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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유스 컬처 브라더스-하이엔드 브랜드를 감격시키다

입력 : 
2018-10-31 16: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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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휠라인가? 펜디인가? 이건 슈프림인가? 루이뷔통인가? 그런데 그게 뭐 중요한가. 유스 컬처 안에서는 모두 한 형제인 것을.

사진설명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유스 컬처와 하이엔드의 만남, ⓒ rubens-nguyen, ⓒ alec-ohlaker
‘Youth Culture’, 젊은 문화. 당대의 젊은이들이 향유하는 그들만의 정체성. 젊은이라는 특정 세대는 시대가 구비구비 흘러도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다. 과감함, 눈치 보지 않음, 격식 없음. 비주류, 서브 컬처라는 미명하에 ‘어떤 사회의 청년층이 열광하는 행동 양식, 가치관, 문화’를 말하는 단어인 유스 컬처는 주류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으로부터 비롯됐으니 말이다. 그건 사회 순환을 이끄는 건강한 문화다. 그 문화를 버무려 하나로 반죽하면 결국 길거리라는 캣워크를 누비는 ‘패션’이라는 이미지로 형상화된다. 1960년대엔 모즈 룩이, 1970년대엔 펑크 히피 룩이, 1980년대엔 힙합 룩이, 1990년대엔 그런지 룩이 그랬다. 그렇다면 지금은? 2000년대는? 지금의 거리 캣워크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힙합과 보드를 사랑하고 1980, 1990년대의 유년을 그리워하는 고프닉 스타일’이라 할 수 있겠다. 고프닉은 러시아의 뒷골목 백수 스타일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정치 경제 혼란기의 러시아 젊은이들이 직업 없이 거리를 헤매며 느꼈던 반항심이 표현된 스타일이다. 이걸 베트멍이란 브랜드의 뎀나 바잘리아가 2014년부터 주류로 부각시켰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이 지점이다. 축 늘어진 싸구려 티셔츠에(아버지가 입다 버린 것 같은) 등산 점퍼를 걸치고 무릎 나온 아디다스 삼선 트레이닝 팬츠를 입고 뒷골목을 어슬렁거리는 반항적 젊은이들. 그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그저 혀나 끌끌 차며 눈길조차 제대로 주지 않았던 그들의 모습이 디자인 트렌드의 ‘프런트 로’를 차지하게 된 것 말이다. 하지만 이게 끊임없이 새로움을 찾는 디자인 세계의 본모습이고 반복되는 방식이다. 반짝이는 것들, 앞에 나와 조명을 받는 것들은 ‘그 순간 이미’ 새롭지 않으니까. 새로움이란 늘 무대 뒤편에 존재한다. 어둠 아래 감춰진 걸 드러내는 그 순간만이 새롭다. 그래서 전 세계 디자이너들은 매순간 유스 컬처에 주목한다. 7, 8년 전만 해도 그랬었다. 디자인적 세련됨이란 로고를 무조건 감추는 것이었다. 아무리 비싼 하이엔드 브랜드 옷이라도 로고를 대놓고 드러내는 건 촌스러운 짓이었다. 그때의 우리는 이런 소리를 늘어놓곤 했다. “나 대학 다닐 땐 말야, 엉덩이에 있는 청바지 로고를 드러내려고 안간힘을 썼지.” 마치 철없던 과거 무용담을 되뇌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최근 우리는 브랜드 로고가 진짜 ‘대문짝’만하게 그려진 티셔츠를 입어야 한다. 슈프림, 베트멍, 고샤 루브친스키가 견인해 낸 트렌드다. 사실 이들 브랜드의 파워가 얼마나 놀라운지는 고고한 하이엔드 브랜드의 디자인 전략 급선회를 보면 바로 눈치챌 수 있다. 이 지점이 과거 유스 컬처의 흐름과 다른 주목할 만한 점이다. 유스 컬처가 인기 브랜드화된 경우는 너무나 너무나 많았다. 우리가 아는 컨버스, 반스 같은 브랜드들이 다 그런 류 아닌가. 그래서 소위 옷을 잘 입는다는 이들은 하이엔드 브랜드의 팬츠에 컨버스를 신는다든가 하는 ‘믹스매치 룰’을 신성시해 왔다. 그러나 2018년 강력 울트라 유스 컬처 파워가 하이엔드 브랜드 디자인의 안방을 차지하자 신기한 현상이 발생했다. 하이엔드 브랜드가 스트리트 브랜드의 로고를 모셔 오기 시작한 것. 루이뷔통이 거리의 제왕 슈프림의 로고를, 펜디가 한창 인기인 휠라의 로고를 응용해 ‘로고 플레이’ 컬렉션을 선보인다. 이건 과거 아티스트나 셀럽과 컬래버레이션을 하던 행태와는 다르다. 그게 하이엔드 브랜드의 잔가지 뻗기 정도였다면 지금의 행태는 시장 판도가 완전히 바뀐 것을 인정하고 빠르게 트렌드를 접목하려는 과감한 시도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런 시도로 젊은 트렌드 세터들의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심지어 루이뷔통은 오프화이트의 수장 버질 아블로를 맨즈 아트디렉터로 영입했고, 그 첫 컬렉션은 새로움의 장을 여는 강인한 출사표가 되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들, 흥미와 기대를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글 한희(문화평론가)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2호 (18.11.0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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