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6시 영등포CGV 6관. 프레디 머큐리가 불끈 쥔 주먹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호응을 유도하자 스크린 속 관객뿐 아니라 스크린 밖 관객도 응했다. 퀸의 무대를 비추는 전방 스크린과 7만여 관객을 비추는 좌우 벽면 스크린이 상영관 내 200명 남짓한 관객을 30여년 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으로 옮겨 놨다. ‘보헤미안 랩소디’로 시작된 퀸의 공연은 ‘라디오 가가’,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 ‘위 윌 록 유’, ‘위 아 더 챔피언’로 이어지며 열기를 달궜다. 스크린 안에서 또 밖에서도 “올 위 히어 이즈 라디오 가가. 라디오 구구. 라디오 가가” “위 아 더 챔피언 마이 프렌드. 앤드 위윌 킵 온 파이팅 틸 디 엔드” 떼창이 울려퍼졌다.
지난 31일 개봉한 퀸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감독 브라이언 싱어)가 흥행에 가속을 더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보헤미안 랩소디’는 13일까지 207만명을 동원했다. 개봉 14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뒷심이 점점 세지고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콜백’(관객참여)형 영화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영화의 관객은 단순히 영화를 관람하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같이 박수 치고 같이 노래를 부른다. 영화와 관객이 호흡하는 영화다. 가수들의 공연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떼창’을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한국어 자막에, 영어 가사를 자막으로 덧댄 싱어롱 버전이 인기인 이유다. 윤성은 평론가는 “‘보헤미안 랩소디’의 싱어롱 버전은 ‘록키호러픽쳐스’ 콜백의 대중적인 형태로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영화와 관객의 쌍방향 소통이 게임 같은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영화가 말하는 퀸과 프레디 머큐리의 음악적 정체성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오페라를 연상시키는 6분여짜리 퀸의 대표곡 ‘보헤미안 랩소디’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는 ‘위 윌 록 유’ 디스코 요소를 접목시킨 ‘어나더 원 바이츠 더 더스트’ 등 퀸이 형식과 편견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음악을 추구해온 모습이 담겨 있다. 또 “마음 쉴 곳 없는 사람들을 위해 노래한다”는 프레디 머큐리의 대사도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정 평론가는 “퀸과 프레디 머큐리는 최정상 밴드였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삶이나 음악은 비주류에 가까웠다”며 “그러한 성향이 우리사회의 소외된 계층이나 꿈이 있어도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는, 사회 진출조차 쉽지 않은 요즘 젊은 세대에게 호감 또는 귀감으로 다가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