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22일 발표한 ‘2018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과 오작동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저소득층 일자리안정자금 등의 지원에 54조원을 투입하는 ‘재정 퍼붓기’에 나섰지만 오히려 소득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올 들어 1, 2분기 소득분배 지표 악화를 겪었으면서도 “소득주도성장에 더 속도를 내겠다”고 한 청와대와 정부의 고집이 불러일으킨 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최하위 계층은 소득 급감을 겪는 가운데 최상위 계층은 근로소득 사업소득뿐만 아니라 연금 보조금 등 공적이전소득까지 늘어나면서 ‘엉뚱한 곳에 재정이 투입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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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지원책에도 소득분배 더 악화

3분기 가계소득동향을 보면 소득 최하위 20%(1분위)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모두 급감했다. 근로소득은 지난해 3분기 월평균 61만8446원에서 올해 3분기 47만8859원으로 22.6% 감소했다. 1분위 근로소득은 올해 1분기 월평균 47만2914원으로 2011년 1분기(46만1679원) 이후 처음으로 40만원대로 내려앉았다가 지난 2분기 51만7956원으로 올라섰다. 정부는 이후 3분기에 저소득층과 영세 자영업자의 재정 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담은 ‘저소득층 일자리·소득지원 대책’(7월),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8월)을 잇따라 발표했다. 그러나 3분기에 오히려 하위 계층 근로소득 감소폭은 더 커졌다.

1분위는 같은 기간 사업소득도 월평균 24만9243원에서 21만5898원으로 13.4% 줄었다. 자영업 지원대책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올해 16.4%) 등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하위 20~40%(2분위) 가구 평균소득도 근로소득(-3.2%)과 사업소득(-1.5%) 감소 여파로 0.5% 줄었다. 반면 3분위(하위 40~60%) 이상은 소득이 증가했다. 5분위(상위 20%)는 근로소득(11.3%)과 사업소득(1.5%)이 모두 늘면서 전체 소득도 분위별로 가장 큰 폭인 8.8% 증가했다.

상위층이 재정 투입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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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최상위 계층은 연금, 사회수혜금, 세금 환급금 등 공적이전소득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소득을 개인소득으로 환산한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 공적이전소득은 상위 20%인 5분위가 51.4% 늘어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반면 1분위는 증가율이 21.5%에 그쳤다. 저소득층을 겨냥한 정부 재정지원의 수혜를 거꾸로 고소득층이 더 누리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통계청은 연금 수급이 소득 상위 계층에 상대적으로 몰리는 데다 아동수당도 전체 대상자 중 소득 최상위 일부(5%)만 제외하고 나머지 계층에 보편적으로 나눠준 데 따른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재정이 적소에 투입되지 않은 결과로 보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일자리안정자금이 아파트 경비원에게 전달되지 않고 관리비로 새는 등 재정 운용상의 문제가 그대로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책 방향전환 없인 분배 개선 안 돼”

소득주도성장을 고수하는 정부가 앞으로도 대규모 재정만 투입하면서 소득 분배 효과는 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본예산 중 일자리 예산 약 36조원과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 15조원, 일자리안정자금 3조원 등 고용창출과 저소득층 지원에 총 54조원을 들이부었다. 내년에는 일자리 예산을 역대 가장 큰 폭(22%)으로 늘려 23조5000억원을 편성했다. 보건·복지·고용 분야에만 전체 예산의 35%에 달하는 162조2000억원을 배정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투자를 활성화하는 대신 당장 현금만 살포하는 정책으로는 소득 분배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