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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반려의 삶을 사는 법-당신은 준비가 됐나요?

입력 : 
2018-10-24 10:5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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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입양을 고려 중인 당신이 결정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입양하려는 반려동물의 품종과 나이, 성별 등은 기본이고, 건강과 외모 혹은 혈통을 주의 깊게 고를 수도 있겠다. 그러면 당신은 어떤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적합한 사람인가? 당신의 취향을 고민하는 데 정신을 뺏겨 정작 당신은 제대로 준비가 됐는지 물어 본 적이 없지는 않나.

나의 경우엔 반려견 입양을 준비하며 내세운 몇 가지 조건이 있었다. 유기견일 것(사지 말고 입양할 것), 푸들일 것(가족 건강을 위해 털 빠짐이 적을 것), 수컷일 것(암컷보다 손이 덜 가리라 믿은 것), 1살 미만일 것(집 안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것) 등이다. 결국 다 허망한 소리였다. 넉 달을 기다린 끝에 조건을 모두 갖춘 푸들을 찾았고 득달같이 보호소로 달려갔지만, 돌아오는 차 안에는 여섯 살 믹스 암컷이 실려 있었다. 내가 목표 달성에 실패한 이유는 괄호를 보면 자명하다. “너는 나를 위해 이렇게 존재해 줘”는 도취나 폭력과 다르지 않았으니, 실패한 게 천만다행이랄까. 하여 오늘은 입양을 선택할 ‘권리’에 앞서 선택할 ‘자격’이 있는지를 이야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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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복지가 훌륭하기로 소문난 독일에서는 매매가 법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입양하려면 동물 보호소로 가야 한다. 대표적으로 티어하임(Tierheim)이 있는데, 입양 절차가 무척 까다롭다. 어느 정도냐 하면, 당신이 티어하임에서 개를 입양한다고 치자. 우리나라처럼 “저 아이로 할게요”라는 한마디로 곧장 개를 데리고 나와 차에 싣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최소 두세 번은 방문해 그 개를 이해하고 함께 산책도 하며 당신을 어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만약 개에게 문제 행동이 있고 그럼에도 입양을 원한다면 당신이 지불한 비용으로 훈련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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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티어하임 관리자는 당신이 반려인으로 적합한지 알기 위해 여러 가지를 물을 것이다. 사는 곳은 어디인지, 마당은 있는지, 몇 층이며 엘리베이터는 있는지, 집에 다른 동물이 있는지, 개가 혼자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지 등을. 당신이 하루에 8시간 이상 집을 비우는 사람이라면 입양은 불가능하다. 다음으로 관리인은 당신의 집을 방문해 공원과의 거리, 산책 횟수, 월 수입, 가족과 집주인의 동의 여부를 확인한다. 때로 이 과정은 한 달 넘게 걸리기도 해서 엄청난 인내심을 발휘해야 할 수도 있다. 끝으로 보호 과금을 지불하면 마침내 개는 당신의 ‘가족’이 된다. 그런 뒤 매년 10만 원 남짓의 ‘반려견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일은 지난한 입양 과정에 비하면 누워서 떡 먹기다. 놀라운 건 티어하임은 이처럼 높은 장벽을 두고도 보호 동물의 90%에게 새 가족을 찾아 주고, 파양도 2%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까다롭고 신중하게 반려인의 자격을 검증하는 때문일 게다.

독일만큼은 아니라도 반려동물을 입양하기 전 최소한 ‘나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먼저 자문해보자. 그들은 언제라도 누구라도 사랑할 준비가 완벽히 되어 있다. 자격이 필요한 건 우리 쪽이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수리맘)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1호 (18.10.3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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