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패션연구소, 보고서 왜?
‘2030 취향 맞춘 상권 형성’ 예측
삼성 패션 브랜드 띄우기 시각도
젊은층의 패션 1번지였다가 최근 수년간 인기가 주춤해진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이 다시 뜨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는 가로수길에 라이프스타일, 식음료(F&B) 등의 세련된 매장이 들어서면서 다시 2030세대를 붙잡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그러나 최근 이곳에 새 브랜드들을 선보인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상권을 띄우려는 ‘마케팅 전략’으로도 보인다.
삼성패션연구소는 5일 ‘변신한 가로수길 재조명’이란 보고서에서 “가로수길의 이면도로나 골목에 있는 작지만 특색있는 매장들, 시그니처 메뉴와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오감을 자극하는 F&B,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스포츠 커뮤니티 플랫폼 등이 밀레니얼·Z세대 이목을 끈다”고 밝혔다. 가로수길은 강남 일대 대표적인 패션 주도 상권이었다가 최근 3~4년 전부터 인기가 시들해졌다.
보고서는 가로수길이 다시 뜨는 이유 중 하나로 일명 ‘빵지순례’를 들었다. 빵지순례는 성지순례하듯 빵집을 찾아간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샷 등을 올리는 것을 가리킨다.
대로가 아닌 이면도로에 자리한 스포츠·라이프스타일·F&B 매장이 빵지순례 하듯 2030을 끌어당기는 요인이라고 봤다. 이면도로는 가로수길 명칭에서 착안해 ‘세로수길(가로-세로)’ ‘나로수길(가나다라)’로도 불린다. 간판과 매장 입구가 눈에 잘 띄지 않아 아는 사람만 찾아갈 수 있는 숨겨진 매장도 오히려 인기 요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 밖에 패션과 음악, 카페를 혼합한 매장과 러닝, 사이클 등 스포츠 매장이 가로수길 부활을 이끄는 요소라고 봤다.
삼성패션연구소가 가로수길 상권 분석 보고서를 내놓은 것은 이곳에 새 브랜드들을 내놓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사업을 띄우려는 전략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76)의 둘째 딸 이서현 사장(45)이 맡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 8월 가로수길에 꼬르소 꼬모, 9월에 브룩스 러닝, 10월에 메종 키츠네와 그라니트 매장을 열었다. 보고서에도 이 브랜드들이 여러 번 강조됐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 측이 론칭한 브랜드들은 젊은층을 겨냥한 세련된 이미지로, 가로수길을 찾는 이들과 겹친다”며 “상권과 자사 브랜드를 윈윈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