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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보증인데 은행마다 다른 금리 왜? 전북·대구·기업銀 ‘땅 짚고 헤엄치기’ 장사

  • 박수호 기자
  • 입력 : 2018.11.12 09:30:47
중소기업 대출지원에 앞장서야 할 기업은행이 오히려 높은 금리 장사를 했다는 점이 국정감사에서 쟁점이 됐다.

중소기업 대출지원에 앞장서야 할 기업은행이 오히려 높은 금리 장사를 했다는 점이 국정감사에서 쟁점이 됐다.

정부 산하 공기업 보증서를 동일하게 받았는데도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은행별로 최대 50% 가까이 차이가 났다. 이번 국정감사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주택금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은행별 전세자금대출 평균 금리 현황’에 나타난 결과다. 이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14개 은행의 평균 금리는 3.04%였다. 그런데 금리를 가장 높게 책정한 곳은 전북은행으로 4.41%에 달했다. 가장 낮은 곳인 KB국민은행 2.95%와 격차가 1.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산술적으로 국민은행 금리보다 전북은행 금리가 50% 가까이 높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보증은 한 곳, 금리 책정 제각각 왜

▷서민금융 외면 예대마진에만 초점

금융권은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보증을 동일하게 받은 전세자금대출이라 할지라도 은행별 사정에 따라 금리 책정은 자율적으로 한다고 설명한다. 업무 원가, 법정 비용 등을 감안해 대출금리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업무를 많이 취급하는 은행이 아무래도 비용을 낮추면 안정적으로 전세자금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금리를 낮게 책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국민은행이 관련 전세자금대출로만 7만3493건, 4조5531억원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집행했지만 금리는 2.95%로 가장 낮았다는 점에서 이런 논리는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런데 전북은행 사례는 이런 설명과 좀 거리가 멀다.

당장 JB금융지주 내 한 식구인 광주은행과 비교해도 금리차가 꽤 있다. 올해 8월 기준 광주은행의 주택금융공사 보증 전세대출금리는 3.55%였다. 전북은행에 비해 약 1%포인트 가까이 낮다. 앞의 금융권 관계자 설명대로라면 취급 건수나 액수가 광주은행이 많아야 한다. 그런데 광주은행은 올해 8월 기준 5건에 총 4억원인 반면 전북은행은 231건, 116억원을 집행했다. 쉽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DGB대구은행도 마찬가지다.

대구은행은 전북은행에 이어 전세대출 금리가 높은 순위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8월 기준 4.17%에 달했다. 이런 기준으로 134건에 66억원을 집행했다. 그런데 대구은행 인근 경남은행은 이보다 건수나 액수는 적었지만 금리는 낮게 책정했다. 경남은행의 주택금융공사 보증 전세대출은 37건에 28억원이었지만 전세대출 금리는 3.25%에 불과했다. 두 은행 간 금리차도 약 1%포인트에 가깝다.

한 은행 대출 담당자는 “해당 대출자 신용등급을 좀 따져봐야 하겠지만 사실 이런 보증 대출상품은 큰 마케팅 없이 바로 업무 진행이 가능해서 웬만하면 높은 금리를 책정하기 힘든 상품이다.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과한 측면이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대출 담당자도 “주택금융공사 보증은 정책금리성 자금이다 보니 가급적 금리 우대를 해주려는 분위기인데 일부 은행이 어떤 근거로 이런 금리를 책정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도 말했다.

은행별 다른 금리 문제는 정부가 주창하는 포용금융 리더십에 배치된다는 인식도 존재한다. 시민단체 금융소비자원의 조남희 대표는 “겉으로는 서민 거주 안정을 지원하는 안전판 역할을 하겠다는 특정 은행이 오히려 금리를 과다 책정하는 것은 최근 이자 장사를 한다는 사회적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김병욱 의원은 “은행별로 최고 50%나 높은 금리를 받고 있는 만큼 전세자금대출 이용자들은 대출 신청 전에 꼭 은행별 금리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주택금융공사도 지나치게 높은 금리를 받는 은행에 대해 꼼꼼히 점검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주택금융공사 측은 금융기관으로부터 공사 보증서 담보로 취급한 모든 전세자금대출에 대해 금리 적용 사항을 통지받고 있고 평균 금리보다 높게 취급한 대출건에 대해 분기별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신보 보증도 금리 책정은 달라

▷기업은행이 중소기업에 더 올려 받아

신용보증기금(이하 신보) 보증서를 담보로 각 은행이 책정한 대출금리도 이번 국감에서 논란이 됐다. 보증은 한 곳에서 받았는데 각 은행별로 달리 책정한 것이 주택금융공사 보증 대출 사례와 꼭 닮았다. 국회 정무위 소속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신보와 은행연합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중은행 보증서 담보대출의 평균 금리는 최저 3.32%에서 최고 4.47%로 나타났다. 평균 금리는 3.74%였다.

여기서는 IBK기업은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기업은행의 신보 보증서 담보대출금리는 평균 3.88%였다. 4대 은행 중 국민은행(3.99%)보다만 낮고 우리, KEB하나, 신한은행, 국책은행인 산업은행보다 0.2%포인트에서 0.49%포인트 높았다.

반면 기업은행의 물적담보대출, 즉 담보가 있는 물건에 대한 대출 시 금리는 신보 보증서 담보대출은 물론 다른 경쟁 은행보다 낮게 책정한 것도 지적 사례였다. 기업은행의 물적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3.44%로 일단 신보 보증 3.88%보다 낮다. 또 물적담보대출만 놓고 봐도 하나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보다 낮게 책정했다.

이를 정리해보면 ‘중소기업은 당연히 기업은행 금리가 낮을 것으로 생각하고 기업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택하기 마련인데 정작 기업은행은 상대적으로 영업하기 편하고 신보에서 관리해주는 신용대출, 보증대출에서는 고금리 장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또 시중은행과 경쟁해야 하는 물적담보대출에서는 상대적으로 저금리를 받으며 오히려 신보 보증과는 딴판으로 움직였다는 점에서 중소기업 지원 목적으로 설립된 국책은행 의무를 외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성일종 의원은 “신보가 지급보증을 하고 담보관리 비용도 들어가지 않는 보증서담보대출 금리가 물적담보대출보다 높은 현 구조는 문제가 있다. 시중은행의 배만 불리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리스크 없는 100% 보증의 경우 직접 대출하거나 기금 예치를 통해 0%에서 1.5% 이내로 이자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올해 9월 기준 신보가 시중은행에 발급한 신규 보증서의 규모는 약 8조4283억원이다. 성 의원은 보증 비율 95~100%의 규모가 전체의 25%인 2조2286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제도 개선 시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윤대희 신보 이사장은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는 은행별 다른 금리 책정 방식에 제동이 걸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IBK기업은행은 국책은행임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 통틀어 예대마진 수익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인 자유한국당의 김정훈 의원이 은행으로부터 받은 예대금리차, 예대마진 수익을 분석한 결과 IBK기업은행의 올해 2018년 상반기 예대마진 수익이 가장 높았다.

올해 상반기 IBK기업은행의 예대마진 수익은 2조9016억원이었다. 이는 4대 시중은행 중 하나인 KEB하나은행의 예대마진 수익 1조8178억원에 비해 약 37% 높은 수치다. 기업은행은 대출금리는 오르는 대로 바로 반영하고 예금금리는 찔끔 올리는 영업을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 충분하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2호 (2018.11.07~11.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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