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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가보고 싶은 곳…워싱턴 디시 Washington DC

입력 : 
2018-10-18 10: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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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에 대서특필되는 일이 있으면 그곳이 궁금해지곤 한다. 요즘은 워싱턴이 그렇다. 워싱턴발, 트럼프 트윗발 뉴스가 만발하는 이즈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곳으로의 발길을 한 번쯤 생각하게 된다. 캘리포니아도, 플로리다도, 포틀랜드도, 뉴욕도 아닌 밋밋한 느낌의 그곳. 하지만 뜻밖에 볼 거리도 많은 정치도시 워싱턴 DC로의 여행을 계획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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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2년 콜럼버스가 인디언 부족의 땅 미대륙에 상륙했고, 1607년 무렵부터 영국의 뉴프론티어들이 미국으로의 이주를 시작했다. 1773년까지 영국은 대서양 연안 13개 주를 식민지로 삼아 미국을 통치했다. 1775년, 영국의 수탈과 간섭에 분노를 폭발한 식민지 미국의 13개 주가 결속하여 독립운동을 벌였고, 이듬해인 1776년 독립을 선포했다. 7월4일의 일이었다. 워싱턴 DC가 미국의 수도가 된 것은 1790년이다. 미국의 독립과 워싱턴 DC의 출현 당시 한국은 조선 정조대왕의 통치 시기였다. 당시 조선에도 서양 문물을 상징하는 천주교가 잠입해 있었으니, 근대화의 기운은 당시 전세계의 흐름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워싱턴 DC는 수도 지정 이후 미국의 국가 정체성을 구축하는 거점이었고, 그에 따라 행정, 입법, 사법 등 정치 도시로만 성장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뉴욕, 로스엔젤레스 등 대도시에 비해서 규모는 작지만 미국의 역사와 문화, 정신을 읽을 수 있는 가장 권위 있는 도시를 꼽자면 당연히 수도인 워싱턴 DC이다.

수도 워싱턴에 ‘DC’가 붙는 이유는, 워싱턴의 정식 명칭이 ‘워싱턴 디스트릭트 오브 콜럼비아 Washington District of Colombia’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워싱턴 콜롬비아 특별구’라는 뜻으로 워싱턴 DC가 위치한 대서양 연안의 메릴랜드주는 물론 미국의 그 어느 주에도 포함되지 않는 독립 도시를 의미한다. 서울시가 경기도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경기도가 아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일반인들 또한 수도 워싱턴에는 꼭 ‘DC’를 붙임으로써 미국 서부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주와 구별하고 있다(필자는 어렸을 때 ‘미국의 수도 워싱턴은 분명 워싱턴주에 위치한다’고 굳게 믿은 적도 있었다).

