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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닮은꼴 외계행성 있다” 우주탐사 새 길 열고 잠든 케플러 망원경

김기범 기자

9년8개월간 항성 53만506개·행성 2662개·초신성 61개 찾고 은퇴

지금까지 인류가 확인한 외계행성의 70% 달해 ‘행성사냥꾼’ 별명

액체 상태 물·생명 존재 가능한 행성도 10여개…후계자는 ‘TESS’

우주에서 임무 수행 중인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상상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우주에서 임무 수행 중인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상상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항성 53만506개, 행성 2662개, 초신성 61개. 지난달 30일 9년8개월 동안의 임무를 마치고 영면에 든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발견한 별과 행성들의 숫자다. 독일의 천문학자로 행성의 공전에 대한 3법칙을 발견한 요하네스 케플러(1571∼1630)의 이름을 딴 케플러 망원경은 현재까지 인류가 확인한 외계행성의 70%를 찾아내면서 ‘행성사냥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 가운데는 지구형 행성으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행성도 10여개에 달한다. 과학자들은 케플러 망원경에 대해 우주에 관한 인류의 인식 지평 자체를 크게 바꿔놓았다고 평가한다. 가장 큰 공로는 우리 태양계 밖의 항성들에도 대체로 그 항성을 공전하는 행성들이 존재하며 그 가운데 약 5분의 1가량은 지구와 크기가 비슷하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다른 항성계에도 지구형 행성, 즉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행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이 발견 덕분에 외계행성과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한 인류의 우주탐사는 더 큰 활력을 얻을 수 있었다.

이처럼 큰 공을 세운 케플러 망원경에 대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달 17일 부고 형식으로 퇴역이 임박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연료 고갈로 인해 관측 활동이 정지되면서 더 이상 데이터를 지구로 보내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었다. 이어 NASA는 지난달 30일 정식으로 연료가 모두 고갈됨에 따라 케플러 망원경의 모든 기기를 끄고, 현재의 궤도에서 은퇴시키기로 결정했다. 동체가 산화하거나 부서지는 것은 아니지만 케플러 망원경은 지구와 약 1억5000만㎞ 떨어진 거리에서 태양을 공전할 뿐이다.

2009년 3월 발사된 케플러 망원경이 외계행성을 찾아내는 방식은 행성이 항성 앞을 가로지를 때 해당 항성의 별빛이 줄어드는 ‘항성면 통과(트랜짓)’를 감지하는 것이다. 행성을 직접 찾아내기는 어렵기 때문에 행성이 별을 가릴 때 생기는 매우 미세한 별빛의 변화를 이용하는 것이다. 행성의 크기가 대체로 항성보다 극히 작기 때문에 NASA는 이 같은 작업의 어려움을 “100마일(약 160㎞) 밖에 있는 자동차 전조등 앞을 기어가는 벼룩을 찾아내는 것”에 비유한 바 있다.

이런 어려운 작업 속에서 케플러는 2011년 물이 존재할 수 있는 구역에서 행성을 발견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영역에 행성이 있다는 것은 곧 해당 행성들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항성으로부터 일정한 거리 내의 행성은 지나치게 뜨겁기 때문에 물이 존재할 수 없으며 일정거리 이상 떨어진 행성들은 지나치게 춥기 때문에 물이 얼음 상태로만 존재하게 된다. 이렇게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영역을 해비터블존(habitable zone)이라고 부른다. 케플러는 또 이 영역에 있는 행성들 중 상당수는 지구와 비슷한 크기의 암석형 행성임도 밝혀낸 바 있다.

“지구 닮은꼴 외계행성 있다” 우주탐사 새 길 열고 잠든 케플러 망원경

케플러가 찾아낸 ‘케플러-22b’ 행성은 지구에서 600광년 떨어진 시그너스 성단에 있는 행성으로 NASA는 지구처럼 표면에 물이 존재하며 생명이 존재하기에 적당한 기후일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이 행성은 지구보다는 크지만 해왕성보다는 작다. 또 2015년 지구에서 약 1400광년 떨어진 백조자리에서 발견된 ‘케플러-452b’는 지구의 1.6배 직경에 공전주기도 385일로 비슷한 것으로 확인됐다.지난해에는 항성과 행성 8개로 이뤄진 케플러-90 항성계도 발견된 바 있다. 이는 태양계에 존재하는 행성과 같은 수치다. 이 같은 발견들을 토대로 NASA는 항성의 20~50%는 지구와 크기가 비슷한 암석행성을 거느리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NASA는 케플러 망원경이 지난달 마지막으로 보내온 데이터를 포함해 현재까지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에만 약 10년가량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케플러는 사실 연료가 고갈되기 전인 2014년에도 부품 고장으로 인해 조기 은퇴할 위기에 빠진 바 있다. 망원경의 자세를 잡아주는 시스템이 고장나면서 임무수행에 차질을 빚었던 것이다. NASA는 태양광의 압력을 이용해 자세 제어장치 중 망가진 부분을 대체하면서 기적적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이후의 케플러 관측활동에 대해 ‘K2’라고 명명했다. NASA는 당초 K2 미션에서는 우주 관측이 10여차례만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케플러는 예상을 뛰어넘어 최근까지 19차에 걸친 관측 임무를 수행했다. 케플러의 우주 탐사 임무를 물려받아 인류가 우주를 바라보는 눈 구실을 할 후계자는 지난 4월 NASA가 쏘아올린 우주망원경 TESS(Transiting Exoplanet Survey Satellite·항성면통과 외계행성탐색위성)다. TESS는 지구로부터 거리 30~300광년의 범위에 있는 태양계 근방의 외계행성을 중점적으로 관측하게 된다. NASA는 TESS를 이용해 지구형 행성 50여개를 포함한 2만개가량의 행성을 찾아낼 계획이다. 이미 TESS는 행성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항성 73개를 찾아냈으며 이 가운데 두 개의 항성계에서 지구형 행성 2개를 찾아낸 바 있다.

NASA가 케플러 우주탐사 계획을 처음 시작했던 1980년대 NASA의 주임연구원이었던 윌리엄 보루키는 “35년 전 케플러 계획을 시작했을 때 인류는 태양계 밖에 존재하는 행성을 하나도 확인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우주 어디에나 행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케플러 망원경은) 미래 세대가 우주 탐사로 나아가는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항성(별) : 태양처럼 스스로 타면서 빛을 내는 천체다.

행성 :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며 항성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 등의 천체를 부른다.

초신성 : 태양보다 질량이 10배가량 더 무거운 항성들이 마지막 순간 자신을 이루고 있던 모든 물질을 내뿜으며 대폭발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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