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시원 참사는 사회적 타살”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현장에서 안전사회시민연대 등 15개 시민단체가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시원 참사는 사회적 타살”이라며 정부와 국회의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모든 건물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예외 없는 스프링클러법’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 김영민 기자
금액 가장 많다는 서울이
1인당 한 달 21만3000원
종로 화재 고시원 ‘30만원’
50만원 이상 벌면 삭감
최근 3년 신청 탈락자 중
절반이 소득인정액 초과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생존자 이모씨(56)는 지난 3월 담낭염 판정을 받았다. 몸무게가 74㎏에서 55㎏까지 줄어들었다. 이씨는 일용직 노동을 포기하고 청계천 인근 한 고시원 방에서 누워 지냈다.
이씨를 걱정한 고시원 총무가 주민센터에 연락해 이씨는 긴급의료지원으로 지난 8월 담낭제거수술을 받았다. 청계천 일대가 재개발돼 고시원이 문을 닫자 이씨는 9월 국일고시원으로 이사했다.
소득이 없는 이씨는 정부에서 ‘주거급여’로 매월 21만3000원을 받는다. 국일고시원 방값은 30만원이었다. 국일고시원에 불이 나 이씨가 다시 옮겨간 고시원의 월세는 32만원이다. 이씨가 받는 주거급여로는 고시원 월세를 내지 못한다. 이씨가 말했다. “공사장에서 번 돈을 고시원 월세로 까먹는 거죠. 세상을 공짜로 살 수는 없으니까….”
저금은 점점 떨어져 간다. 그나마 종로구청이 화재 피해자들에게 월세를 지원한다. 하지만 3개월에 총액 100만원이 한도다. 이씨는 주민센터에 자활근로를 신청할지 고민한다. 자활근로로 버는 돈이 소득인정액 ‘71만9005원’보다 많으면 주거급여가 끊기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거 빈곤층’을 돕는 주거급여제도를 운영하지만 이씨 같은 1인 가구는 ‘생존 가능’ 수준 이상의 소득이 발생하면 받기 힘들다. 기준임대료 전액을 지원받아도 서울에서 고시원 방 한 칸을 얻을 수 없다.
주거급여는 기초생활보장제도 맞춤형 급여로 주거 빈곤층에게 임차비용이나 수리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는 신청 가구의 소득과 재산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소득인정액이 ‘중위소득의 43%’ 이하인 임차가구에는 임대료 지원을, 자가가구에는 주택을 고치는 비용을 지급한다. 기준인 중위소득 43%는 1인 71만9005원, 2인 122만4252원, 3인 158만3755원, 4인 194만3257원이다.
이씨처럼 임차가구인 경우 소득인정액이 생계급여 선정기준인 중위소득 30%(1인 50만1632원) 이하면 ‘기준임대료’ 전액을 지원받는다. 서울의 경우 기준임대료는 1인 21만3000원, 2인 24만5000원, 3인 29만원, 4인 33만5000원이다. 주거급여로 2평(6.61㎡)짜리 서울 고시원 방에 살려면 4인 가족이어야 하는 셈이다. 그나마 서울은 가장 높은 주거급여를 받는 1급지다. 2급지(경기·인천)는 18만7000원, 3급지(광역시·세종시)는 15만3000원, 4급지(그외)는 14만원을 받는다.
소득인정액이 중위소득의 30~43%(50만1632~71만9005원)이면 기준임대료에서 자기부담분이 깎인 돈을 받는다. 자기부담분은 소득인정액에서 생계급여 선정기준액을 뺀 금액의 30%다. 예를 들어 이씨의 소득인정액이 60만원이라면 주거급여는 받을 수 있다. 다만 60만원에서 생계급여 선정기준액 50만1632원을 뺀 금액의 30%인 약 2만9510원이 자기부담분이다. 이씨는 서울 1인 가구 기준임대료 21만3000원에서 자기부담분 2만9510원을 뺀 18만3490원만을 주거급여로 받게 된다. 주거급여 평균 지급액은 월 11만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주거급여 신청 가구는 16만8487가구다. 기준 초과로 탈락한 가구가 전체의 27.2%인 4만5890가구에 달했다. 이 중 소득인정액 초과로 탈락한 비율이 57%로 가장 높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1인 가구 주거급여는 한국 주거 현실에서 굉장히 적은 금액인 것이 사실”이라며 “예산이 늘 부족하다. 사정이 어려운 이들을 다 지원하면 좋겠지만 한정된 예산을 어떻게 배분하느냐의 문제라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