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북한 체육상 입국 이례적 허용 검토"

김일국 북한 체육상(왼쪽)이 지난 4월2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예술단을 인솔하는 도종환 문체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평양공연공동취재단

일본 정부가 북한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일국 체육상의 입국을 허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4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독자 제재로 북한 국적자의 입국을 원칙 금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관급 고위관리인 김 체육상의 입국을 허용할 경우 이례적인 조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통신은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가 이달 28∼29일 도쿄에서 열리는 국가올림픽위원회엽합(ANOC) 총회에 김 체육상의 참석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체육상 측은 이미 일본 측 관계자에게 참석 의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ANOC 총회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토마스 바흐 위원장을 비롯해 각국 올림픽위원회(NOC) 관계자 등 약 1300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국으로서 북한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의 참석을 무턱대고 거부할 수 없는 처지가 우선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바흐 IOC위원장이 북한의 도쿄올림픽 참가 지원을 표명하고 있는 데다 북·미 대화 재개가 모색되는 상황에서 일본만 국제사회의 흐름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하려는 의도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직접 만나겠다는 의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교도통신은 “일본 측은 정보당국 등의 루트를 통해 물밑에서 움직임을 계속하고 있지만 눈에 띄는 진전은 없는 상태”라면서 “김 체육상의 입국 허가를 재료 삼아 북한 측의 유화 자세를 끌어내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내각정보관이 지난 7월 베트남과 지난달 몽골에서 북한 측과 비밀접촉을 갖고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의사 등을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당시 일본 측은 북한 측의 2020년 도쿄올림픽·패럴림픽 협력 방안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2020년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위해 북한 측이 관련 회의에 참가하는 것이라면 입국 허가와 관련한 여론의 이해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 국적자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지만, 스포츠 분야에선 이를 허용한 적이 있다. 2017년 2월 삿포로(札晃)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북한 선수단과 함께 장웅 IOC 위원이 동행했다.

통신은 또 북일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김 체육상이 지난 3월 평양을 방문한 바흐 IOC 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했을 때 김 위원장 측근인 최해룡 노동당 부위원장 등과 동석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당시 회담에서 북한 측은 도쿄올림픽에 ‘반드시 참가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김 위원장이 이를 지지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