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독창적인 천재 감독”…CGV, 김기영관 개관

김경학 기자
서울 중구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 개관한 김기영관 입구. CGV 제공

서울 중구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 개관한 김기영관 입구. CGV 제공

“대담하고 용감한 작품 세계로 지금까지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감독”(감독 박찬욱) “한국 관객뿐 아니라 세상의 영화광들에게 마르지 않는 영감을 제공해온 진정으로 독창적인 시네아스트”(영화평론가 허문영) “단 한 마디로 괴인(怪人), 그 이전에 아무도 그렇게 영화를 만들지 않았고 그 이후에 누구도 그렇게 영화를 만들지 못했다”(영화평론가 정성일).

영화감독 김기영(1919~1998)에 대한 평가다. 한국영화사에서 ‘가장 독창적인 스타일리스트’로 꼽히는 김 감독의 업적을 기리는 ‘김기영관’이 서울 중구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 문을 열었다. CGV아트하우스는 2016년부터 한국영화의 위상을 높인 영화인에게 상영관을 헌정하고, 헌정관 수익 일부는 독립영화 후원금으로 쓰는 ‘한국영화인 헌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김기영관은 2016년 임권택관(CGV아트하우스 서면)·안성기관(CGV압구정), 지난해 박찬욱관(CGV용산아이파크몰)에 이어 4번째 프로젝트다.

지난 16일 서울 중구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김기영관 개관식. CGV 제공

지난 16일 서울 중구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김기영관 개관식. CGV 제공

지난 16일 김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인 <충녀>(1972) 상영 뒤 열린 개관식에는 김 감독 장남 동원씨, 배우 윤여정과 일반 관객 등 120여명이 참석했다. 최병환 CJ CGV 대표는 “올해 김기영 감독 20주기 맞이해 뜻깊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한국영화의 오늘을 있게 한 영화인들을 재조명함으로써 선배 영화인들의 정신을 기리고 본받아 한국영화 다양성이 꽃 피울수 있도록 밑거름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헌정패를 받은 동원씨는 “금년이 20주기, 내년이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라 더 의미가 깊다”며 “가족들도 아버님 작품을 생전에 이해하지 못했다. 모든 예술가들 그렇듯 많은 고뇌와 열정으로 사셨다. 사후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훌륭한 감독으로 남게 돼 가족으로서 무척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서울 중구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개관식에서 김기영 감독의 장남 동원씨가 헌정패를 받은 뒤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CGV 제공

지난 16일 서울 중구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개관식에서 김기영 감독의 장남 동원씨가 헌정패를 받은 뒤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CGV 제공

<화녀>(1971) <충녀>(1972) <죽어도 좋은 경험>(1990) 3편의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윤여정은 김 감독을 겉으로는 불친절하지만, 속은 따뜻하면서도 합리적인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윤여정은 “<화녀>하고 TV 탤런트로 잘 살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충녀> 시나리오를 갖고 손수 집으로 찾아오셨다. ‘나는 두 번 쓰는 배우가 없는데 너는 영광인줄 알아라’며 반 협박·설득투로 말했다. <화녀>는 신인이라 조금만 받았지만, <충녀>는 당시 (최고 스타였던) 신성일 선생님이 받는 돈을 줬다”고 말했다.

누운 채 계단에 끌려가는 <화녀>의 마지막 장면 촬영 때는 디렉션은 주되 차마 못 보고 고개를 돌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윤여정은 “예술가는 앞서가야 한다. (그의 영화는) 지금 봐도 쇼킹한데, 1970년대 우리나라에 규제가 심할 때 그런 영화 만들었다. 천재라는 말 쓰기 싫어 하는데, 정말 천재다. 어릴 때는 기괴스럽다고 생각했다. 저도 데뷔를 김기영 감독님과 해서 지금까지 배우로 살아남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서울 중구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열린 개관식에서 배우 윤여정이 축사를 하고 있다. CGV 제공

지난 16일 서울 중구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열린 개관식에서 배우 윤여정이 축사를 하고 있다. CGV 제공

서울 출신인 김 감독은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했다. 1955년 영화 <주검의 상자>로 데뷔한 그는 30여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시나리오·연출뿐 아니라 음악·소품·미술·포스터까지 자신만의 독창적인 감각으로 스스로 만들었다. 대학 시절 만나 함께 연극 활동을 하기도 한 아내 김유봉 여사는 영화에 있어서도 동반자였다. 김 여사는 치과를 운영하며 제작비를 대는 제작자 역할을 했다.

인간의 노골적인 욕망과 성적 충동, 혼란을 담아낸 그의 영화는 충격을 안겨줄 만큼 파격적이었다. 그는 <10대의 반항>(1959), <고려장>(1963), <화녀>(1971), <충녀>(1972) 등으로 부일영화상·청룡영화상·백상예술대상 등 각종 상도 받고, 흥행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김지미, 최무룡 등 한국 대표 배우들을 발굴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로테스크한 작품 세계로 영화계에서는 이단아로 치부됐다.

김기영 감독의 대표작 <하녀>(1960)의 한 장면.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사진

김기영 감독의 대표작 <하녀>(1960)의 한 장면.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사진

1997년 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개최된 회고전을 기점으로 전 세계 관객과 평단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다. 1998년 베를린영화제 회고전 초청을 앞두고 자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아내와 함께 타계했다. 2006년 프랑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회고전 등을 통해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의 대표작이자 한국영화사에서 손꼽히는 걸작인 <하녀>(1960)는 2007년 복원돼 이듬해 열린 칸 영화제 ‘칸 클래식’ 섹션에 특별 초청됐다. 당시 세계영화재단(WCF) 위원장이던 감독 마틴 스콜세지는 “<하녀>를 처음 접하고 나서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며 “전세계가 봐야 할 위대한 영화”라고 평했다.

김 감독의 대표작 <하녀> <충녀> <화녀 ’82> <육체의 약속> <이어도> <살인나비를 쫓는 여자> 상영 등을 하는 개관 기념 마스터피스 특별전 ‘욕망의 해부학’은 오는 28일까지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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