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RM-62...등산객에게 먹이 받아먹던 새끼 반달가슴곰, 결국 갇혔다

배문규 기자
지난달 19일 포획된 반달가슴곰 RM-62의 모습.   |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제공

지난달 19일 포획된 반달가슴곰 RM-62의 모습. |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제공

가까이 해선 안 될 ‘사람’을 가까이 한 새끼 반달가슴곰이 결국 우리에 갇혔다.

지난해 러시아 동부 하바로프스크 지방의 숲에서 새끼 수컷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발견됐다. 그 해 1~2월에 태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부모를 찾을 수 없었고, 보호소를 거쳐 한국으로 건너왔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이 곰을 돌보면서 ‘RM-62’라는 이름도 붙였다. 한국에서 태어난 수컷 반달가슴곰들을 뜻하는 ‘KM’이라는 앞글자 대신에 러시아에서 태어났다 해서 ‘RM(Russian Male)’이라는 앞글자가 붙었다.

‘RM-62’도 종복원기술원의 다른 친구들처럼 지리산에 방사됐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곰은 ‘사람 기피 훈련’을 받은 다른 반달가슴곰들과 달리, 등산객들을 꺼리지 않았다. 지난 8월19일 처음 방사된 곰은 노고단 주변에서 사람들의 눈에 띄기 시작했다. 키가 138cm에 몸무게가 58㎏ 정도인 어린 곰이라 사람들도 크게 경계하지 않았다.

하지만 곰이 야생성을 잃고 사람과 가까이 지내면 사고가 나기 쉽다. 곰이 자연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뜻이며, 자칫 다 자란 뒤에 사람을 공격하는 일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종복원기술원은 RM-62가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도록 노고단 주변에서 붙잡아 천왕봉 근처로 이사를 시켰다. 겨울잠을 자고 나면 몸이 커지고 사람을 피하게 되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옮겨간 곳에서도 곰은 등산객들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초콜릿, 과일, 음료 따위를 받아먹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는 지리산 새끼곰을 찍은 사진들이 올라왔다. 종복원기술원은 곰이 페트병에 든 음료를 들고 마시는 영상이 확인되자 결국 다시 포획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19일 잡힌 곰은 전남 구례군의 종복원기술원 우리에 넣어졌다. 문광선 종복원기술원 남부복원센터장은 “곰이 사람에게 다가오는 건 먹이를 달라는 행동이라 사람이 주는 먹이에 길들여진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단순히 야생성을 잃는 것만이 아니라 사람과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어 포획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대로라면 야생 적응에 실패한 RM-62는 여생을 우리에 갇혀 지낼 가능성이 높다. 문광선 센터장은 “사람한테 먹이를 얻어먹던 기억을 떨쳐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종복원기술원 학습장 안에서 최대한 야생성을 유지하도록 하겠지만, 번식 활동이나 방문자들의 교육 목적으로 살아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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