워싱턴 DC 여행의 목적은 ‘미국 역사’와 ‘미국인의 소박한 삶’을 보기 위해서이다. 정치와 행정, 법률 도시라고 서민의 삶이 없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곳은 화려하지 않고 유행을 선도하지도 않는다. 오래된 도시인만큼 고풍스러운 마을도 많고, 주민을 상대로 하는 전통 시장, 마켓, 백화점, 카페, 서점, 도서관 등 평범한 동네에서 마주칠 수 있는 풍경들도 많다. 시내로 들어가면 수많은 로비스트들이 들락거리는 곳답게 호텔, 레스토랑 등 다운타운의 인프라도 잘 되어 있다. 워싱턴 DC에서 무엇보다 집중적으로 보게 되는 것은, 미국의 역사와 함께 한 권위적 시설물들이다. 미국의 역사 가운데 한국과 관련된 시간이 짧지 않다는 것이 관심이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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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몰과 타이들베이슨 National Mall & Tidal Basin 워싱턴 DC 여행에서 맨 처음 가봐야 할 곳이다. 워싱턴 DC의 정체성은 물론 미국의 정신을 상징하는 시민 공원이다. 특히 이곳에는 워싱턴 DC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인 ‘워싱턴 기념탑 Washington Monument’, ‘링컨 기념관 Lincoln Memorial’, ‘미국 의회 의사당 U.S. Capitol Building’ 등이 있다. 또한 ‘미국 국립 항공우주박물관 National Air and Space Museum’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박물관, 미술관 등도 이곳 내셔널몰과 그 인근에서 만날 수 있다. 미국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을 기념하기 위해 로마의 판테온을 모델로 건축한 ‘토마스 제퍼슨 기념관 Thomas Jefferson Memorial’, ‘프랭클린 댈러노 루스벨트 대통령 President Franklin Delano Roosevelt’, 미국 시민운동과 평등운동의 상징 ‘마틴 루터 킹 Martin Luther King Jr.’ 기념관도 내셔널몰과 인근에서 들를 수 있는 곳들이다. 얼마나 많은 기념관과 미술관들이 집중되어 있는지, 내셔널몰에 있는 문화 공간을 제대로 둘러보려면 한 달을 머물러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내셔널몰에서 문화 공간과 함께 인기 있는 것은 바로 ‘타이들 베이슨 Tidal Basin’. 내셔널몰의 남서쪽 끝에 위치한 이곳은 여행자는 물론 워싱턴 DC 시민들이 사랑하는 곳이다. 특히 봄에 열리는 ‘내셔널 체리 블로섬 페스티벌 National Cherry Blossom Festival’은 주민 뿐 아니라 세계의 주목을 받는 축제이다. 수천 그루의 벚꽃 아래에서 피크닉을 즐기려는 여행자들이 미국 전역과 세계에서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축제가 끝나고 나면 타이들 베이슨은 인공 호수를 중심으로 전형적인 공원으로 운영된다. 호수에서 패들보트를 타며 유유히 움직이는 사람들, 호반길을 산책하는 사람들, 여기저기 삼삼오오 모여 요가와 필라테스, 또는 태극권을 수련하는 사람들 등 더 이상의 평화가 없겠다 싶을 풍경 속을 걷노라면, 워싱턴 DC가 갑자기 사랑스러워지고 이곳에 더 머물고 싶은 욕구가 일어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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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기념관 Lincoln Memorial 미국의 노예 해방 운동은 노예가 아닌 대통령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이다. 교과서에 배운 그대로 노예를 향해 ‘자유’를 외치고, 노예를 부리던 농장주들에게 ‘그들의 족쇄를 풀라’고 주장한 주역이 대통령이었던 것이다. 미국 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 Abraham Lincoln’은 기득권 농장주들과 적지 않은 남부 연방 주들의 극렬하고도 조직적인 반발에도 불구하고 노예의 해방을 법적으로 이룬 지도자이다. 링컨의 업적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노예들이 진정한 자유를 누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노예 자신들의 더 많은 용기가 필요했고, 농장주들의 교묘한 핍박도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노예 해방의 선각자로 링컨 대통령을 꼽고 그를 존경하는데 주저하지 않지만, 결국 노예 해방의 완성을 이룬 것은 노예 자신들이었음을 강조하곤 한다. 그래서 링컨 기념관은 링컨의 업적을 기리는 곳이자 노예들의 용기와 투쟁의 역사를 기념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링컨 기념관은 건축가 ‘헨리 베이컨 Henry Bacon’의 설계로 1922년 5월30일에 완성되었다. 그리스 건축 스타일에서 가져온 ‘그릭 리바이벌 Greek Revival’ 건축 양식으로 지은 이곳은 하얀색 대리석, 36개의 도리아식 기둥이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을 연상케 하는 곳이다. 기둥을 서른 여섯 개 세운 것은 링컨 대통령이 암살당했을 당시 ‘노예 해방에 찬성한 북부 연방’의 36개 주를 의미한다. 기념관 중앙의 링컨을 대리석 좌상은 조각가 ‘대니얼 체스터 프렌치 Daniel Chester French’의 작품인데, 조각상 뒤쪽에 새겨진 링컨에 대한 미국인들의 존경의 매시지를 읽노라면 정치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다. 고풍스러운 건축물, 노예해방, 위대한 지도자 등등 엄숙함과 존경심이 일어나는 곳이지만, 현장에 가 보면 너무도 많은 관광객, 너무나 시끄러운 일부 사람들 때문에 정신이 빠질 지경이다. 그러나 음각된 글, 해방의 과정, 유물 등을 찬찬히 살피노라면 홀로 들어와 있는 듯한 몰아의 경지에 빠질 수도 있다.

