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바꾼 ‘밥상’…권력자들은 만나서 뭘 먹었을까

김유진 기자

역사는 식탁에서 이루어진다

마리옹 고드프루아·자비에 덱토 지음·강현정 옮김

시트롱마카롱 | 248쪽 | 2만원

[이상한 책을 보았다]역사를 바꾼 ‘밥상’…권력자들은 만나서 뭘 먹었을까

정상회담 만찬에 오른 메뉴는 거의 대부분 기사가 된다.

만찬이 얼마나 성대하고 풍성했는지에 따라 상대국에 대한 예우를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일까. 때로는 중요한 외교적 메시지가 깃들어 있는 경우도 있다. 물론 권력자들이 만나서 무엇을 먹고 마셨는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가십거리이기도 하다.

2차대전 당시 영국의 윈스턴 처칠과 소련의 스탈린은 여러 차례 만나 식사를 함께 했다. 처칠이 1942년 8월 모스크바 크렘린궁을 방문했을 때다. 전시 상황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융숭한 요리들이 그의 식탁에 올랐다. 최고급 식재료인 철갑상어알 캐비아 두 종류를 포함해 전채 요리 15가지가 나왔고, 더운 음식은 8가지, 디저트 3가지가 함께 나왔다. 이것으로도 모자랐는지, 스탈린은 돌아가는 처칠의 여행 가방에 캐비아와 샴페인을 듬뿍 넣은 ‘피크닉 바구니’를 따로 챙겨주기까지 했다. 추축국에 맞선 우방국의 끈끈함을 과시한 것이다.

동서 ‘데탕트’의 시작을 알린 1972년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중국 마오쩌둥 주석의 국빈만찬에 오른 음식은 무엇이었을까.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만찬에 중국 측은 새우 요리 두 가지를 준비했다. 미국인들 입맛에 맞을 것이라고 생각해서였다. 물론 오리 내장 볶음, 상어 지느러미 수프, 갓과 목이버섯 등도 냈다. 우려와 달리 닉슨은 능숙하게 젓가락을 이용하면서 마오타이주를 주저없이 마셨고, 이 장면은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이후 미국 내 중국 레스토랑들이 성황을 이뤘다. 우리도 올해 4월 판문점에서 열린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빚어진 ‘평양랭면’ 앓이를 통해 이미 목격한 바다.

라비올리 라자냐 파이를 소개하는 장에 실린 삽화. 시트롱마카롱 제공

라비올리 라자냐 파이를 소개하는 장에 실린 삽화. 시트롱마카롱 제공

음식의 렌즈로 보는 역사는 맛깔스러움을 더한다. 책은 역사적 순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리 50가지를 에피소드 형태로 담았다. 실제로 요리를 만들 수 있는 레시피도 곁들였다.

방탄소년단(BTS)의 미국 진출과 성공을 이야기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름, 비틀스의 이야기도 흥미를 자아낸다. 1965년 두번째로 미국을 찾은 비틀스 멤버들은 팝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의 자택에 초대됐다. 기타를 연주하며 함께 노래를 부르던 스타들은 자정이 되자 출출해졌다. 하지만 프레슬리의 전속 요리사가 멋들어진 만찬을 차려내기에는 너무 늦은 시각. 이들은 베이컨으로 말아 구운 닭 간, 미트볼, 미모사 에그, 게, 각종 햄과 콜드컷, 치즈, 과일 등을 먹었다. 저자들의 표현에 따르면 “시골 역 간이식당에서나 나올 법한 메뉴”였다.

책에는 이 밖에도 서기 25년 로마 황제에게 바친 진귀한 생선요리, 13세기 프리드리히 2세 시기 나온 요리책에 언급된 라비올리를 넣은 라자냐 파이 등 그야말로 ‘오래된’ 요리들부터, 못말리는 치킨 마니아였던 나폴레옹의 일화 등이 실렸다.

친구 사이인 저자들은 프랑스에서 근대사와 중세사를 연구하는 학자로 프랑스는 물론 뉴욕과 워싱턴의 도서관을 샅샅이 뒤지며 자료들을 찾아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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