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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노믹스] (1) 세계지식포럼이 주목한 블록체인 세션…가짜뉴스 배포 막고 공정무역 촉진에 ‘딱’

  • 나건웅 기자
  • 입력 : 2018.10.29 09:53:49
2008년 10월 31일은 블록체인 탄생일이다.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가 이날 내놓은 9페이지짜리 논문을 통해 블록체인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느덧 10주년을 맞이했지만 블록체인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열리는 수많은 콘퍼런스에서 너 나 할 것 없이 블록체인 개념과 활용 가능성을 핵심 의제로 다룬다.

최근 막 내린 아시아 최대 규모 비즈니스 포럼 ‘제19회 세계지식포럼’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포착됐다. 전체 100여개 세션 중 블록체인을 주제로 한 세션이 25개에 달했다. 전 세계 블록체인 거장들이 대거 집결해 청중과 지식을 나눴다. 그중에서도 남다른 통찰로 주목받았던 블록체인 세션 3개를 소개한다.

최근 막 내린 제19회 세계지식포럼에는 전 세계 블록체인 명사들이 연사로 대거 출연해 관심을 모았다. 사진은 세션에 참석한 에릭 리 링크드인 공동창업자(사진 왼쪽)가 청중과 대화하는 모습.

최근 막 내린 제19회 세계지식포럼에는 전 세계 블록체인 명사들이 연사로 대거 출연해 관심을 모았다. 사진은 세션에 참석한 에릭 리 링크드인 공동창업자(사진 왼쪽)가 청중과 대화하는 모습.



글로벌 구인·구직 서비스 ‘링크드인’의 공동창업자 에릭 리는 ‘대전환의 시대 : 닷컴에서 블록체인으로’라는 주제로 블록체인 활용 가능성을 조명했다.

그는 블록체인이 갖는 여러 장점 중에서도 특히 ‘신뢰성’에 주목했다. 그간 인터넷 플랫폼의 한계로 지목됐던 ‘거짓 정보 유통’ 가능성을 차단할 경우 얻게 되는 가치가 막대하다는 점에서다. 에릭 리가 창업한 링크드인 역시 전 세계 가입자가 5억명에 달하는 ‘대박 플랫폼’이지만 인터넷이 갖는 태생적 한계는 극복해낼 수 없었다. 자신의 경력을 부풀리거나 거짓으로 기재해 등록하는 사용자가 많았다.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신뢰에 기반한 이력 검증을 통해 믿을 만한 평판 정보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블록체인 평판 공유 기업인 ‘허브’를 직접 설립한 배경이기도 하다. 에릭 리는 “인터넷을 통해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신뢰에 이르지는 못했다. 블록체인이 해법이 될 수 있다. 가짜 뉴스 배포를 막을 수 있고 대규모 거래가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을 통해 직접 이뤄지면 수조달러 수준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뢰·투명성 높이면 新시장 열려

‘투명성’에 초점을 둔 연사도 있다. 다니엘 존스 벡스트360 CEO는 ‘소셜임팩트를 위한 블록체인’ 세션에서 블록체인 활용으로 유통망에 획기적 변화를 일으킨 자신의 사례를 소개했다.

벡스트360은 커피 구매 과정에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해 수확에서부터 제조까지 추적 과정을 개선했다. 커피 농장에서 수확된 원두의 생산지·생산자·구매자·구매 가격 등 상세 정보를 블록에 기록하는 방식이다. 고객은 농장 수확에서부터 세척, 로스팅, 매장에 도달하기까지 모든 처리 과정의 날짜와 위치를 알 수 있다.

이때 고객뿐 아니라 생산자도 만족스럽다. 기존 유통 과정에서 커피 농부는 품질평가부터 가격 책정까지 중개인에게 의존해야 했지만, 벡스트360을 통하면 커피 품질과 가격을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니엘 존스 CEO는 “블록체인을 통해 생산자는 합리적인 이익 배분을, 소비자는 정확한 상품 정보를 기대할 수 있다. 중개인 역할을 축소해 공정무역에도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ICO(암호화폐공개)에 대한 우려감도 엿볼 수 있었다. ‘블록체인과 법 : 시장동향과 정책방향’ 세션에는 ICO 자문 전문가 3명이 연사로 출연해 ICO 규제 방안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눴다.

‘오리진X’의 산드라 우 CEO는 “최근 ICO 기반 암호화폐 펀드는 성질 면에서 헤지펀드나 사모펀드와 다를 바 없다. 다른 자산운용업처럼 ICO도 토큰 발행인이 백서 내용 이행 등 약속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리시나 라마찬드라 글로벌블록체인재단 고문은 “최근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증권형토큰공개(STO)를 비롯해 보다 정교화된 ICO가 필요하다. 현재 암호화폐 시장은 채권인지 증권인지 아니면 단지 재미있는 장난감인지조차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개념이 모호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0호 (2018.10.24~10.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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