위치 900 Ohio Drive SW Washington, DC 2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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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기념탑 Washington Monument 미국의 랜드마크쯤 되는 탑이다. 이 탑은 미국의 기원이 담긴, 일종의 성소 느낌의 건축물이다. 건축 양식이 오벨리스크를 닮았기 때문이다. 이집트의 투트모세 1세 때 건축된 오벨리스크는 사각형 탑으로 위로 올라갈수록 가늘어지고 꼭대기는 피라미드 꼴로 마무리되었다. 일설에 의하면 오벨리스크는 다산, 남성을 상징하기도 한다는데, 그래서 그럴까? 높이 170m의 거대한 워싱턴 기념탑을 올려다 보노라면 다분히 마초적인 느낌이 올라온다. 전쟁이 난무했던 시절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조지 워싱턴 미국 초대 대통령을 기념하고, 국가와 국민에 대한 존경이 뜻을 담은 이 탑은 두 가지 재미있는 기록을 갖고 있다. 하나는 이 탑 때문에 워싱턴 DC에는 고층 빌딩이 들어설 수 없다. 국민에 대한 존경을 담고 있다는 건립 취지에 맞춰 ‘워싱턴 DC에 워싱턴 기념탑보다 높은 건축물을 지을 수 없다’는 법률이 재정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워싱턴 기념탑의 건립 기간은 37년이다. 1848년에 건축을 시작했지만 자금 부족, 남북전쟁 등으로 중단된 일이 많았다. 건축이 지지부분해지면서 처음에 계획했던 조지 워싱턴 조각상 건립이 취소되는 사태를 맞기도 했다. 조지 워싱턴 기념관은 1988년 10월9일부터 일반인에게 개방되었다.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153m 높이의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70초. 전망대에 오르면 동쪽 국회의사당, 서쪽 링컨 기념관과 알링턴 국립묘지, 북쪽 백악관 등 워싱턴 DC 전체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워싱턴 DC 여행에서 맨 먼저 내셔널 몰에 가야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세계의 모든 전망대가 그러하듯, 여기 역시 일찍 나가 탑 옆의 매표소 앞에서 줄을 서야 당일에 오를 수 있다. 이곳은 입장료는 물론 엘리베이터까지 무료로, 선착순으로 태워준다. 그러니 더더욱 서둘러야 한다.

위치 2 15th St NW, Washington, DC 2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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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 의사당 U.S. Capitol building 1793년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 초석을 놓은 이후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1826년에 완공된 미국 의회건물이다. 상원과 하원 모두 이 의사당 안에서 운영되고 있다. 2017년, 이곳 의사당 건물의 돔 복원 공사가 마무리되었다. 1959년에 대대적인 공사를 한 이후 약 60년 만의 수선 공사였다. 주철로 제작된 돔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부식되고 금이 가는 특징이 있다. 이즈음 미국 의사당 건물을 여행하는 사람은, 일생에 한 번 만날 수 있는 ‘복원된 의사당 건물 돔’을 보게 되는 행운을 잡은 셈이다. 이 장엄한 돔의 수직 지하에는 고인이 된 미국 대통령들이 묻혀 있다. 의사당은 의회 업무가 벌어지는 공간이지만, 국민을 대표하는 의회의 건축물인 만큼 미국을 기념하는 여러 가지 기념식이 벌어지기도 한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 때 뉴스에서 보이는 장면은 의사당 서쪽 테라스에 해당된다. 돔 위치에서 내려다 보이는 의사당 마당은 미국의 공적인 행사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의회 의사당은 미국 시민의 경우 상원, 하원 방청석 입장이 가능하고, 관광객은 예약 과정을 거쳐 영어 해설(안내 브로슈어에는 한글판이 있다) 프로그램에 따라 방청석을 제외한 방문자 동선을 관람할 수 있다. ‘다수에서 하나로’라는 제목의 13분짜리 안내 영화로 시작되는 관람은 지하실, 원형홀, 국립조각상 홀 등을 둘러보고 끝난다. 관람은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8시40분부터 오후 3시20분까지 무료로 진행된다.

