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쉽게 복제하다니’···명동·강남서 신용카드 수백장 위조·인출 루마니아 범죄조직원들 검거

김찬호 기자

불법 복제 신용카드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은행 자동화기기(ATM)에서 돈을 빼내던 루마니아 범죄조직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외국인들의 신용정보를 불법으로 입수해 이 같은 카드 위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최근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루마니아인 ㄱ씨(38)와 ㄴ씨(31)를 검거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9월17일과 10월12일 각각 입국해 서울의 한 호텔에 묵으며 미국·유럽 발행 해외신용카드 371매를 위조했다. 이후 9월19일부터 10월16일까지 강남 및 명동 등 번화가에 있는 ATM에서 총 189회에 걸쳐 3690만원 상당의 인출을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같은 수법으로 총 21회에 걸쳐 670만원을 인출하는데 성공했다. 168회는 승인거절로 미수에 그쳤다.

경찰청은 지난달 11일 인터폴(루마니아 범죄정보국)부터 루마니아 카드복제 범죄조직원인 ㄴ씨가 인천공항에 입국한다는 동향과 ㄱ씨의 신원정보를 통보받고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 인터폴 공조를 하달했다. 수사팀은 피의자들을 3일간 집중 미행해 이들이 은행 ATM을 이용한 시각과 기기번호, CCTV를 확보한 후 신용카드사로부터 부정거래를 확인했다.

경찰은 수사착수 후 일주일 만에 출국을 앞두고 있던 피의자들을 은신처에서 긴급체포하고 위조 범행에 사용한 노트북·복제카드·현금 등 증거물을 압수했다.

이들이 카드에 이용한 개인정보는 외국인들의 것이었다. 외국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해외에 있는 조직원으로부터 e메일로 전송받은 뒤, 카드 리더기·라이트기를 구입해 카페·의류매장 등에서 마그네틱선이 있는 맴버십카드를 가져와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덮어씌운 후 인출을 시도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등에서 카드 리더기·라이트기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이라며 “주로 회사나 가게들이 사원증을 만들거나 맴버십카드를 발급할 때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부 ATM에서 IC칩이 아닌 마그네틱 카드만으로 현금을 인출하는 ‘폴백’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했다. 현재 내국인이 보유한 신용카드는 모두 카드 내에 있는 IC칩을 인식해야 현금인출이 된다. 하지만 외국인 명의의 카드는 일부 ATM에서 마그네틱만을 이용해 현금인출이 가능하다. IC칩이 활성화되지 않은 국가의 관광객이나 IC칩이 고장난 외국인을 위한 카드사 정책이다. IC칩과 달리 마그네틱 카드는 손쉽게 복제를 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은 범행 발각이 쉽지 않은 은행 업무 마감시간 이후나 공휴일에 집중적으로 범행을 시도했다”며 “특히 ATM 한 곳에서 30만원 가량의 소액으로만 1~2회 인출한 후 바로 다른 ATM으로 이동하면서 범행추적을 피했고, 거래 전표까지 모두 가져가는 치밀함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ㄱ씨는 먼저 국내로 잠입해 호텔 등지에 머무르며 범행을 준비했다”며 “B씨가 국내로 합류하자 호텔을 옮기는 과정에서 사전에 예약한 호텔을 이용하지 않은 채 민박으로 변경하는 등 수사에 혼선을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피의자들은 검거에 대비해 강남, 명동 등 다수의 인파가 몰리는 지역을 범행지로 선택했다. 이들은 경찰조사에서 “대중에 섞여 있으면 몸을 피하기 쉬울 것 같았다”며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루마니아 인터폴과 국제위조카드 사건 공유, 신용카드 비밀번호 등 정보 입수 경위에 대해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

/ 이준헌 기자 ifwed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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