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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Find Dining] 경의선숲길 따땃한 가을 음식들

입력 : 
2018-10-25 14:2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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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숲길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공원이 열린 초창기와 지난 여름까지, 이곳은 소란한 축제로 늘 즐거운 시끄러움이 있었다. 가을이 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차분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키 높은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었고 온갖 가을 들꽃들이 계절의 변화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식당들도 통창을 닫아 쌀쌀해진 바람을 막고 시원한 메뉴 대신 따뜻한 음식들을 권하고 있다. 지난 며칠 경의선 철길의 숙소에 머물며 찾아갔던 이름난 맛집과, 다음 여행 때 꼭 다시 찾고 싶은 그 식당을 소개한다.

▶건강하고 맛 좋은 식단 닥터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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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빈은 그 이름이 주는 선입견 때문에 외국에서 온 프랜차이즈쯤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한국에서 시작된 토종 브랜드이다. 매장에 들어가면 두 가지 캐치프레이즈가 눈에 띈다. 하나는 노슈가, 노버터, 노엠에스지, 노프라이, 올리브오일 예스. 그리고 또 하나는 ‘포프리계란(Four Free Eggs)’을 사용한다는 포스터다. 포프리 계란은 논지엠오(Non-GMO) 순수 식물성 사료와 천연 발효액을 먹고, 햇섭(HACCP) 동물복지 농장에서 자라며, 항생제 주사를 맞아본 적이 없는 암탉이 나은 달걀을 말한다. 닥터로빈의 메뉴는 일반 레스토랑에서 취급하는 수프, 샐러드, 피자, 파스타, 라이스, 커피, 드링크, 젤라또 등 대부분의 메뉴를 망라한다. 그 많은 메뉴들을 건강이라는 주제에 맞춰 개발했다는 얘기다. 개인적으로 즐기는 메뉴는 샐러드와 수프. 햄프씨드 토마토 그린빈 샐러드는 들어가는 식재 이름만 읽어도 건강이 느껴지는 맛있는 음식이다. 라코타치즈, 머쉬룸, 치킨 샐러드는 식전 메뉴로는 물론 소식가의 경우라는 메인 메뉴로 먹어도 충분한 양이 제공된다. 닥터로빈의 대표 메뉴이자 쌀쌀해진 가을날에 먹기 좋은 메뉴는 역시 ‘통단호박 크림 수프’. 큼직한 통단호박 속에 국내산 콩을 갈아 만든 크림소스를 담아 뜨겁게 끓여 나오는 홈메이드 스타일의 메뉴인데, 먹어본 사람들 대부분이 만족도 100%를 이야기할 정도로 맛있다. 프랑스 프로방스 요리인 ‘라따뚜이’는 토마토, 양파, 피망, 브로콜리를 허브, 닭가슴살, 올리브오일과 함께 끓여주는데, 뜻밖의 식감으로 잔잔한 인기를 끌고 있다. 건강한 햄버거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로제펜네, 스페인 음식으로 통통한 새우와 마늘, 그리고 올리브, 페페론치노를 올리브오일과 따끈하게 끓여 내는 ‘통새우 까수엘라’도 계절에 어울리는 탁월한 맛이다. 브런치와 디저트, 음료도 건강에 초점을 맞췄다. 브런치 메뉴로는 치킨바질 샌드위치, 치킨시저 샌드위치, 야채크림치즈와 베이글 샌드위치 등에 아메리카노가 제공된다. 어린이 동반 손님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마련한 것도 닥터로빈의 장점이다. 위치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 188 AK & 5층 시간 11:00~22:00