위치 East Capitol St NE & First St SE, Washington, DC 2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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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White House 워싱턴 DC 여행에서 이곳을 건너 뛸 순 없다. 1792년에 착공, 1800년에 완공했으니 어느덧 200년이 넘은 건축 유적이 된 셈이다. 완공 당시에는 ‘대통령의 집 President’s House’이 공식 명칭이었으나 영국과의 전쟁 와중에 불이 나 다시 하얀색으로 칠을 한 뒤 ‘화이트 하우스’로 불리게 되었다. 물론 당시 백악관이 지금의 모습은 아니다. 1820년대에 제임스 호번이 복원 공사를 했고, 1862년 남북전쟁 때 건축물 일부가 파괴되었으며,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 때는 서쪽에 건물을 증축하기도 했다. 지금의 형태는 1961년 케네디 대통령 때 이뤄졌다. ‘백악관’이라는 용어는 건축물의 색깔이 하얗기 때문에 시작된 표현이지만, 대통령과 보좌관, 정부가 국민에게 깨끗한 마음과 충성심, 비리 없는 업무, 투명한 정책 등으로 대해야 한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백악관은 겉모습만 개방되었을 뿐,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일반 국민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위치 1600 Pennsylvania Ave, Washington, DC 2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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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DC 동네 여행

워싱턴 DC는 박물관 천국이다. 박물관의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다 볼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다. ‘국립 항공우주 박물관 National Air & Space Museum’, ‘미국 역사 박물관 Museum of American History’, ‘자연사 박물관 Museum of Natural History’ 등은 다분히 미국적이고 다소 마초적인 기념관들과 달리, 아메리카 대륙에서 그동안 벌어진 문명의 역사와 흔적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는 공간들이다. 그 넓은 땅을 하나의 국가로 통일시키고 연방으로 분권하는 제도가 정착하기까지 미국인들이 어떻게 대처하고 논의했을까. 그리고 나사로 대표되는 미국의 과학과 문명이 어떻게 세계를 석권하게 되었는지도 이곳들에서 엿볼 수 있다. 한때는 이빨 빠진 사자라는 비아냥도 있었지만, 최근 미국 기업인 애플,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보여주고 있는 행보를 떠올리며 이런 박물관 투어를 해 보면 그 저력의 근본을 엿볼 수 있게 된다.

‘코코란 갤러리 Corcoran Gallery’, ‘스미스소니언 미국 미술관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프리어 미술관 Freer Gallery of Art’, ‘아프리카 박물관 Museum of African Art’, ‘여성 예술가 박물관 Museum of Women in the Arts’ 등은 미국인들의 예술 감각을 확인할 수 있는 미국적 갤러리들이다.

공연 문화도 그 어느 도시 못지 않다. 콘서트 홀, 오페라하우스, 극장 등 문화 공연 시설들을 갖춘 ‘케네디 센터 Kennedy Center’, ‘셰익스피어 시어터 컴퍼니 Shakespeare Theatre Company’, ‘아방 바르 The Avant Bard’, ‘컨스텔레이션 Constellation’, ‘모자이크 Mosaic’, ‘로르 샤흐 Rorschach’ 극장 등은 건축물 앞에 서기만 해도 마음이 뿌듯해지는 문화 예술의 전당들이다. 공연과 전시 일정이 맞는다면 천천히 관람하고 함께 즐기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 그게 여행의 참 맛 아닐까.

요즘 유행하는 마을 여행도 계획해 본다. 레스토랑과 상점, 라이브 엔터테인먼트로 여행 내내 즐거운 ‘U 스트리트 코리더 U Street Corridor’, 주거지역이자 클럽과 카페 문화가 남다른 ‘아담스 모건 Adams Morgan’은 즐길 거리가 많은 동네들이다. 조지타운 역시 고급 브랜드와 전통적 밤 문화가 활발한 도시이다. 조지타운에 가면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 중 하나인 ‘이스턴 마켓 Eastern Market’을 꼭 들려볼 것을 워싱턴 DC 동네 여행을 경험한 여행자들의 한결 같은 권유이다.

[글 이영근(여행작가) 사진 픽사베이, 위키미디어, gousa 공식 홈페이지 참조 미국관광청 일러스트 포토파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0호 (18.10.2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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