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인상’이 새삼 화제가 된 것은 최근에 일어난 안타까운 사고 뉴스와, 그 보도가 나오자마자 거의 즉각적으로 발표된 ‘LG의인상 수여 소식’이 계기가 되었다. 이번 LG의인상의 주인공은 ‘고 김선웅’ 씨. 그는 지난 10월3일 새벽 야간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제주도청 근처를 지나던 그의 눈에 손수레를 끌고 가는 노인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는 즉시 노인에게 다가가 힘을 보태며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뒤에서 밀어준 것도 아니고 아예 손잡이를 받아 앞에서 끌고 있었다. 이때 과속 차량이 달려들었고, 김선웅 씨는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머리를 심하게 다친 그는 사고 이틀째인 5일 ‘뇌사 판정’을 받았고, 그로부터 4일 후인 10월9일 세상과 작별했다. 그리고 연이어 인터넷을 뜨겁게 한 그의 ‘장기기증 소식’. 2남1녀 중 막내였던 고 김선웅 씨는 오래 전 어머니를 여의였다. 긴 투병 끝에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그는 가족과 함께 ‘장기기증’을 약속했고, 이번 뜻밖의 사고를 당하며 그 약속을 세상에 풀어놓게 된 것이다. ‘그런 약속은 지킬 일 없이 평생 약속으로 끝나도 좋으련만, 아까운 청년의 죽음이 안타깝다’는 세상의 탄식과 상관없이, 선웅 씨는 얼굴도 모르는 어떤 중환자들에게 자신의 신체 일부들을 선물하고 세상을 떴다. 선웅 씨의 장기를 기증받은 환자는 모두 9명. 장기기증을 신청하는 환자들은 모두 절체절명의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로, 그 순서를 기다리다 세상을 뜨기도 할 정도로 위중한 상황이 대부분이다. 선웅 씨의 의로운 행위는 장기를 선물했다는 것 이상의 가치를 세상에 남겼다.
고 김선웅 씨가 세상을 떠난 지 7일 뒤인 지난 16일, ‘LG복지재단’은 김선웅 씨 가족과의 협의를 거쳐 ‘고 김선웅 씨에게 LG의인상을 수여하고 유가족에게 5000만 원을 전달한다’고 발표했다.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전하며 떠난 고 김선웅 군의 숭고한 뜻을 기억하고 유가족에서 위로의 뜻을 전하기 위해 의인상을 드리기로 했다’는 수여 이유와 함께였다. 고 김선웅 씨와 그의 가족에 대한 LG의인상 수여 소식은 선웅 씨의 선행과 비극적 죽음을 바라보는 평범한 사람들의 안타까움과 부채의식을 대신 위로하고 갚아주었다는 의미에서 모두에게 고마운 일이다.
LG의인상이 칭찬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 발 빠른 결정 때문이다. 선웅 씨가 힘겹게 손수레를 끌고 가는 노인의 모습을 보고 즉시 도움을 실천한 것처럼, 그의 의로운 행위가 사회에 알려지자마자 즉시 ‘수여 결정’이 된 것에는 두 가지 큰 의미가 있다. 첫째, ‘좋은 일’은 머뭇거리지 말고, 소신대로 즉시 실천한다는 사회적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점, 둘째,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선행을 기억하게 해 주었다는 점이다.
선웅 씨의 의로운 죽음과 장기 기증 이야기는 뉴스에 등장하자마자 전 국민에게 훈훈하고 안타까움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이런 선행들도 보통은 금세 망각 속으로 사라지곤 한다. 사람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살아가다 보면 그럴 수 있는 일이다. ‘LG의인상’의 속도감은, 시민에게 잠시 ‘다가간 훈훈함’이, ‘시민의 가슴에 각인’되게 하는 상승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고 김선웅 씨의 의로운 이야기가 다가왔다 사라지는 가십이 아닌, 가슴을 울리고 마음에 새겨지는 계기로 만들어 주었다는 얘기다.
LG의인상의 첫 번째 의인상은 고 정연승 상사. 육군특전사 소속이었던 그는 출근길에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은 여성을 발견하고 곧바로 응급처치를 하던 중 자신마저 교통사고를 당해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다. 정 상사는 평소에도 장애인과 노인 복지시설을 찾아가 나눔 활동을 해왔고 형편이 어려운 소년소녀가장이나 결식아동 돕기에도 열성적이었다는 사실이 사고와 함께 세상에 알려졌다. LG의인상 첫 번째 수여자로 결정된 것은 의인상 취지에 맞는 당연한 결과였다는 게 시민들의 평가였다. 아내와 어린 자녀들을 두고 저 세상으로 떠난 정 상사의 유지를 세상에 알리고 유족을 위로하기 위해 LG복지재단은 유족에게 감사의 위로의 뜻을 전하고 1억 원의 위로금을 전했다.
