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 입주 전 확인 포인트
분양 당시 카탈로그·계약서 챙겨, 실제 시공된 자재 동일한지 비교
하자 발견 땐 스티커 붙이고 촬영, 나중에 분쟁 발생 대비 증거 활용
라돈 의심되면 대행 업체에 의뢰, 이사 때 사다리차 이용 여부 점검

수도권에 사는 임모씨(38)는 이달 말 새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년8개월 전 분양받을 때만 해도 올 것 같지 않던 입주일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사실 설레기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임씨는 “얼마 전 입주 사전점검은 며칠에 걸쳐 끝냈다”며 “분양대금 잔금이나 취득·등록세 납부 등 생각보다 해야 할 일들이 아직도 제법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달부터 내년 1월까지 전국적으로 새 아파트에 12만9849가구가 입주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12만2000가구)보다 6.1% 많은 규모다. 연말 서울 송파구 일대에 9510가구 대단지 아파트 ‘헬리오시티’가 입주하는 데다 하남 미사·남양주 다산 등 수도권 물량이 쏟아진다. 지방에서도 6만6131가구가 새 아파트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 잔금 치러야 진짜 ‘내집’
새 아파트에 입주할 때는 기존 아파트로 이사할 때보다 꼼꼼하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계약금과 중도금을 냈더라도 잔금을 치를 때까지 온전한 내 집이 아니지만, 이를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새 아파트로 입주할 때 꼭 알아야 할 사항들을 정리했다.
입주 준비는 아파트 입주자 사전점검에서 시작된다. 사전점검은 입주예정자가 본인이 살 집을 직접 살펴보고 보수를 요구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대개 입주 한 달 전, 2~4일에 걸쳐 이뤄진다.
입주자는 이때 처음 집 상태를 확인하는 것으로, 입주 후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작은 부분까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분양 당시 카탈로그와 계약서를 챙겨가 실제로 시공된 자재가 동일한지, 자신이 신청한 옵션사항이 잘 설치됐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다.
발견한 하자는 포스트잇이나 시공사에서 주는 스티커로 표시해놓고 이를 카메라로 찍어두는 게 좋다. 나중에 하자가 제대로 보수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최근 아파트 하자분쟁이 늘고 있는 추세여서 근거자료를 미리 확보한다는 의미에서도 중요하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사전점검 준비물로 신분증과 사전점검 초대장 외에 필기구와 줄자, 페트병, 휴대폰 충전기를 챙기라고 조언한다. 휴대폰 충전기는 콘센트 전기 공급이 잘 이뤄지는지, 페트병은 욕실의 배수상태를 확인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줄자는 가구 배치 등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다.
전북 전주의 한 신축 아파트 욕실에서 1급 발암물질 라돈이 검출되면서 대행 업체에 사전점검을 맡기는 경우도 많다. 대행업체들은 라돈 검출기 외에 열화상카메라로 단열시공이 잘돼 있는지 등 일반인들이 육안으로 찾기 힘든 하자를 발견해준다. 한 사전점검 대행업체 관계자는 “의외로 변기 고정이 안됐다거나 싱크대 하부장의 보일러 분배기가 그대로 노출돼 있는 등의 하자도 많다”며 “대개 발코니 창문이 잘 닫히는지만 확인하는데 창문틀이 제대로 고정돼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전점검이 끝나면 입주일 예약 등 입주 절차가 본격 진행된다. 새 아파트는 많은 가구가 이사를 하기 때문에 입주 기간은 통상 60~90일 정도다. 주로 동별로 입주가 이뤄지며, 사다리차를 이용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아 엘리베이터 사용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새 아파트에 입주할 때는 분양대금 잔금이 완납된 상태여야 한다. 잔금을 치르기 전에 할 수 있는 것은 입주 청소 정도다. 정해진 입주 기간에 입주를 하지 못하더라도 분양대금 잔금을 납부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연체 이자를 물게 되며 장기 미납 시 경매로 넘어갈 수 있다.
그런 다음 단지 내 임시 관리사무소에 선수관리금도 납부해야 입주증과 해당 호수의 열쇠 등을 받을 수 있다. 선수관리금은 일정 금액의 관리비를 미리 지불하는 예치금 성격으로 나중에 이사갈 때 돌려받는 것이다. 소유권 이전 등기와 취득세 납부 등은 이후 이뤄진다.
만약 집주인이 거주하지 않고 전·월세를 놓을 경우에는 계약서에 하자보수 청구와 관련해 적극 협조하겠다는 점을 명시하는 게 좋다. 추후에라도 세입자가 거주하며 알게 된 하자를 집주인에게 통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품목에 따라 하자보수 기간이 다르긴 하지만 대개 일반적인 하자는 2년이다. 자칫 세입자의 무관심으로 보수 기간을 넘기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 세입자라면 진짜 소유주 확인해야
새 아파트에 입주하는 세입자는 분양계약서상의 명의자와 임대차 계약자가 같은 인물인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원래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는 등기부등본을 통해 집주인을 확인한다. 그러나 새 아파트의 경우 대개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받아 분양대금 잔금을 치른다. 그러다보니 세입자가 잔금을 치르고 입주하는 날에는 집주인 명의로 소유권 이전 등기가 이뤄져 있지 않게 마련이다.
이럴 때는 집주인에게 분양계약서 사본을 요구해 직접 확인해봐야 한다. 또 건설사를 통해 해당 호수의 실제 소유주의 인적사항과 집주인이 중도금이나 분양대금 잔금 완납 등을 제대로 완료했는지, 분양계약 해지 가능성은 없는지 등도 알아봐야 한다.
세입자는 입주하는 날 바로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아둬야 한다. 그래야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취득하게 돼 임차권을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확정일자는 등기 여부와 상관없이 받을 수 있다.
새 아파트는 대출을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세입자는 대출금액이 과도하다고 판단될 때는 계약서에 ‘전세보증금을 받아 대출금 일부를 상환한다’는 특약을 다는 게 좋다.
또 소유권 이전 등기는 입주 시작일부터 1~2개월 후 이뤄지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등기부등본을 통해 집주인이 알린 대출금과 설정돼 있는 근저당이 같은지를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을 합친 금액이 해당 아파트의 매매가 하한선을 넘을 경우 은행 대출이 지연돼 입주가 늦어질 수 있다”며 “입주물량이 많아 실거래가가 분양가보다 떨어질 수 있는 곳도 그런 위험이 있기 때문에 입주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