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선물배달부인 유다현씨가 지난달 31일 홀로 사는 김종철 할아버지 집에서 아쟁연주 공연을 하고 있다.전주문화재단 제공
오페라극단 단원인 성악가 승재연씨(33)는 지난달 31일 단 한 사람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무대는 작은 방이었다. 양손을 꼭 잡고 그의 노래를 들은 관객은 홀로 살아가는 이숙자할머니(77)다. 몇 곡의 가곡을 말없이 듣으며 이따금 박수를 보내던 이 할머니는 “참말로 오래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네요”라며 승씨 손을 꼭 붙잡고 환하게 웃었다.
올해 가을부터 전북 전주에는 시민들에게 ‘예술선물 배달부’들이 떴다. 전주문화재단이 9월과 10월 홀로 사는 노인들을 찾아가 공연을 하고 초상화를 그려주는 문화예술프로그램이다. 지난 두 달간 24명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예술배달부들의 공연무대를 집안에서 즐겼다.
공연배달부는 모두 15명이다. 성악과 마술, 아쟁, 가야금, 섹소폰 등 공연분야와 그림에 재능을 가진 시민들이다. 캐리커쳐 청년작가인 이지현씨(26)는 10회나 참여한 단골 배달부다.
지현씨는 “외롭게 지내시는 어르신들을 찾아 뵙고 초상화를 그려 선물해 드리는 것이 처음엔 어색했지만 어느 작업보다 값지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어르신들께 기쁨을 드리는 것 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가 더 행복해 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전주문화재단은 공연대상 어르신 선정을 전주시 독거노인 원스톱지원센터와 업무 협약을 맺어 진행했다. 홀로 사는 어르신 가운데서도 거동이 불편해 공연 관람기회가 거의 없는 노인들을 대상자로 선정했다.
전주문화재단 장걸 사무국장은 “예술선물배달은 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감정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으로 수혜자와 참여자 모두에게 행복한 미소를 돌려주는 사업”이라며 “우리 지역 사회가 사람과 문화예술을 통해 따뜻해 질 수 있도록 내년에도 이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