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정말 싫지만 잘 쓰고는 싶다고요?…그럼 우선, 뭐든 끄적거려 보세요

정지혜 사적인서점 대표·북디렉터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다혜 지음

위즈덤하우스 | 280쪽 | 1만3800원

[책 처방해 드립니다]글쓰기 정말 싫지만 잘 쓰고는 싶다고요?…그럼 우선, 뭐든 끄적거려 보세요

저는 글쓰기가 정말 싫습니다. 지난 8년간 편집자로 서점인으로 일하면서 많은 책을 읽다 보니 제 글에 자괴감이 생겼거든요. ‘이렇게 글 잘 쓰는 사람이 많은데… 이 글에 비하면…’ 하고 스스로를 책망하면서도 내 이야기를 책으로 내고 싶은 자기모순에 빠져 덜컥 출간 계약을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마감일이 다가올 때마다 울면서 글을 썼고, 계약 후 2년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책을 낼 수 있었지요. 책을 낸 뒤부터 여기저기서 작가라 불리고 있지만 저는 여전히 제 글이 못 미덥습니다. 그래서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읽습니다.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도 그렇게 읽게 된 책이에요.

저자는 영화 전문매체 ‘씨네21’의 기자입니다. 이십여 년간 네 권의 책과 오십 곳이 넘는 간행물에 글을 써왔고, 그에 못지않게 남의 글을 읽고 고치고 수정을 요구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글쓰기를 배웠다고 합니다. 책에는 그 시행착오의 기록과 함께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이들을 위한 방법론이 알뜰히 담겨 있습니다.

“잘 쓰는 사람만 보느라 스스로 나아질 기회를 날리지 말았으면 좋았을 걸. 십 년 전의 나야, 그만 울고, 그만 울라고. 글을 쓰려면 울 게 아니라 글을 써야 한단다.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다.” (17쪽)

[책 처방해 드립니다]글쓰기 정말 싫지만 잘 쓰고는 싶다고요?…그럼 우선, 뭐든 끄적거려 보세요

그렇습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일단 ‘뭐라도’ 써야 합니다. 뭐라도 써보자는 마음이 들 때 가장 먼저 일기를 씁니다. 그런데 쉬워 보이는 일기도 막상 해보면 어렵지요. 내 감정과 생각을 생생하게 전하고 싶은데 빈곤한 표현력에 “오늘은 ~를 했다. 참 재미있었다”에서 나아가지 못하니까요. 머리로 혹은 가슴으로 ‘느끼는’ 것과 내 것으로 소화시켜 ‘표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경험을 언어화하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리뷰 쓰기를 제안합니다. “읽은 책에 ‘대해’ 말하기로 시작해서 그 책을 둘러싼 것들과 그 책을 읽은 ‘나라는 인간’에 대해” 써보라고요. 이때 중요한 것은 검색을 하지 말고, 그 작품에 대해 자신이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부터 적는 것입니다. 처음엔 ‘좋다’, ‘별로다’, ‘싫다’ 같은 넓은 범주의 표현에서 시작해도 좋습니다. 그러고 나면 ‘왜’ 좋은지, ‘무엇이’ 별로인지, ‘어떻게’ 싫은지 따져 물으며 인상을 구체화시켜 나가면 됩니다.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보다 먼저,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 그렇게 지금의 내가 되었다.” (126쪽)

이 책에서 제 마음에 닿은 문장입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그보다 먼저 내가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나 자신과 묻고 답하는 시간이 쌓여 글이 되고 지금의 나를 만듭니다. 저는 오늘도 울면서 마감을 합니다. 여러분이 읽고 있는 이 원고는 격주 수요일마다 마감을 앞두고 울면서 쓴 글입니다. 그러니 글을 쓰고 싶은데 써지지 않아 속상하다면, 울지 말고 이 책을 펴보세요.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제가 보증할게요.


Today`s HOT
총통 취임식 앞두고 국기 게양한 대만 공군 연막탄 들고 시위하는 파리 소방관 노조 2024 올림픽 스케이트보드 예선전 이라크 밀 수확
순국한 경찰 추모하는 촛불 집회 미국 UC 어바인 캠퍼스 반전 시위
시장에서 원단 파는 베트남 상인들 미국 해군사관학교 팀워크! 헌던 탑 오르기
로드쇼 하는 모디 총리 조지아, 외국대리인법 반대 시위 총격 받은 슬로바키아 총리 광주, 울산 상대로 2-1 승리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