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마다 있는 다이소는 힘이 세다. 싸서, 균일가를 내세워서, 물건이 생각보다 많아서. 구석구석 쓰임새 좋은 물건은 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다이소가 내놓는 기획 상품은 그야말로 ‘초대중적’인 상품이다. 그래서 주목하게 되는 최신 기획 상품은 바로! 레트로 시리즈. 그냥 이것저것 복고 아이템을 짜깁기한 것이 아니라 1990년대 추억을 소환하는 기획물이다. 게다가 30종이나 된다.
한동안 브랜드 로고를 겉으로 드러내는 건 촌스러운 행동이라는 불문율이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를 돌아보자. 당시 우리는 청바지 로고를 드러내기 위해 티셔츠 앞단을 굳이 바지 안에 구겨 넣고 다녔다. 벨트 버클의 로고는 하염없이 커져만 갔다. 어떻게 하면 로고가 눈에 띄게 입을까를 연구하는 게 일반적이었으니. 1990년대를 오마주한 요즘 패션 역시 빅 로고, 비비드한 컬러로 대변된다. 특히 필라, 엘레쎄, 카파, 아식스 등 1990년대에 인기를 누렸던 스포츠 브랜드들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하며 이 현상이 두드러졌다.
티몬에 따르면 1990년대를 풍미했던 벙거지(버킷햇)는 328%, 힙색은 174%, 복고 패션의 상징과도 같은 후드 달린 아노락은 101% 매출이 상승했다. 모두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말이다. 언뜻 보면 촌스러운, 하지만 이 촌스러움이 요즘 가장 ‘핫’하다는 거다.
이 트렌드는 우리만의 현상이 아니다. 베트멍, 슈프림 등의 세계적 인기에서도 볼 수 있듯 1990년대 바람은 글로벌 트렌드다. 그 시대를 추억하는 세대에게는 감성적인 촉촉함으로, 요즘 세대의 젊은이들에게는 신선함으로 어필되는 1990년대. 누군가에게는 복고고 빈티지고 추억이라지만, 이를 처음 접하는 10대와 20대에게는 눈에 띄는 ‘새로움!’이다.
낭만이 살아 있는 1990년대, 냉전이 사라진 자유의 거리에서 느꼈던 스트리트 문화의 당돌함. 그게 요즘 디자인 업계가 꽃힌 화두다. Welcome back, 1990년대!
[글 안성현(문화평론가) 사진 다이소, 휠라코리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1호 (18.10.3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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