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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화재 참사

‘안전한 고시원’ 공언 반년 만에 또 참사

고영득·이보라 기자

‘소방의날’ 서울서 화재로 7명 사망·11명 부상…정부 4월 ‘대진단’ 무색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관수동 국일고시원 화재 현장에서 9일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이 화재 감식을 하고 있다. 사망자 대부분은 40~70대 일용직 노동자였다. 이상훈 선임기자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관수동 국일고시원 화재 현장에서 9일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이 화재 감식을 하고 있다. 사망자 대부분은 40~70대 일용직 노동자였다. 이상훈 선임기자

서울 도심에 있는 고시원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이 난 곳은 지은 지 30년 넘은 건물로, 초기 진화에 필수적인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정부는 제천·밀양 화재참사를 계기로 지난 4월 34만개 시설에 대한 국가안전대진단을 실시했다. 안전에 취약한 고시원도 중점 점검 대상이었다. 정부가 안전대진단을 실시하면서 강조한 ‘안전한 대한민국’이 무색하게도 6개월여 만에 또다시 화재참사가 일어났다.

9일 오전 5시쯤 서울 종로구 관수동 국일고시원 3층에서 불이 났다. 신고를 받고 5시5분쯤 현장에 도착한 소방당국은 2시간여 만에 화재를 진압했고, 발화 지점인 3층 고시원과 옥탑방에 거주하던 18명을 구조했다. 이 중 7명은 심폐소생술을 받으면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이날 화재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데다 탈출로가 막히면서 피해를 키웠다. 서울시는 관련법이 개정된 2009년 이전에 지어진 노후 고시원 건물을 대상으로 2012년부터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 사업을 벌여왔다.

국일고시원도 2015년 운영자가 스프링클러 지원을 신청해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으나, 건물주가 동의하지 않는 바람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정기 화재조사가 잡혀있어 국가안전대진단 대상에서도 빠졌다. 불이 난 고시원은소방시설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점검 결과가 나왔다.

일반적으로 고시원은 약 5㎡(1.5평)의 쪽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복도 등 탈출로가 좁아 여느 건물보다 화재에 취약한 구조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스프링클러 설치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피난통로를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소규모 건물에서는 피난로를 두 방향으로 만들어야 하고 피난로는 열이나 연기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또 “여러 나라에서도 기피하는 불확실한 대피 수단인 완강기 대신 외벽에 하향식 철제 비상계단이나 사다리를 설치토록 하는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4월11일 국가안전대진단 중 서울 노량진의 한 고시원을 불시에 방문해 안전점검을 했다. 당시 김 장관은 “고시원은 공시생, 영세 자영업자, 일용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미래를 준비하며 생활하는 곳으로 다소 좁고 불편하더라도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더 이상 고시원이 안전 사각지대가 되지 않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공언한 ‘안전한 고시원’은 반년 만에 공염불이 됐다. 공교롭게도 종로 고시원 참사가 발생한 이날은 제56회 ‘소방의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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