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법칙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를 설명하며 그는 바닷가재 이야기를 꺼낸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서로 좋은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동물과 같다. 바닷가재는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서열싸움을 벌인다. 싸움에서 패배한 수컷은 뇌의 화학성분이 패배에 길들여져 다시는 싸움에서 이길 수 없게 된다. 인간의 뇌도 패배에 취약하다는 면에서 이와 동일하다.
사랑에 실패하거나 직장을 잃은 인간은 불안함을 느끼고 우울증에 빠지곤 한다. 자연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인간도 취약해졌을 때는 질병에 걸리기 쉽고 강자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기 쉽다. 따라서 싸움에서 승리한 바닷가재를 기억해야 한다. 바닷가재는 3억5000만 년 동안 이어져 온 삶의 지혜를 알고 있다. 똑바로 서라! 가슴을 펴고! 반듯하게 서서 생각을 거침없이 말할 때 세로토닌이 신경회로를 타고 충분히 흐를 것이고, 두려움도 사라질 것이다.
가장 의미 있는 조언은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 있는 길을 선택하라’였다. 성경에서 예수의 죽음은 희생에 관한 원형적인 이야기다. 성경의 숱한 이야기를 통해 그는 ‘카라마조프가 형제들’의 대심문관에 준하는 논증을 이어간다. 기독교가 노예제도를 끝내고 인간 평등을 설파한 종교라면, 니체와 철학자들은 기독교의 죽음을 알렸다. 그렇다면 자아를 해방시킨 인류가 벌인 일은? 전쟁과 홀로코스트였다. 우리는 악해지려는 천성과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는 ‘편의주의’를 비난한다. 쉬운 길만 택하는 편의주의가 반복되면 나의 저주를 다른 사람이나 미래의 내가 떠맡게 된다. 그의 첫 책 『의미의 지도』가 논증한 것처럼 삶의 의미를 찾을 때 우리는 심연에서 벗어나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의미야말로 혼돈과 질서의 궁극적인 균형이다. 성경 창세기에서 시작해 신화, 종교학, 문학, 생물학, 심리학을 종횡무진하며 ‘인생의 황금률’을 알려주는 성실함에 설득당하고 마는 책이다.
▶DNA를 합성해 생명을 창조한 사람들 『인공생명의 탄생』
2010년 3월20일 세계 최초의 합성생명이 창조됐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루어진 분자생물학의 발견에 힘입은 이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인류의 생물학 연구는 변곡점에 다다랐다. 생명의 소프트웨어를 작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덕에 인류는 길어진 수명에 적응하고 더욱 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새로운 종을 고안할 지식마저 갖추게 된 것이다.
디지털화된 유전 정보와 DNA 합성 기술을 결합해 처음으로 합성유전체를 지닌 생명체를 탄생시킨 주인공인 크레이그 벤터가 합성유전체학이 걸어온 길을 설명하고, 인류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망하는 책이다.
벤터는 유전학에서의 핵심적인 발견과 그 자신이 인간 유전체 서열분석에서 수행한 획기적인 연구의 역사를 따라간 후에 스스로 복제하는 합성 미생물 세포의 창조 과정을 자세히 묘사한다. 합성생물학은 생명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이 책은 생물학 기술의 새로운 시대의 여명에 우리에게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던진다.
[글 김슬기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4호 (18.11.2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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