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조화로운 삶 | 스콧 니어링·헬렌 니어링

김상헌 네이버 경영고문·국립극단 이사장

삶의 방식을 스스로 택한 사람들

[김상헌의 내 인생의 책]⑤ 조화로운 삶 | 스콧 니어링·헬렌 니어링

은퇴 후에도 수십년 더 살게 되는 시대가 되었다. 어떤 후반부 인생을 보내야 할까?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은 1930년대 뉴욕에서 미국 대공황을 지켜보면서 미국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하여 회의를 느끼고 시골인 버몬트로 들어간다. 여기서 스스로의 노동으로 집을 짓고 농사일을 한다. 가정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한 원칙들, 예컨대 자급자족, 채식, 동물 안 키우기 등을 정하고 이를 지킨다. 필요한 만큼만 일하고 남는 시간에는 책 읽고 공부하고 봉사활동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생활에 감화를 받았다.

놀라운 것은 약 20년 뒤 집 주변이 휴양지로 변하게 되자 이들은 더 시골인 메인주로 거처를 옮겨 다시 집을 짓기로 결심한다.

그때 스콧의 나이가 무려 72세였다. 72세의 사람이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 몇 년에 걸쳐 새로운 집을 스스로의 노동으로 짓는 생각을 할 수 있다니! 이미 충분히 일했고 이제는 좀 쉬어야지 할 때도 있는 나로서는 그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채식에 기반한 검소하고 근면한 생활태도였을까. 스콧은 100세 때까지 단 한번도 병원신세를 지지 않았고, 더 이상 자신이 스스로의 삶을 지탱할 수 없을 만큼 쇠약해졌음을 깨달은 100세에 곡기를 끊고 죽음을 택하였다고 한다.

이들의 생각과 생활방식을 그대로 따를 이유도 없고 따를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사회에 대하여 고민하고 주체적으로 자신들만의 삶의 방식을 선택하려고 노력한 자세만큼은 배우고 싶다.

이들은 부부란 것이 얼마나 위대한 동지가 될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하지만 가장 싸우기 쉬운 관계도 부부이다.

가정의 헌법을 만든 것은 얼마나 현명한 것인가! 나는 내 인생의 동지인 처와 함께, 시골이 아닌 도시 한가운데에 둥지를 틀었다. 스콧과 헬렌이 보여준 삶의 방식은 앞으로의 우리 인생에 하나의 등대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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