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세계화’란 미명 아래 자행되는 전 지구적 착취를 막아낼 대안은?

김경학 기자

로컬의 미래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지음·최요한 옮김

남해의봄날 | 184쪽 | 1만6000원

[책과 삶]‘세계화’란 미명 아래 자행되는 전 지구적 착취를 막아낼 대안은?

규모의 경제. 산출량이 두 배 증가할 때 생산비용이 두 배보다 덜 증가하는 경우를 말한다. 규모의 경제는 세계화, 글로벌 기업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규모의 경제가 간과한 것이 있다. 가령 환경 비용 같은 것이다. 값싼 노동력으로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의 폐해는 한국인들이 몸소 겪고 있다. 미세먼지뿐 아니라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하는 피 튀기는 경쟁, 악화하는 고용상황 등으로 한국은 숨쉬기조차 힘든 사회가 됐다. 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로컬의 미래>는 바로 로컬화, 지역화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오래된 미래> 등 저서와 영화·강연으로 40년간 글로벌 경제의 폐단을 지적해온 스웨덴 출신의 저명한 환경운동가다. 그는 오늘날의 세계화는 “(밑)바닥을 향한 경주” “500년 전에 시작한 정복과 식민주의에 새로운 탈을 씌우고 계속 이어가는 착취”로, 오로지 소수의 글로벌 기업만을 위한 체제라고 말한다.

성장 만능주의의 규제 완화로 글로벌 기업이 지배하는 체제가 탄생해 결국 민주주의도 위협받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경제·사회·환경 비용이 증가해 생태계가 파괴되고 사회구조가 무너져 소수의 부자들도 살기가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반면 지역화로 돈이 지역 안에서 순환되면 부의 집중은 분산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 생산자와 소비자의 좁아진 거리로 기업의 책임감을 높여 오염을 최소화하고, 정치인들도 기업이 아닌 시민에게 책임을 다해 민주주의도 회복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과연 지금의 글로벌 경제 체제를 바꿀 수 있을까.

저자는 현 체제의 문제를 직시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가능한 일이라며 한국도 다른 나라에 비하면 지역화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다고 진단한다. 이 같은 주장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례와 논거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저자의 전작들이 세계화의 폐해에 대한 고발과 비판에 중심을 뒀다면, 이 책은 그간 메시지를 집약했다. 더 나아가 지역화의 방법론과 성공사례까지 제시한다. 국내 출판사가 공동기획한 책으로, 한국 독자를 위한 메시지와 인터뷰도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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