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정용준 지음
현대문학 | 196쪽 | 1만1200원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신해준은 정부 고위 관리 12명을 살해한 혐의로 수감된다. 청부살인업자로 살아온 그는 자신의 죄에 대한 잘못을 느끼지 못한다. 사형을 선고받았음에도 심정의 동요도 없다. 무던히 죽음을 받아들이는 그에게 교도관 윤이 관심을 보인다. 주민등록번호도 없는 유령 같은 인간, 고독했던 신해준에게 어느 날 누나 신해경이 찾아온다. 누나는 어째서 신해준의 곁을 떠났는지, 신해준의 불행했던 삶에 대한 비밀이 하나둘 벗겨진다.
최근 영화나 소설 등에서 악에 대해 고민하는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종의 기원> <7년의 밤> 등으로 유명한 정유정 작가가 대표적이다.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는 믿기 힘든 살인 사건의 범죄자들을 보며 사람들은 악인은 과연 태어나는 것인지,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인지 궁금해한다. ‘악’을 탐구하며 글을 쓰는 작가나, 이들의 책을 읽는 독자의 심정도 비슷할 것이다. 신해준에게 다가가는 윤의 심정도 어쩌면 독자와 같지 않을까.
정용준은 ‘악은 타고 나는 것’ 혹은 ‘악에는 이유가 없다’고 믿는 수감번호 474번, 신해준이라는 인물을 통해 선과 악에 대해 얘기하려 한다. 타고난 사이코패스처럼 보이는 신해준에게는 알고 보니 불우한 과거사가 있다. 그렇다면 신해준은 냉혹한 사회가 키워낸 악마, 곧 희생자일 수 있는 것일까.
작가는 비슷한 이야기를 여러 번 수정해 발표했다. 2012년 웹진문지 이달의 소설 10월 선정작 ‘유령’으로 선보였고, 2015년 소설집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에서는 ‘474번’이라는 단편으로 내놓았다. 월간현대문학 2018년 1월호에는 ‘사수의 별’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