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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반려의 삶을 사는 법-덕업일치를 이룬 반려인들

입력 : 
2018-10-31 16: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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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업일치’라는 말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해 온갖 정보를 찾아보거나 관련된 물건을 모으는 ‘덕질’과, 벌어 먹고 살게 해 주는 ‘직업’이 서로 일치했다는 의미다. 문제는 그 좋아하는 분야가 수년 전만 해도 하찮거나 생산성이 없어서 누군가는 “그런다고 돈이 나오냐 밥이 나오냐”며 핀잔했을 일이 웬걸, 요즘 세상에선 돈도 나오고 밥도 나오더라는 말씀. 반려동물계에도 당연히 있다. 덕후 차원을 넘어 사랑하는 반려동물에 오롯이 집중하면서 밥도 함께 버는 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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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동물이 좋아서 차린 반려동물 책방 동반북스라는 책방이 있다. 의정부시에 위치한 이곳은 반려동물 관련 책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동네 책방이다. 심선화 대표는 야근과 철야로 점철된 20대의 직장인 시절을 마감하고 오랫동안 꿈꿔 왔던 ‘내 가게’를 차렸다. 그리고 가게 안을 반려동물 책으로 빼곡히 채웠다. 평소 동물과 책을 좋아하던 취향을 과감히 업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12년을 함께 지낸 강아지 ‘달래’가 크게 아파 돌봄에 집중할 때였다. 달래에게 도움이 될 정보를 얻으려 동물 관련 책들을 죄다 뒤졌는데 필요한 책을 찾지 못했던 그. 어디선가 누군가도 자신처럼 답답한 마음일 거라 생각했고, 그렇다면 자신이 동물 책을 한자리에 모아 보자고 결심했다.

그렇게 책방을 오픈한 지 1년 남짓. 그동안 그는 좋은 책을 부지런히 큐레이팅하고 토크 모임을 열고 반려동물 그림 원화전도 개최했다. 본디 ‘책방’이라는 곳이 큰돈을 벌어들이는 곳은 아니기에 경제적으로 풍족할 리 만무하지만 동물로 돈을 벌었으니 동물에게 돌려 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책 판매액의 10%를 동물 보호 단체에 기부한다. 심 대표는 돈벌이보다 관계의 풍성함을 이야기한다. 반려동물과 반려하기 좋은 세상에 공감하고 뜻을 보태는 많은 이웃이 동반북스를 드나들며 소중한 경험과 정보를 나누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노견, 노묘 그리고 펫로스’를 주제로 토크 모임을 가지고 반려동물의 노화와 펫로스에 관해 깊이 있는 담화를 나누었다.

의정부에 가면 동반북스를 찾아가 보자. 서가와 테이블 곳곳에서 사랑스러운 강아지 모습, 우리 집 냥이와 똑 닮은 얼굴을 문득 발견하고 심쿵할 확률 200%다. 반려동물 출입? 당연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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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에 관한 모든 것, 펫 크리에이터 반려인들 사이에선 꽤나 유명한 ‘점례’. 점례는 5년 전 생후 7개월에 지금의 보호자인 ‘은쌤(이은주 씨)’에게 입양되었고, 은쌤의 인생은 ‘점례 특화’로 완전히 방향을 바꾸었다. 은쌤은 파양 전 혼자 지낸 시간이 많았던 점례가 자신의 집에 와서 배변 실수 한 번 안 하는 것이 안쓰러운 한편, 서로에게 적응하느라 힘에 부치는 날도 많았다. 은쌤은 ‘과연 내가 잘하고 있나’ 끊임없이 되물었고 ‘내 사랑이 부족하지는 않나’ 염려했다. 하지만 조금씩 마음을 열어 주는 점례를 보며 그는 점례에게 최선을 다하기 위해 반려동물 영양학과 반려동물 행동학까지 공부하기에 이르렀다.

입이 까칠한 점례를 위해 맛 좋고 영양 만점인 간식을 만들었고, 점례와 놀아 주기 위해 갖가지 장난감을 만들었고, 툭 하면 까지는 점례의 발바닥을 보호하기 위해 천연 연고와 비누도 만들었다. 그러면서 부단한 공부와 실습을 통해 얻은 알짜 정보를 널리 공유했다. 그간 은쌤과 점례 이야기는 은쌤 블로그와 각종 온라인 매체에 소개되면서 폭넓은 팬층을 확보했고, 미술 교사던 그에게는 ‘펫 크리에이터’라는 다소 생소한 명함이 하나 더 생겼다.

요즘에는 반려동물 간식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를 열고, 반려인 전문 방송 ‘U펫TV’에서 반려동물을 위한 건강 정보와 요리, 놀이, 여행, 펫티켓 등 정보 퍼레이드를 이어 가고 있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수리맘) 사진 동반북스 페이스북]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2호 (18.11.0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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