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1번가’ 현장상담 공무원 ‘뇌경색’···법원 “스트레스로 인한 업무상 재해”

박광연 기자
지난해 서울 광화문 세종로 한글공원에서 열린 ‘광화문 1번가’ 열린광장 개소식 후 국민들이 정책 제안 상담을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지난해 서울 광화문 세종로 한글공원에서 열린 ‘광화문 1번가’ 열린광장 개소식 후 국민들이 정책 제안 상담을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행정안전부 소속 사무관 주모씨는 인사명령에 따라 지난해 5월 ‘광화문 1번가’에서 업무를 하게됐다. 광화문 1번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국민의 정책제안을 받기 위해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만든 정책수렴 창구다.

주씨는 서울 광화문대로 옆 세종로공원에 위치한 컨테이너 2개로 만들어진 임시 사무실에서 정책제안과 관련한 현장상담 업무를 맡았다. 하루 평균 10건의 상담 중 대부분은 정책제안보다는 민원요청이었다. 일부 민원인들은 “대통령과 직접 면담하겠다”고 주장했고, 민원요청을 들어주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자 주씨에게 욕설을 하기도 했다.

임시 사무실의 업무환경은 열악했다. 주씨는 사무실 인근에서 수시로 열리는 집회 소음에 노출됐다. 앞면이 완전 개방된 임시 사무실 구조는 주씨가 기존에 일하던 환경과 달랐다. 주씨는 배우자와 지인 등에게 수차례 업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주씨는 그해 6월 업무 도중 어지럼증을 느끼고 퇴근하다가 쓰러졌다. 인근 병원으로 후송된 주씨는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이후 공무원연금공단에 공무상요양 승인신청을 했지만 ‘뇌경색이 업무수행 때문에 발병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씨는 “급격한 업무환경 변화와 업무부담 증가로 뇌경색이 온 것”이라며 연금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법원은 주씨의 손을 들어줬다. 주씨의 뇌경색이 업무상 스트레스에 따라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심홍걸 판사는 “주씨는 정책제안 관련 업무보다는 행정부와 사법부에서 만족스런 답을 받지 못한 민원인들의 민원 상담 업무를 더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며 “민원인들에게 적절한 답변을 제시하지 못하는 곤란함과 민원인들의 욕설 등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업무환경도 스트레스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앞면이 완전 개방된 임시사무실에서 민원인과 하루종일 상담하는 상황은 공무원의 통상적인 근무환경으로 보기 어렵다”며 “현장상담 업무가 주씨에게 익숙한 업무로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주씨가 사무실 주변의 소음 때문에 민원인과 큰 소리로 대화하면서 ‘생리적 변화’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러면서 ‘주씨의 격무 및 스트레스가 뇌경색 발병과 50% 정도 관련있다고 추정된다’는 감정촉탁의의 소견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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