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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도박과 다를 바 없는 게임 ‘확률형 아이템’

  • 김기진 기자
  • 입력 : 2018.10.29 09:59:49
유명 온라인 게임 방송 진행자 감스트가 최근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을 얻기 위해 4억2000만원을 썼다고 밝히면서 화제가 됐다. 확률형 아이템은 뽑기와 같다. 이용자가 아이템이 들어 있는 ‘랜덤박스’를 구입하면 확률에 따라 특정 아이템이 지급된다. 대부분 게이머는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구매를 반복한다. 이 때문에 ‘현질(현금 결제)’ 유도 수단이라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확률형 아이템은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핫이슈’였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확률형 게임 규제, 될 때까지 갑니다”라는 글을 남기는 등 규제를 도입하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표명했다.

게임업계는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자율규제를 시행하는 등 자정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는 감안하지 않고 비판만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이들 주장도 일리는 있다. 게임사들은 2015년 확률형 아이템 당첨률을 공개하는 자율규제를 도입했다. 게임 기업 90%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당첨률을 공개하는 것만으로 이들이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게이머들이 불만을 터트리는 이유는 당첨률이 낮아서다. 게임사가 공개한 수치를 보면 확률이 1%가 채 되지 않는 아이템이 수두룩하다. 한 인기 게임에서 최상위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은 0.0001%에 불과하다. 아이템을 한 번 구매하는 데 2790원을 지불해야 하니 최대 279억원을 들여야 해당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자율규제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는 확률을 허위로 공시했다는 이유로 넥슨, 넷마블, 넥스트플로어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규제에 참여하지 않는 게임에 대한 제재 수단이 게임 이름을 공개하는 것뿐이라는 것도 한계다. 이런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게임업계의 해명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 억울함만을 호소할 것이 아니라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1호 (2018.10.31~11.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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