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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특별함만 강조하던 기업 ‘인클루시브 마케팅’ 전환

  • 입력 : 2018.10.29 10:00:47
캐주얼 패션 브랜드 아베크롬비앤드피치(Aber crombie&Fitch)는 라지 사이즈 이상의 여성 의류는 판매하지 않는다. 매장 직원은 모델처럼 외모가 뛰어난 백인을 고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이크 제프리스(Mike Jeffries) 전 CEO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 옷은 멋지고 인기 있는 젊은이만 입을 수 있다. 뚱뚱한 고객은 상대하지 않는다’고 말해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브랜드를 비꼬는 패러디와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저조한 실적이 이어지자 제프리스는 2014년 말 결국 해임됐다. 회사는 라지보다 큰 사이즈 옷을 만들기로 정책도 바꿨다. 하지만 이후에도 경영 성과가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소비 시장에서 특정 세그먼트를 타기팅하는 것은 전략적 판단이다. 제품 디자인과 사이즈, 판매원 채용도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정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시장에서 타깃이 아닌 소비자를 차별하고 접근을 차단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명품 브랜드가 고소득층 성향에 맞춘 상품을 개발하고 가치를 알리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대중 소비자를 배척하면 안 된다. 누구나 상품 정보를 구할 수 있고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면 접근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목표 시장에 집중하더라도 다른 배경의 소비자가 소외감을 느끼게 한다면 구태 브랜드로 낙인찍히고 만다.

바야흐로 ‘포용적 마케팅(Inclusive marketing)’의 시대다. 포용적 마케팅은 시장에 대한 전통적인 고정관념 없이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이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제품과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제품 디자인을 넘어 광고, 고객 서비스, 브랜드 전략 등 마케팅의 다양한 측면에 보편성과 포용성을 적용한 개념이다. 성별, 외모, 연령 등으로 소비자를 구분해 배제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접근하는 ‘인클루시브 마케팅’이 확산하는 가운데 아베크롬비앤드피치는 시대에 뒤처진 브랜드가 되고 말았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하며 패션 시장에서는 전형적인 여성성을 강조한 화려한 제품보다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을 내세운 브랜드가 선전한다. 섹시한 이미지를 강조하며 미국을 대표하는 속옷 브랜드로 성장한 빅토리아시크릿이 지속적인 매출 하락으로 뉴스거리가 된다. 반면 서드러브(ThirdLove), 어도어미(Adore Me) 같은 신생 브랜드는 선풍적인 인기를 누린다. 빅토리아시크릿이 날씬한 여성을 기준으로 36개 사이즈 제품을 판매하는 데 반해 서드러브는 70여개 사이즈를 제공한다. 이는 전체 여성의 87%를 커버할 수 있는 범위라고 한다.

인클루시브 마케팅은 단순히 제품 디자인이나 광고에 다양성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바라보는 경영철학과 기업문화가 일관될 때 효과가 나타난다. 이미지 공유 소셜미디어 핀터레스트(Pinterest)는 다양성과 포용성(diversity and inclusion)을 기업 경영 핵심 가치로 추구하고 실천한다. 2015년부터는 IT 기업 중 최초로 매년 채용 목표와 성과를 공개하고 있다. 소수 인종이나 여성 엔지니어의 비중을 목표로 설정하고 성적을 발표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2017년에는 정규직 여성 엔지니어 목표 비율이 25%였는데 26%로 초과 달성했다. 소수민족 엔지니어 목표 비율은 8%였지만 5% 수준으로 미흡했다고 공개했다. 또 다양한 배경의 직원을 채용해 포용성을 추구하는 경영 전략을 도출할 수 있는 기업문화와 시스템을 지원하는 조직인 인클루전 랩(Inclusion Labs)도 설치했다. 성별, 세대, 계층 간 갈등이 심화될수록 조화로운 사회로 이끌어가야 하는 기업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1호 (2018.10.31~11.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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