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한 강원연구원장

빈손으로 가는 인생

[육동한의 내 인생의 책]③무소유 - 법정

스님은 선물로 받은 난초 두 분(盆)을 온갖 정성을 다해 기르셨다. 그 정성을 부모에게 드렸으면 효자 소리를 들었을 것이라고 하셨다. 어느 더운 날, 아차! 난초를 뜰에 내놓고 나온 것을 아시고 허둥지둥 돌아와 축 늘어진 난초를 보게 되셨다.

그리고 몸과 마음으로 느낀 절절함을 토로하셨다. 그 집착이 괴로움이라는 것을….

스님은 인간의 역사는 소유사라고 말씀하신다. 소유욕에는 한정도 휴일도 없다. 물건으로 성이 차지 않으면 사람까지 소유하려 든다. 스님은 사람뿐 아니라 집단, 국가 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라고도 하신다.

우리가 하루하루 목도하는 모습도 스님이 말씀하신 그대로다. 긴 세월 동안에도 집단 간의 대립구조는 나아질 기미가 없다. 분노와 증오의 그림자들이 점점 짙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법정 스님이 지금의 세상을 보면 어떤 마음일지, 또 어떤 잠언을 던져 줄지?

새삼 스님의 형형한 눈빛과 산골짜기 바람 같은 맑은 목소리가 그리워진다. 우리는 언젠가 한 번은 빈손으로 돌아간다. 육신마저 버리고 홀연히 떠나갈 것이다.

지난여름 생의 마지막에 계신 구순 어머니를 모시고 호숫가에서 장엄한 저녁노을을 함께 봤다.

어머니는 선천적으로 곁에 무언가를 쌓아 두는 걸 싫어하셨다. 심지어 자식들이 찾아와 어느 정도 머물 때도 서둘러 가라 하셨다. 저녁노을을 볼 때 어머니는 “세상에 나처럼 행복한 사람이 어디 있겠니?”라며 오히려 자식을 위로하셨다.

며칠 후 장례를 모시고 우리 형제들은 교외에 나가 유품을 정리했다. 그날 불 위에 던져진 것은 고작 너덧 점의 옷가지와 신발 세 켤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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