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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유행을 따르지 않는, 향수의 정석 가을 남자의 향기

입력 : 
2018-10-25 14:2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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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향수 트렌드는 ‘트렌드가 없다’는 것이다. 몇 가지는 짚을 수 있다. 중성적일 것, 라이프스타일에 어우러질 것, 브랜드의 시그너처가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의 시그너처가 되어야 한다는 것. ‘자신의 개성과 취향에 맞게 선택해 가볍고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그야말로 향수 사용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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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의 새로운 남성 향수 플래티넘은 블랙페퍼 오일과 파인애플 그리고 주니퍼베리의 프레시한 노트로 시작된다. 정제된 우디향의 남성적인 느낌으로 이어지며 따뜻하고 우아하게 마무리된다. 오드퍼퓸 100mℓ 10만 원대.
오랜만에 백화점에 가서 향수를 고르려면 좀 헷갈릴 수 있다. 특별히 이 향이 저 향과 다르고 무슨 향이 어떤 개성이 있는지 분간하기 힘들다. 매장 직원이 권하며 설명을 하지만 사실 다 그 말이 그 말 같고 그 향이 그 향 같다. ‘내가 향알못’이라 생각하겠지만 사실 실제로 그렇다. 첫 향의 개성은 어느 정도 느껴져도 금세 가볍고 자연스러운 향으로 변한다. 남녀 구분도 거의 없다. 남자는 부드럽고 여자는 선명한 개성을, 그래서 중성적인 느낌을 주는 향이 대세다.

한편 향수는 보수적이다. 익히 아는 브랜드가 아니면 매력이 떨어진다고 느낀다. 샤넬, 돌체앤가바나, 구찌 같은 익히 들어 아는 이름의 향수들을 골라 선물하는 이유다. 때문에 브랜드는 끊임없이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해가 바뀔 때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라인과 에디션을 론칭하며 기존의 갖고 있던 특징을 업그레이드하거나 변주한다. 진하고 강한 향수를 거리낌 없이 뿌려대던 1990년대부터 향수 좀 써봤다 하는 남자들(50대 전후의 부장, 상무들 정도)도 2018년 현재의 뉴 버전을 시향해보면 아마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다르게 느낄 것이다. ‘봄, 여름에는 가볍게, 가을, 겨울에는 차분하게’라는 공식도 다변적으로 해석된다. 몸에 뿌리는 것을 넘어 생활과 공간 속에 자신의 취향으로 채우는 니치(niche)의 유행도 영향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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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는 지극히 매력적이고 프라이빗하다. 그 점은 변함이 없다. 또 클래식 향수든 최신 향수든 향기의 첫 느낌과 마지막 느낌의 화학적이고 유기적인 변화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점 역시 그대로다. 내 취향만큼이나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선택하고 사용해야 한다는 점 역시. 향수를 좋아하는 사람은 종종 주변의 웃음거리가 되거나 자신도 모르는 새 험담의 주인공이 되어 있기 쉽다. 양 조절에 실패한 결과다. 특히 향수 사용에 있어 양은 시간에 비례한다. 타인을 만나기 최소 한 시간 이내에는 어떤 향수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오드투알렛이든 스프레이든 관계없이. 또 깨끗하고 청결한 상태에서 향수를 사용해야 한다. 땀이 담배, 음식 냄새와 뒤섞여서는 안 된다. 물론 향수와 관계 없이 비즈니스맨에게는 금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향기가 없는 남자, 옷의 세제나 체취나 담배, 음식 냄새 따위만을 갖고 있는 남자는 매력이 없다. 스쳐 지나가면서 느껴지는 어떤 향취. 낙엽이나 시가, 비누나 질 좋은 가죽 냄새 같기도 한, 때로는 오래된 도서관, 비에 적은 숲, 장작…. 그런 것을 떠올리게 하는 남자. 얼마나 멋지고 섹시한가. 하루하루 깊어가는 가을,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다르게 변주된 자신의 향취를 찾아볼 것.

[글 박윤선(기업커뮤니케이션&컨설팅그룹 네오메디아 국장) 사진 각 브랜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1호 (18.10.3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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