메뉴 통단호박 크림 수프(2~3인분, 1만9000원), 라따뚜이(8900원), 로제펜네(1만9500원), 통새우 까수엘라(1만7500원) 등

▶알덴테면으로 독보적 식감을 만들다 요멘야 고에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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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도쿄의 시부야에서 ‘젓가락으로 먹는 스파게티’ 식당을 오픈, 큰 인기를 얻었던 스파게티, 오믈렛 전문점이다. 바로 그집 요멘야 고에몬이 홍대입구역 ‘에이케이 앤 홍대 AK &’ 5층에 문을 열었다. 이곳의 스파게티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독특한 면 때문이다. 주문을 하면 삶기 시작하는 이 집 면의 이름은 ‘알덴테’. 보통 삶은 면이 면의 속살까지 삶는 것에 비해 ‘알덴테’는 면의 속 부분에 지름 약 0.5mm 정도의 ‘심’을 남겨 ‘씹는 맛’과 ‘독특한 식감’을 즐길 수 있도록 삶아준다. 그렇게 삶은 면에 부드럽고 녹녹한 오믈렛과 메이드 인 요멘야 고에몬 미트소스를 얹으면 ‘수플레오믈렛 라자니아’(홍대점만 판매)가, 고급 연어살과 연어알에 토마토 소스로 맛을 낸 로제소스를 뿌려주면 ‘연어 이쿠라 토마토크림 스파게티’가 된다. 또한 저염 명란을 사용한 까르보나라 멘타이꼬는 이 집의 대표 인기 메뉴 중 하나다. *음식사진제공: 요멘야 고에몬 위치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 188 AK & 5층 시간 11:00~22:00 메뉴 플레오믈렛 라자니아(1만5000원), 연어 이쿠라 토마토크림 스파게티(1만4500원) 등

▶일본 홋카이도식 숯불구이 양고기 히츠지야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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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츠지야는 이미 홍대앞에서 자리를 잡은 양고기구이 전문점인데, 넘치는 손님들을 위해 연남동 중심가에 새 가게를 차렸다. 어깨를 움츠리게 하는 날씨에 따뜻한 화로 앞에 모여 앉아 오물오물 씹어먹는 저온숙성 양고기의 맛은 암만 먹어도 질리지 않은 신비함을 담고 있다. 메뉴는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뉜다. 대식가를 위한 무한리필 코스와 세트메뉴, 그리고 일품 메뉴가 그것들이다. 일인당 3만 원을 받는 무한리필 코스에는 홋카이도식 저온 숙성 램 양갈비구이 1회, 프리미엄급으로 구성된 생등심, 생텐더로인, 양념생갈비살 구이들과 우삼겹 전골, 생램 치즈 함박스테이크 1회가 제공된다. 먹기 적당한 양의 모리아와세 세트메뉴부터, 저온숙성 양갈비 1인분과 램 생듬심 구이 1인분, 우삼겹 전골이 제공되는 홋카이도 세트(2인용), 저온숙성 양갈비를 맛볼 수 있는 징기스칸 세트 등이 있다. 위치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257-1 시간 평일 18:00~02:00, 금~일 18:00~04:00

메뉴 단품(1만2000~2만2000원), 무한리필 코스(3만 원), 모리아와세 세트(5만 원), 홋카이도 세트(2인용, 3만2000원) 등

▶영화의 한 장면같이 수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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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앞의 수카라는 2011년 무렵에 문을 열었다. 문을 연 김수향 대표는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 폭발을 경험했고, 그것이 빼앗아 간 생명, 식량, 안전, 흙, 공기, 물, 그리고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음식=생명’이 아닌, ‘음식=생존’이라는 등식을 수카라의 개념으로 삼아 대중 앞에 내 놓았다. 식당이자 카페 형태로 운영된다. ‘지역밀빵과 현미야채 스프플레이드’를 주문했다. 수카라의 음식들은 더 말 할 것도 없이, 야채와 통밀, 우리 농산물, 발효, 유정란, 치즈 등 기본이 건강하며, 손님이 더하고 뺄 기회도 무궁무진하다. 수카라 이후 7년, 홍대앞, 합정, 망원동은 물론 전국에 채식식당들이 문을 열고 있고, 제대로 공부하고 연 집이라면 어떤 집 어떤 조리사든 건강한 식단을 소비자와 공유하고 있다. 산안마을 유정란 치즈 오믈렛, 가을 특선으로 선보인 ‘구운 송화버섯을 올린 버섯페스토 통밀파스타, 수제햄과 지역밀빵 플레이트 등이 식사 메뉴들이다. 디저트도 두부치즈케이크, 라즈베리 오미자 요구르트, 제철 효소 요구르트 등 빈틈없는 맛과 영양을 담은 것들이다. 위치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 157 시간 화~일 11:00~23:00

메뉴 스프플레이드(1만3000원), 구운채소 버터커리(1만2000원, 현미밥 추가 1000원), 병아리콩 샐러드(1만2000원), 산안마을 유정란 치즈 오믈렛(1만2000원, 현미밥 추가 1000원) 등

[글과 사진 이영근(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1호 (18.10.3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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