2015년 10월에는 정신지체 청소년의 귀가를 돕다 갑자기 철길로 뛰어든 아이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던진 경주경찰서 고 이기태 경감과 그의 유족에게 의인상을 수여하고 위로금을 전달했다. 당시 이 경감은 정년 퇴임을 3년 남기고 있었는데, 그는 재직 시 동료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은 훌륭한 동료이자 선배였고 표창장을 15회나 받은 모범 경찰관이었다. 2015년 12월 세상을 놀라게 했던 서해대교 화재 사건 때 위험을 무릅쓰고 화재 진압 활동을 벌이다 끊어진 교량 케이블에 가슴을 맞아 목숨을 잃은 평택소방서 고 이병곤 소방관은 소방관들의 영웅적 행동이 세상에 조금 더 알려지게 되는 계기를 주었다. ‘모두 위험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순간, 소방관은 그 위험 한복판으로 들어간다’는 인식이 그것. 화재진압과 구조 활동을 소방관의 당연한 업무쯤으로 생각하기도 했던 사회 인식을 ‘대단한 고마움’으로 변환시켰던 것. 물론 이런 인식 변화가 서해대교 화재 사건 하나로 급변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울림이 컸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그에게 주어진 LG의인상 역시 큰 공감을 얻어내기에 충분했다.
LG의인상은 망자과 그 유족에게만 수여되는 것은 아니다. 위험한 사고 속에서도 의인의 활약으로 모두가 살았고 모두가 감사했고 모두의 가슴을 적신 경우들이 그렇다. 2016년, 아파트 화재로 목숨이 경각에 몰렸던 한 소년을 발견, 발코니 난간을 이용해 윗층으로 올라가 끝내 구한 아파트 주민 이재덕 씨와 이웃들, 부천 아파트 화재 사고 때 자신의 사업용 크레인을 몰고 와 소방대원들을 태워 4층 베란다에 대피 중이던 일가족을 구조하는데 결정적 도움을 준 원만규 씨, 음주운전을 하다 인명 사고를 내고 달아나는 뺑소니 범죄자를 추격, 검거하는데 일조한 이원희·류재한 씨, 2017년 7월 지나가던 여성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던 남성을 제지하다 범인이 휘두른 흉기에 팔뚝을 찔렸으나, 출혈을 불사, 끝까지 쫓아가 붙잡은 곽경배 씨 등이 모두에게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한 주인공들이다.
LG의인상 수상자들의 거듭되는 선행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2017년 5월, LG의인상 주인공들이 상금 일부를 다시 사회에 기부하는 일이 있었다. 화제의 주인공들은 당시 서울용산소방서 최길수 소방관과 해군 특수전전단 이정수, 임도혁, 신상룡 하사등이다. 최길수 소방관은 서울시 용문동 주택 화재 현장에 방화복을 입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방화복으로 위험에 빠진 사람들에게 불길이 가지 못하도록 막아주며 결국 일가족이 안전하게 탈출하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정작 자신의 탈출로가 불길로 막히자 3층에서 뛰어내리다 허리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LG의인상’과 함께 상금을 수상한 최길수 소방관은 모교인 계명대와 협의, 상금 일부를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해군특수전전단의 하사 세 사람은 제주도 강정동 민박집 화재 사건 때 현장에 뛰어들어 민박 손님 7명을 구조한 것을 계기로 ‘LG의인상’을 수상했다. 상금을 받은 이들은 ‘군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상금까지 주시니 감사하다, 우리 바다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전우들의 자녀들에게 작은 보탬이 되길 바란다’며 상금 일부를 ‘바다사랑 해군 장학재단’에 기부했다. 바다사랑 해군 장학재단은 전사하거나 순직한 해군 장병들의 유자녀의 학비 지원을 위해 2014년에 발족한 단체이다.
의인은 사건이 만드는 게 아닌, 본성과 학습을 통한 실천 능력이 만들어 낸 결과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선행들이다. LG복지재단의 ‘LG의인상’은 ‘의로운 행동, 누군가는 알아주고, 세상이 보답한다’는 바른 사회 문화를 알리고 확산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기업의 공익 행위이다. 고맙고 칭찬할 만한 일임에 이의가 없지만 이런 공익 활동이 더욱 많아지기를, 더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고만 있을 수만은 없다. ‘사고 없는 세상’, ‘의로운 실천’ 사례가 더 많아지고 끝내는 ‘모든 시민의 일상이 의로운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의로움에 감사의 응원을 보낸다.
[글 이영근(아트만텍스트씽크) 참조 LG공익재단웹사이트]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1호 (18.10.30)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