 임원 겸직을 금지하는 것 또한 문제다. 비계열 항공사 간의 임원 겸직이나, 항공사가 아닌 회사 사이의 겸직은 제한하지 않고 있어서다. 이를 제한하면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

이뿐이 아니다. 노선별로 최대 연간 40주라는 운항 의무기간을 두고, 독점 노선 평가를 통해 운수권 회수 및 재배분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발상이다. 전 세계 국가가 자국 항공사를 보호·육성하기 위해 막대한 행정·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현실과 괴리되기 때문이다. 최근 급격히 세를 불려나가고 있는 중동의 대형 항공사들이 정부에서 불법 보조금을 받는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이처럼 외항사와의 불공정 경쟁 중인 한국 항공산업이 과잉 규제로 운수권을 잃게 되면 결국은 누가 불편과 피해를 감수해야 할지부터 정부는 고민했어야 했다. 이는 특히나 한국 항공사가 언제든 정부에 노선을 뺏길 수 있는 ‘잠재적인 문제 회사’라고 전 세계에 공언한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로 운수권을 회수해서 재배분하는 일이 벌어지고 또 반복되면 그야말로 ‘최악’이다.

겉으론 아무 말 못하지만, 항공사 쪽에선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일각에선 허술한 관리로 항공법상 금지되어 있던 일부 항공사들의 외국인 임원 재직을 걸러내지 못했던 국토부가 본인들의 귀책을 덮기 위해 무수한 규제 조항을 신설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오죽하면 이런 말까지 나오는지 국토부가 한 번쯤은 생각해 보면 좋겠다. 물론 이런 사태가 벌어진 근본적인 책임은 그동안 일탈을 반복한 항공사에 있다. 그래도 국가 기간산업이며, 하루하루 세계와 경쟁하는 국적 항공사를 이렇게 규제로 묶어선 안 된다.

나기천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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