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과 울림
김상욱 지음
동아시아 | 272쪽 | 1만5000원
과학 책 제목이 아니라, 철학 책 제목 같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제목의 의미에 대해 설명한다. “우주는 떨림이다. 정지한 것들은 모두 떨고 있다. (…) 그 떨림이 너무 미약하여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을 뿐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그 미세한 떨림을 볼 수 있다.” “인간은 울림이다. 우리는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떨림에 울림으로 반응한다. (…) 나의 울림이 또 다른 떨림이 되어 새로운 울림으로 보답받기를 바란다.”
즉, ‘떨림’은 우주의 과학적 원리이고 ‘울림’은 이에 대한 인간적 반응이다. 사실 물리 법칙만큼 인간의 경험에서 벗어나는 것도 없다. “지구는 돈다”는 사실부터 그렇다. 내가 발 딛고 선 땅이 지금도 움직인다는 사실은 인간의 원초적 이해 범위를 벗어난다. 저자는 이처럼 ‘차가운’ 물리를 인간적으로 전달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간결한 문장으로 빛, 시공간, 원자 등 물리의 기본 개념을 설명해 나간다. 다음과 같은 식이다. “우주는 시공간과 물질이라는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시공간은 무대, 물질은 배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주는 시공간이라는 무대 위에서 자연법칙이라는 대본에 따라 물질이라는 배우가 연기하는 연극이다.”
과학적 이해를 넓히다보면 철학적 사유와 문학적 서정에까지 이른다. 제목부터가 그렇다. ‘세계의 존재 이유를 안다는 것’ ‘어제가 다시 오지 않는 이유’ ‘서로가 서로에게 낙하한다’. 저자는 “물리는 한마디로 우주에 의미가 없다고 이야기해준다”고 단언하지만, 독자의 마음속엔 의미의 연쇄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