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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0일 개그계 구조조정 ‘살벌하네’

김서영 기자

1958년부터 2008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1998년 11월10일 개그계 구조조정 ‘살벌하네’

코미디언 최양락씨와 김미화씨

코미디언 최양락씨와 김미화씨

20년전 경향신문은 개그계에서 세대교체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최양락·김미화씨 같은 기성 코미디언이 유행하는 코미디의 변화에 따라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게 됐다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당시 보도를 소개합니다.

“개그계에도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나이든 개그맨들이 젊은 개그맨들에게 밀려 설 자리를 잃는가 하면,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얻지 못한 정통 코미디극이 자취를 감췄다. 고참 개그맨들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과감하게 외국 유학을 떠나고, 젊은 개그맨들도 드라마, 시트콤에까지 발을 넓히며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기사는 ‘물러나게 된’ 코미디언의 대표로 최양락씨와 김미화씨를 꼽았습니다. 이들은 당시 한창 높은 주가를 올리던 대표 희극인이었는데요. 지상파 방송 3사가 코미디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면서 입지가 흔들렸습니다.

[오래전 ‘이날’]11월10일 개그계 구조조정 ‘살벌하네’

최양락씨는 3년간 SBS <좋은 친구들> MC를 맡아왔는데, SBS 측의 ‘명퇴’ 권고를 받고는 “배신감을 느낀다”며 전면 방송활동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이로 인해 KBS <코미디 세상만사>에서도 빠지게 됐습니다.

김미화씨는 앞서 가을 개편에서 KBS <생생 경제연구소>가 막을 내린 데 이어 <코미디 세상만사>에서도 시청률 부진 등의 이유로 퇴출된 상황이었습니다. 출연 프로그램이 대폭 줄어 김미화씨는 KBS의 <김병찬 김미화의 행복채널>에만 MC로 출연하게 됐습니다.

이와 함께 이경규씨 역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끝으로 일본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잠시 휴식을 갖자는 뜻도 있지만 변화하는 방송환경에 적응하고 자신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였습니다. 일본 유학 선배인 이홍렬씨는 이미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변신을 모색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보도는 “10년 넘게 개그계에서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김미화와 최양락의 활동 중단은 그동안 서서히 진행돼 온 개그계의 세대교체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코미디언 김용만씨와 김국진씨

코미디언 김용만씨와 김국진씨

지는 별의 빈 자리는 신성이 채웠습니다. 김국진·홍기훈·조혜련·김효진·정선희·박수홍·남희석·홍록기씨 등이었습니다. 이전 세대 선배들과 구분되는 신세대의 특징은 시청자의 변화하는 기호를 맞추는 데 민감하며 코미디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시트콤과 드라마에까지 영역을 넓혔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으로 조혜련씨는 SBS <미스터Q>에서 코믹연기를 선보였고, 같은 방송사의 시트콤 <나 어때?>에도 출연해 연기 활동을 펼쳤습니다. 이어 다이어트 비디오까지 출시해 성공을 거뒀죠. 홍기훈씨 역시 MBC 미니시리즈 <내일을 향해 쏴라>에 출연했습니다.

업계를 둘러싼 대내외적 상황이 변하면 업계 주도권을 쥔 세대나 세력도 교체되기 마련입니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지요. 90년대 말 당시 떠오르는 신인이었던 코미디언들이 20여년이 흐른 지금은 기성 코미디언이 됐고, 또 90년대 당시에 이미 ‘진 별’ 취급을 받았던 코미디언들이 중년을 훌쩍 넘겨 다시 인기를 얻기도 하는 모습을 우리는 봅니다. 최근엔 이홍렬씨 등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새로운 도전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육체적인 연령을 떠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하느냐 아닐까요. 당시 기사에 실린 SBS 모 부장의 전망은 이렇습니다. “정통 코미디에 대한 시청자들의 외면으로 시트콤이나 시사·정보 코미디들이 신설되고 있다. 점점 빨라지는 시청자들의 기호 변화에 맞춰가지 못하는 개그맨들은 점점 입지가 좁아질 것이다.” ‘코미디’와 ‘개그맨’ 대신 그 어떤 분야와 직업을 넣어도 성립하는 명제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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