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봐주기 논란'에 엄벌로 돌아선 증선위…檢, 내년초 대대적 수사 별러
검찰이 지난 2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회계 분식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2부에 배당하자 검찰과 삼성을 둘러싼 긴장감이 한껏 높아지고 있다. 특수2부를 지휘하는 한동훈 3차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공여죄 수사를 야전에서 진두지휘한 핵심 인물이다. 지난 2월 이 부회장의 항소심 집행유예 판결에 대해 한 차장이 강력히 반발한 전례가 있어 삼성 측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집행유예 판결 이후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여론몰이식 ‘삼성 특혜 논란’도 삼성 경영진에 작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증선위 민간위원, 중징계 주도

22일 금융위원회와 삼바, 검찰 등에 따르면 삼바 회계 분식 사건이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대표이사 해임 권고 등 최고 수준의 제재로 결론이 난 데는 민간 증권선물위원회 위원들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증선위는 김용범 위원장(금융위부위원장), 김학수 증선위원 등 정부 측 위원 2명과 조성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박재환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민간위원 3명 등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민간위원은 대체로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삼바 내부 문건 등을 볼 때 회계 분식의 근거가 명확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 증선위원은 제재 결정 뒤 증선위에 쏟아질 비판 여론과 정치적 압력 등을 크게 부담스러워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회의 당시 한 증선위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당시 복잡한 회계 실무 내용을 잘 알았겠느냐. 대표이사 해임 권고는 징계 수위로 과도하다’고 의견을 냈더니, ‘삼성 봐주기 논란’이 나올 수 있다는 반론이 곧바로 제기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증선위원들이 결국 대표이사 해임 권고와 관련한 발언은 속기록에서 없애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속기록 삭제 여부가 언급된 사실 자체가 없다”고 부인했다.
'삼성 봐주기 논란'에 엄벌로 돌아선 증선위…檢, 내년초 대대적 수사 별러
막판에 돌아선 금융위

금감원이 입수한 삼바 내부 문건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를 낸 이들도 민간 증선위원들이었다. 삼바 내부 직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건은 회계 분식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으로 활용됐다.

하지만 당초 금융위는 금감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 자료의 신뢰성에 대해 보수적 입장이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자료의 정확성과 신빙성 등이 통상적인 삼성 측 내부 자료와 비교할 때 부실하다는 점 때문이다. 일각에선 금감원의 징계 폭과 수위에 다소 부정적이던 금융위가 마지막 단계에 중립적으로 돌아선 게 ‘삼성 봐주기 논란’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삼바 사태에서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삼성그룹 경영진은 앞으로 벌어질 강도 높은 검찰 수사 때문에 긴장하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사회 안팎의 분위기가 현재 진행 중인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죄에 대한 상고심(대법원)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바 수사를 관할하는 한동훈 차장은 강요죄의 피해자로 여겨졌던 이 부회장을 뇌물공여죄 혐의로 기소한 뒤 유죄 판결을 받아냈다.

대법원 선고 직전 수사 본격화

검찰의 삼바 수사가 이 부회장의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법조계에선 법리를 따지는 상고심은 공소장 변경을 통해 범죄 사실을 추가할 수 없기 때문에 재판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대법원 선고가 예정된 내년 초 수사가 본격화하면 삼성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조성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삼바 사건은 중앙지검 특수부의 내년 수사 가운데 가장 중요한 사안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검찰 특수통 출신인 한 변호사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물론 삼성 핵심 경영진을 소환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일각에선 내년 초 경제 상황도 수사 강도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내다보고 있다.

좌동욱/하수정/고윤상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